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만약에 우리

by max

(※영화 '만약에 우리'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주, 함께 보고 싶었던 영화 '만약에 우리'를 봤다.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없이 단지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해서 보러 갈 결심을 했다. 막연하게 멜로 영화겠지, 조금 슬플 수도 있겠지- 정도의 마음으로 큰 기대는 없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느낌이 왔다. 아, 이 영화 분명 괜찮은 영화겠구나.


이 영화는 요즘 극장가를 채우는 영화 재질이 아니다. 자극적인 범죄도, 경쟁이나 복수도 없다. 화려한 그래픽도 없고, 좀비나 판타지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멜로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불치병이나 과도한 신파도 없다.


사랑이야기임은 분명한데, 철저하게 현실적이고 차갑다. 그 시대를 그대로 관통하고 있어서일까. 몰입을 넘어서 어느 순간 과몰입 상태로 영화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나의 20대가 떠올랐다. 치열하고도 찬란했던 시절. 사랑과 꿈을 동시에 붙잡기 위해 무작정 달렸던 그때의 나와 우리. 그때를 회고하면서 잊고 지냈던 마음을 다시 만지는 기분이었다.


보는 내내 남편과의 추억이 가득한 그 시절이 떠올랐다. 남편도 같은 마음이었단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우리의 20대 사랑의 시작과 과정도 영화의 서사와 닮아있다. 다만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치열하게 살아오면서도 사랑을 끝내 놓지 않았다는 것.


영화는 현실을 버티면서 사랑이 버거워지거나 혹은 그 사랑으로 인해 나 자신이 못나지는 과정을 아주 현실적이게 그려낸다. 그래서 더 차갑고, 더 아프다.


우리의 그때를 돌이켜보면, 버티야 할 현실은 있었어도 사랑이 사치가 되어가는 과정이 아니었다. 사랑이 조금씩 현실에 밀리려 할 때마다 서로 깍지 낀 손 위로 남은 손을 덧대어 꼭 감싸주며 위기를 넘어왔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안다. 남편의 사랑이 끝내 나를 향했기에 가능했던 것을. 자신의 꿈에 가닿기 위해 이리저리 혹사하면서도, 끝내 나와의 미래가 궁극적인 목표임을 잊지 않았던 사람. 결국 내가 없으면 자신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을, 말뿐 아니라 태도로 보여주었던 사람.


그 마음이 있었기에 나도 놓지 않을 수 있었고, 가끔은 기대 쉴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 은호가 미웠다. 모든 것을 주겠다고, 심장도 내주겠다고 말하던 그 은호가 점점 비겁해지고 회피하며 초라해지는 모습이 너무 싫었다. 이런 은호가 너무 미우면서도 또 한편으론 이해도 되는 건, 왜...


지금의 우리가 '만약에 우리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다. 지금의 나는 잘 먹고, 잘 살고 있지만 남편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 상. 도. 하. 기. 싫. 다.


이번 영화는 단순하게 멜로 영화였다기보다는, 우리 기억 속 소중한 시절을 세세하게 들춰보게 만든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선물 같은 영화였다.


남편:우리는 참 저때나 지금이나 하는 짓은 참 똑같아?ㅋㅋㅋ
나:그러게, 우리 겉만 늙었지 진짜 똑~같다ㅋㅋㅋ
"사랑해"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어떻게 그런 마음이 가능했을까. 문득, 가난한 시절에 '사랑'은 뭘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작년즈음 말했다. "우리 진짜 가난했던 그때가, 사실 가장 행복하기도 했어" 이 말이 오늘따라 마음에 남는다.


그만큼 애절하고, 뜨거웠던 그 마음을 알기에. 그 시절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가난한 시절의 사랑은 누군가에게는 버겁고, 때론 비참해서 놓을 수밖에 없는 그런 것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냉혹한 현실을 그래도 함께 견뎌낼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하지 아닐까.


매달 월세가 무섭고, 외식 한 번 마음 편히 할 수 없던 시절. 그럼에도 손을 놓지 않고 서로의 꿈을 지지하고 응원하다 보니, 지금 우리가 함께 여기에 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