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두만 Dec 02. 2022

닭가슴살을 먹으며

유혹을 이겨내는 사람들

 



  하루에 한 끼 정도는 다이어트 식단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보통 퇴근하고 운동을 끝낸 후에 닭가슴살과 샐러드로 저녁 식사를 대신하는데, 문득 이 퍽퍽한 음식을 달고 사는 보디빌더의 고난이 떠올랐다. 닭가슴살이 맛있어서 먹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리고 닭가슴살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신체의 미(美)를 목표로 삼는 보디빌더들은 직업 특성상 닭가슴살이 해결해야 할 업무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디빌더들은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일반인보다 조금씩 자주 식사를 한다고 들었는데, 몇 시간마다 돌아오는 닭가슴살의 압박이 시시포스의 바위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허영만 선생님의 저서 '식객'에서도 보디빌더의 식단에 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그 책에서는 보디빌더를 '도시의 수도승'이라고 일컫는다. 맛있는 음식과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도시에서 보디빌더들은 염분과 단백질 함유량, 칼로리 등을 따져가며 온갖 유혹을 뿌리친다. 시즌기를 맞이한 보디빌더들은 최소환 식단에서만큼은 웬만한 종교인들보다 금욕적인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유혹에서 멀어진 상태로 몰두하는 일과 유혹을 마주하면서 몰두하는 일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현대 사회에서는 이전보다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당장 휴대폰을 열면 단기적 쾌락이 범람하는 유튜브가 있고, 그 옆에는 온갖 음식을 집 앞으로 주문할 수 있는 배달 어플이 있다. 손만 뻗으면 쾌락을 잡을 수 있는 세상에서 욕구를 참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보디빌더들은 유혹의 한복판에서 인간의 삼대 욕구 중 하나를 버텨낸다.


  물론 보디빌더들이 365일 식단을 관리하지도 않고 완전히 금욕적인 생활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시즌기에 들어설 때, 세상에는 여전히 식욕을 자극하는 광고들이 넘쳐난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해도 PPL로 치킨이 나오고, 거리를 거닐 때도 바로 옆에서 음식 광고가 부착된 버스가 지나간다. 비단 보디빌더뿐만 아니라 유혹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모두 숭고하다. 갈수록 유혹의 손길이 자극적이고 교묘해지는 세상에서 그 모든 것을 이겨내려는 사람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작가의 이전글 사랑에 관한 소고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