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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두만 Nov 23. 2022

비 내리는 풍경

비가 주는 정취



   밖으로  내리는 풍경은  모습 만으로 마음을 울렁인다. 비가 주는 정취는  밤에 언뜻언뜻 빗줄기가 보일  절정을 이루는데, 비가 내리는 밤에는  대낮의 빛이 신 세상이 공허하지 게 느껴진다. 비 내리는 풍경에 귀를 기울이면 여러 소리를 들을  있다. 비는 때로는 이파리를 두들기기도 하고 때로는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지기도 하는데, 온갖 사물과 부딪힐  만들어지는 소리가 밤을 가득 채운다. 비가 내리는 밤에 세상은 아직 잠들지 않았으나 온전히 깨어나지도 않아서 선잠을 자는 듯하기도 하고, 비몽사몽 꿈결 속을 헤매는 듯하기도 하다.


  날이 어두워지면 빌딩들은 모두 비슷하게만 보이고, 도로에는 무채색 차들이 전조등을 번쩍인다. 고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인간의 도시가 작동하는 모습을   있다. 신호는 정확한 시간에 바뀌고, 그에 맞춰서 차들은 천천히 움직인다.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마치 짜기라도  듯이 속도가 일정하다. 이따금씩 신호를 무시하는 오토바이들도 비슷한 주기로 등장한다. 습기와 빗방울로 흐릿해진 창문 밖의 풍경은 묘하게 현실감이 없어서, 여기가 사람 사는 공간이 아니고 코드로 짜인 프로그램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비는 만물의 존재감을 깨우는 듯하다. 먹구름이 가득 끼고 세상이 무채색이 되면 사물들은 그 자체의 존재감으로 각자의 자리를 지킨다. 비가 내릴 때, 숲은 숲만의 향기가 더해지고 도시는 아스팔트와 먼지 섞인 냄새가 올라온다. 비는 소리로 세상을 채우기도 하고 냄새로 세상을 채우기도 해서, 비가 오는 날에는 심심할 틈이 없다. 비가 올 때, 시선이 머무는 모든 곳이 신선하게 느껴지고 평소에는 맡지 못했던 냄새와 소리를 듣게 된다.


   오는  홀로  안에 있을  사람의 존재감은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빗소리는 내가 잊을 생각 없이 잊고 있던 것들, 어느 저편으로 치워져 있던 것들을 끌어올린다. 지우고 싶은 기억, 행복했으나 지금은 사그라져버린 감정,  때는 나를 구성했으나 지금은 희미해진 것들….  어떤 것들은 가라앉히고  어떤 것들은 상기시켜서, 과거의 것들과 현재의 것들이 뒤엉킨 상태로 만든다. 맑은 날의 뒤편으로 물러난 것들을 비는 전면에 등장시킨다. 그것들이 내 주위를 가득 채울 때, 세상은 상충되는 것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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