빅데이터를 통해 들여다본 코로나 라이프
국내 렌터카 시장은 단기렌터카와 장기렌터카로 나뉜다.
단기는 여행갈 때 몇 박 며칠로 빌리는 것이고, 장기는 회사명의로 빌리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 중 우리가 주목한 것은 '단기 렌터카' 시장이다. 여행 문화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국내 렌터카 시장을 보면 2016년부터 급속도로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으며, 이는 아무래도 대기업이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렌터카 등록대수를 기준으로 지역별 규모를 보면 의외로 제주도(25.0%)보다 인천지역(33.5%)의 등록대수가 많은데 인천 지역은 단기와 장기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일 것 같고 제주도는 단기렌터카가 현격히 우세하지 않을까 싶다.
SNS에서도 렌터카에 대한 언급 내용을 보면 단연 제주도에 대한 언급이 압도적이다.
해외여행을 못가게 되었으니 국내여행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은 당연하고 국내여행을 많이 가게 되었으니 렌터카를 많이 찾게 되는 것또한 당연하다. 물론 제주도에 국한된 얘기일 수 있다. 제주도가 아닌 내륙 지역으로 여행을 떠날 경우 대다수는 자차를 이용한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래 대중교통 이용률이 현격히 줄어든 마당에 렌터카가 꼭 필요한 섬 지역이 아닌이상 렌터카 이용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일테니까.
실제로 국내 교통량 통계 조사를 보면 고속도로 이동량은 증가했거나 유지되는데 비해 기차나 고속버스 이용량은 크게 떨어졌다.
그런데 어쩌면 당연할 것 같은 이 시장의 특이점은 뭘까?
바로 고가 승용차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 번쯤 꼭 타보고 싶었던 테슬라를 필두로 포르쉐, 머스탱과 그에 더해 밴에 가까운 쏠라티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수입차, 전기차, 오픈카 등 이전에는 돈지랄이라며 쳐다보지도 않았던 고가의 차량들을 렌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렌터카 시장은 철저하게 '비용'에 의해 좌우되는 시장이다. 특히 제주도 렌터카는 더 그렇다.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돈을 아끼는 두 가지가 항공료와 렌터카다. 당일치기나 1박 2일로 가지 않는 이상 1박은 꼭 5성급 이상의 호텔을 이용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더라도 항공료와 렌터카는 꼭 저렴한 날짜와 업체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재미있는건 그래서 사람들은 렌터카 회사명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대신 어디서 결제했는지는 기가막히게 기억한다. 쿠팡에서 샀는지, 지마켓에서 샀는지는 알지만 어떤 업체를 이용했는지는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마케팅적으로 해석해보면 제품을 제공하는 브랜드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제품을 구입한 채널에 대해서는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SNS에서 렌터카 관련 언급 내용을 보면, '업체'나 '회사'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데 이런 식이다. "나 쿠팡에서 렌터카 아주 싸게 결제해서 제주도 다녀왔는데, 그 업체 괜찮았어" 쿠팡은 기억하고 업체는 그야말로 '업체'가 되어버리니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있을리 없다. 즉 다음에도 이 업체를 이용해야지라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실제로 제주도를 1년에 너댓 번씩 가는 사람도 그때마다 매번 다른 업체를 선택하기 일쑤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렌터카에 대한 만족도는 여행의 만족도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렌터카를 이용하면서 사고가 났다거나 예약한 차량이 실제로는 제공되지 않아서 열받았다거나, 금연 차량을 선택했는데 차에서 심하게 담배 냄새가 난다거나 차가 깨끗하지 않았다거나 하는 불편을 겪은 사람들은 그 업체를 또렷하게 기억하는 반면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렌터카 자체에 대해 상세하게 긍정 평가를 내리는 경우도 드물거니와 렌터카가 만족스러웠다는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차량 자체에 대한 만족도, 즉 "그 차 타봤는데 괜찮더라"이거나 "이번 제주도 여행 너무 좋았어"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제주도 여행을 갈 때 렌터카 업체를 잘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얘기를 왜 이렇게 길게 하고 있냐면, 테슬라, 머스탱, 포르쉐를 선택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풀어내기 위함이다.
우선, 사람들은 왜 이런 고가의 차량들에 기꺼이 렌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일까?
첫 번째는 신혼여행의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결혼식이 취소되고 신혼여행도 취소됐다. 신혼여행 떠나는 길에 면세점에서 구입하는 명품가방이야 백화점 가서 지르면 되는데, 신혼여행의 취소는 심리적 타격이 크다. 이럴 때야말로 '보복소비', '시발비용'이 필요할 때이다. 그 중 하나가 '포르쉐 렌터카' '렌터카 오픈카'에 대한 수요다. 코로나가 언제 풀릴지도 모르는 마당에 제주도라도 가서 호화롭게 신행을 즐겨보자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보복소비에 더해 욜로, 힐링의 심리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삶의 지각변동이 일어났고 그동안 남의 눈에 비친 나를 바라보던 것에서 이제는 나를 돌아보며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인생을 즐겨라는 의미로 사용된 '욜로'를 넘어 나를 위한 소비도 해주면서 살자는 '욜로'로 진화한 것이다. '힐링'도 마찬가지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는 여행 문화에서 '힐링'은 소박함일지 모른다. 낯선 곳의 동네를 산책하고 느긋하게 어느 카페에 앉아 책을 보고, 바다를 보며 맥주 한 병을 마실 수 있다.
그런데 어쩌다 한 번 가야하는, 이번에 다녀오면 당분간은 가지 못할수도 있다는 공포가 찾아오면 이제까지 했던 '일상'으로의 여행은 무의미하다. 무조건 색다른 곳을 가고 색다른 것을 먹고 색다른 기분을 느껴야 한다. 그 중심에 프리미엄 렌터카가 있는 것이다.
렌터카에 지출하는 비용이 커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렌터카 업체는 렌터카 브랜드가 된다. 2박 3일에 몇 만원 지출하던 것에서 몇 십만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하면 어떨까? 구매 채널 뿐만 아니라 업체명을 보게 된다. 무조건 싸게 구입했던 지난날은 뒤로 하고 이제는 따져야 할 것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고가 났을 시 보상은 어떤지, 긴급출동은 빨리 되는지, 보유 차량이 많은지, 서비스는 괜찮은지, 가격은 적당한지, 친절한지 등을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그리고 심지어 가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믿을만한 업체를 찾게 된다. 그리고 그 업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마음에 들었다면 즐겨찾기를 해두고 언제 또 갈지 모를 여행에 대비하게 될 수도 있다. 충성도가 생기는 것이다.
자, 이렇게 소비자의 마인드가 바뀌게 되면 렌터카 업체는 더 이상 가격 경쟁만을 할 수 없게된다.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다양한 차량들을 보유하고 심지어 고객 정보를 등록해두고 할인 쿠폰을 발송할수도 있다. 렌터카는 무조건 '가격 경쟁'이라는 관행이 깨진 이상 어떻게든 소비자 마음에 들어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또 한가지 이러한 작은 흐름은 자동차 구독 서비스나 공유 경제 실현, 대중화를 앞당길수도 있다. 얼마전 현대에서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런칭했는데 들여다보니 나조차도 예전과는 다른 기준이 생겼음을 실감했다.
이용 요금이 월 72만원이던데 1년이면 864만원, 2년이면 1,728만원이다.
신형 쏘나타가 넉넉잡아 3,600만원 정도 하니까 4년을 타면 구매 가격에 근접해진다.
그런데 4년을 타도 내차가 되는 것은 아니니, 평소 차를 한 번 사면 10년 정도 타는 사람에게는
꽤 비싼 가격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런 기준으로 생각하던 내가 변했다. (나 왜 이게 끌리지? ㅋ)
"차 한대 살 금액으로 매번 다른 차를 탈 수 있다니. " 이게 바뀐 내 기준이 되어 버렸다.
거기에 한 달에 1번 팰리세이드를 2틀 간 몰아볼 수 있다. 출퇴근 용으로 쏘나타나 투싼을 이용하던 고객이 이번 주말은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갈 명목으로 팰리세이드를 요청한다. 꽤 괜찮은 조건 아닌가? 차량 구독, 공유 경제를 얘기할 때 항상 '차를 소유하고 싶어하지 않은 고객'이 타겟이었는데 이제는 '다양한 차를 타보고 싶은 고객'으로 바뀐게 아닌가 싶다. 예나 지금이나 할부로, 혹은 월마다 지불하는 돈은 크게 차이가 없는데 생각의 방향이 바뀌니 구매에 관심이 생기고 소비층이 생긴다.
과거에는 '내 차'라는 게 중요했다. 나도 그랬다. 가족과 함께 살던 거주 형태에서 '내 차'는 또 다른 나의 집이 되었다. 마치 처음 내 방이 생겼을 때 방 밖으로 나오기 싫었던 것처럼 차를 구입하고 나서는 늘 차 안에 있고 싶어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고 차의 용도나 가치가 바뀌기 시작했다. 또 생각해보니 차를 살 때 중고차로 판매하기 쉬운 색상이라는 말만 듣고 늘 베이지색을 선택했는데, 나의 마음속에는 파랑색과 빨간색도 있었다. 평소 출퇴근할 때는 경차도 상관없는데 주말에는 세단을 타고 달리고 싶기도 하고, 당근마켓으로 가구나 의자 등을 거래할 때 SUV가 간절해지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참 다양한 차가 필요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이쯤되면 차량 구독 서비스가 조금은 끌릴까? ㅋ
여기에 렌터카 시장의 최근 현상으로 나타난 슈퍼카에 대한 로망을 대입하면 의외로 잘 맞아떨어진다. 렌터카로 몇 십만원을 지불할 수 있다면 과감히 내 차를 구입하지 않고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신기술'을 이용해보고 싶다는 니즈도 포함되어 있다. 가전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기술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자동차로 가면 '전기차'가 그렇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전기차는 충전소 인프라가 충분히 확충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우려의 대상이었으나 최근에는 이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내 생각에 이러한 흐름은 절대적으로 신기술에 대한 수요로 봐야한다.
한 발 더 나아가면 언젠가 '렌터카'라는 단어도 결국에는 일부의 전유물로 남거나 사라질지도 모른다. 결국은 동일한 형식이라도 '빌리는 것'보다 '공유(Sharing)'이라는 개념이 자리잡으면 빌리는 대신 공유하는 것에 더 쉽게 지갑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억측이지만 아예 자동차 회사들이 하나의 공유 플랫폼을 만들어낼지도 모를 일이다. 현대와 벤츠나, 아우디, 그리고 테슬라가 구독 상품을 낼수도 있다. 소유의 개념이 점차 줄어들고 공유의 개념이 자리잡으면 판매 경쟁이 무의미해진다. 이럴 바에야 출퇴근은 현대차로 하고 주말에는 테슬라를 몰고 나가고 상견례나 데이트용으로 아우디 세단을 탈 수 있는 시대가 오지 말란법 없지 않은가. 물론 억측이다. ㅋ
이제까지 한 얘기들이 확대해석이고 너무 먼 얘기일까? 물론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가속화시켰다.
이제부터는 어떻게 소비자들이 바뀔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테슬라, 포르쉐, 머스탱을 빌리려는 사람들은 현재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리고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능한 저렴한 비용으로 렌터카를 이용하고자 한다. 나는 이제까지 이 작은 현상 하나를 가지고 무수히 많은 가지들을 뻗어나가 보았는데, 데이터를 보는 입장이다보니 이처럼 극히 일부의 현상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이미 대세가 된 이후라면 트렌드를 설파하는 것 자체가 별로 의미가 없으니까.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이 될 테니까.
지금은 작은 현상일 뿐인 이 수요가 어디까지 번질지, 막무가내식 상상을 더해가며 지켜봐도 좋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