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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ven Mar 17. 2020

《유한락스》의 '코로나19' 대응 공익마케팅

정확한 '살균소독방법'에 대한 예의바르고 단호한 질책

얼마전 '유한락스' 회사 게시판에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지만 안전한 살균소독법'이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이게 트위터에서 적잖이 회자가 되었다.


이 게시판이 '청소 노하우' '빨래 노하우' 같은 제품 사용 관련 글을

마케팅 차원에서 올리는 게시판인 것 같은데..

특정 담당자가 없는지 글이 그렇게 자주 올라오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글이 워낙 명문(?)이다 보니 꽤나 반응이 좋았다.

물론 '코로나19'와 관련된 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아래는 해당 사이트 주소와 실제 게시된 내용 일부.

https://yuhanrox.co.kr/index.php?mid=HealthTip&document_srl=87924&cpage=1&rnd=90244#comment_90244




위에 내용만 보면, 크게 매력적이지 않을수도 있는데..

글을 읽다 보면 글 자체로서 재미있는 부분이 많이 눈에 띈다.

본문 내용 뿐만 아니라, 댓글에서의 소소한 공방전도 한 몫하는 것 같다.


'독한 세제가 아닌,  염소계 액상 살균소독제인 유한락스'라는 말을 반복하며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것 같으면서도, 전문가로서의 견해를 뽐내는가 하면,

어느 지점에서는 유쾌하기도 하고,

또 댓글에서의 냉소적인 비판에 대해서는 예의 바른듯 아닌듯 사뿐히 질책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이 심지어 묘하게 통쾌하다.


아래 몇 가지 언급 예시를 보자.



혼란스러운 시기일 수록 정확한 정보와 이해가 중요합니다.

유한락스라는 살균소독제도,

저희 유한락스가 제공해 드리는 안내도 맹목적으로 신뢰하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안전한 살균소독에 관해서 정확히 이해하시는 계기로만 삼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최소한 살균소독제에 관해서는

최신 유행이나 프리미엄, 고급 제품도 무의미하며

비싸기 때문에 강력하지만 안전하고 편리하다는 개념은 신기루와 같습니다.





모든 살균소독제에 해당하는 보건 당국의 권고를 인지하신 후에도
따르지 않고 이전의 불완전한 사용방식을 고집하시는 것은 00님의 자유의사입니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이고 공중에게 더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왜곡하시는 행위는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합니다.





사실은 저희 유한크로락스의 모든 임직원이

지극히 부담스럽고 긴장되는 현재의 상황에

압도당하지 않은 척이라도 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본의 아니게 좌절감을 느낄 때마다

00님과 같은 분께서 응원의 말씀을 주셔서

좋은 의도를 유지하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유한락스를 맹신하지는 마시되

유한락스에 애정어린 관심을 계속 나눠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시기인지라 어조와 어감은 다르지만,

나는 마치 아주 오래전, 이제는 전설로만 전해져오는 세스코(CESCO)의 게시판을 보는 것도 같았다.




'세스코'라는 회사는 어찌보면 대중적으로 밀착되기 어려운 브랜드이기는 하다.

해충 박멸이라는 게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전 연령대에서 체감할만큼의 소비 영역은 아니다.

아마 매출 규모도 B2B 영역에서 더 크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당시를 돌이켜보면, 세스코의 센스있는 게시판 운영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담당자의 재치 있는 답변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해충 박멸과 무관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세스코 게시판을 찾았다.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우스갯소리로 농담을 걸기도 했다. 

마치 잘 만들어진 커뮤니티 사이트를 보는 듯 했고 그야말로 열풍이었다.

심지어 어떤 영화에서는 주인공 직업이 '세스코 게시판을 운영하는 연구원'이라는 설정까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이렇게 세스코 게시판에서 멋지게 답글을 달았던 담당자분은(사실, 한 명인지도 확실하지 않지만)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게 되었다. 오랜만에 게시판을 들어가서 확인하다 느낀건데, 아마 2015년을 전후로

무슨 조치가 있었던 건 아닌지 싶다.

회사의 긍정적인 이미지에 기여한 공로로 임원급으로 승진을 했던가,

더 이상 재미있는 글 달지 말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았던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유한락스 같은 곳? ㅋㅋ)




어쨋든 다시 돌아가서, 유한락스 게시판에 대한 반응은 트위터를 통해 삽시간에 확산되었다.

물론 대다수의 확산은 트위터 채널을 통한 일시적 확산이었으며, 점차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정보는 특정 게시물을 '단순RT' 정보였기 때문에

실제 작성된 트위터 정보량은 2백 건이 조금 넘는 수준이고, 블로그에서 게시된 양도 이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정보량의 1% 수준이며, 나머지 99%는 1%의 정보를 스크랩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럴 경우, 연관어나 감성어 분석은 사실 크게 의미 없을 수 있다.

왜냐하면 연관어나 감성어 순위를 보는 것이 어떤 키워드가 많이 언급되었는지를 보려고 하는 것인데

단순 스크랩이 미친 영향이 크다면, 해당 소식이 많이 전파된 것이지, 그 안에 있는 특정 키워드가

많이 전파되거나 인식된 것이라고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위 키워드를 제외하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디테일한 분석을 할 것이 아니므로.

그냥 해당 기간 내 추출되는 연관 키워들을 보면,




공익성, 스토리, 지식, 진정성, 교양, 관리자, 담당자 같은 키워드가 눈에 띈다.

특히 진정성 같은 키워드는 어떠한 마케팅 활동을 해도 쉽게 전달하기 어려운 키워드 중에 하나다.


(소비자가 기업에 대고 '진정성'을 언급할 일이 몇 번이나 있겠는가.)


감성표현을 봐도 이러한 긍정적인 반응은 확연히 드러난다.

'멋지다' '멋진', '유익하다'..


참고로 '어울리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건 '미국의 어떤 대학 졸업연설에나 어울릴법한..'이라고 언급한 특정 게시물이 다수RT된 영향이다.

그만큼 멋있다는 얘기.


앞서 얘기했듯이, 상위에 언급된 키워드는 대부분 단순RT에서 나온 것이므로

이들을 제거하면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 아래와 같이.



신뢰하다, 신박하다, 정성스럽다, 강조하다, 적절한, 명문, 안심하다,..


돈을 들이지 않고, 그것도 자사 게시판에 기재한 하나의 글이, 효과적인 마케팅, 브랜딩 효과를 가져왔다.


브랜딩의 주요 목적은, 고객의 머릿속에서 우리 브랜드를 남아있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고객이 우리를 '다르게' 기억할만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그걸 '포지셔닝(Positioning)'이라고 부른다.

그런 측면에서 유한락스의 공익적 마케팅 활동은 꽤나 칭찬해줄만 하다고 생각한다.


건방진 말이지만,

유한락스는 이러한 분위기와 소비 심리를 깊게 연구해서,

즉 소비자가 반응했던 지점이 어디인지를 파악하는 노력을 하고,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이 어려운 시국에서 얻은 천금같은 기회를 부디 날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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