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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두만 Jan 06. 2023

개인의 능력, 부모의 능력

환경과 유전 (2)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수능에서 고득점을 한 학생의 분포가 높다고 한다.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들도 있겠으나, 수능 성적은 투입된 사교육비에 얼추 비례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수능은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시험문제를 풀고 그에 따른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간다는 규칙이 공정해 보이기도 하지만, 공교육 외에 사용된 사교육비에 따라 시험 능력에 유의미한 차이가 생긴다면 제도 자체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신한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평균 자산이 1억 1,561만원이고, 평균 월급은 262만원이라고 한다. 대학교를 졸업 후 곧바로 취직하고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겨우 가능한 금액인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이러한 부의 양극화는 소수가 기준치를 높이며 평균의 함정을 만들고는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격차를 벌리는 소수의 재산이 개인의 능력이 아닌 부모로부터 부여받은 자산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얻어낸 사회적 결과물은 대부분 우연에 의해 빚어진 것들이고, 그 뒤편에는 부모의 경제력이 자리 잡고 있다. 오롯이 개인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우리는 모두 알게 모르게 주위 사람들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고, 그런 환경에 노출되는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선험적으로 존재했음을 알게 된다. 형성된 가족, 살고 있는 지역을 태어날 때부터 정하고 난 사람이 있는가? 삶을 구성하는 것들은 대개 불가항력적인 우연성에 의해 결정된다. 능력 발휘에 따른 성취는 그에 앞서 무대가 조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불우한 환경에서도 빛을 보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뛰어난 재능, 유전적 특질을 가져도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가능성을 피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수의 성공 사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능성과 동기 부여의 예시로 활용되어야 하지, 그 사례가 문제를 도외시하는 근거로 사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개인의 능력과 환경의 영향은 이분법의 논리로 양분할 수 없다. 개인의 능력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상대적으로 부족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과 그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다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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