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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두만 Nov 21. 2022

MBTI는 어떻게 스몰토크의 주제가 되었을까?

형식에 관한 단상 (1)

 



  한동안 대한민국에 MBTI 열풍이 불었다. MBC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는 따로 특집을 마련할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했다. 어느샌가 MBTI는 대표적인 스몰토크 주제로 자리 잡았고, 이제 초면인 사람을 만나면 MBTI를 물어보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 모습이 드물지도 않다. 도대체 MBTI는 어떤 매력이 있길래 사람들에게 어필한 것일까?


  MBTI의 유행 이전에 비슷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던 것은 혈액형 성격설이다. 혈액형 성격설은 사람을 A형, B형, AB형, O형으로 나누고 각 혈액형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혈액형 성격설 또한 한 시대를 풍미할 만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으나, MBTI와는 본질적인 차이를 갖는다. 혈액형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으로 나의 의지와 무관하지만 MBTI는 특정 질문에 답하는 결과에 따라 나를 분석해주기에 신뢰성을 획득한다. 즉 혈액형이 유전설에 가깝다면 MBTI는 환경설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겠다.


  혈액형 성격설과 MBTI는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설명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자신을 규정해주기를 바라는 걸까? 형식(形式)은 사람에게 안정감을 준다. 형식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일종의 길잡이 역할이 되어주기도 하고, 대략적으로나마 대상을 파악할 수 있게 하며, 내가 어디쯤에 위치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형식에는 여러 특징이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사람들 또한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MBTI가 유행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단순한 몇 가지 유형으로 이해하는 일은 개개인의 몰개성화를 유발하겠지만, 그 집단에 속한 이들은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속한 형식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는 모습은 그렇게 해서라도 소속감을 찾으려는 모습으로 보인다. 느슨해진 현실 관계망의 자리를 유형론이 채우는 이유는 일반화를 통해 도출된 특징들을 쉽게 공유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쉽게 내적 친밀감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는 일반적으로 이해될 수 있기에 남들과 다르지 않다. 


  무엇이든지 빠르게 소모되는 세상에서 타인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타인뿐만 아니라 나를 오랫동안 들여다보기도 쉽지 않다. 그럴 때 MBTI는 단편적이지만 나를 이해하게 도와주고, 나와 통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일종의 도구 역할을 해준다. 세상에는 완전한 타인으로 태어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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