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쳤던 책을 다른 출판사에서 만났을 때
잘될지 안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국내 기획이든 외서 기획이든, 붙잡는 원고가 있으면 놓치는 원고도 있기 마련이다.
붙잡는 이유는 대부분 같다. ‘내용이 좋고 잘 팔 수 있을 것 같아서.’
반대로 출판사마다 원고를 놓치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외서 기획이라면 주로 ‘책’).
출판사에서 주로 내는 분야가 아니거나, 출판사와 방향이 다를 때. 즉, 출판사가 먼저 원고를 내려놓는 경우다.
반대로 출판사가 원했지만 놓쳐버리는 일도 있다. 국내 기획이라면 작가와 미팅까지 순조롭게 마쳤지만, 작가가 자신에게 맞는 다른 출판사를 찾아 떠난 경우가 있다. 외서 기획이라면 높은 선인세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편집자가 놓치는 책도 있다.
‘편집자가 놓치는 책’이란 편집자는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내부 회의도 통과하지 못한 채 소리소문없이 포기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편집자 혼자 해보고 싶다고 용기를 냈다가 수많은 반대표에 내려놓을 때. 즉, 위의 사례에는 포함되지 않는 또 다른 경우다.
이러한 경우는 다음과 같은 말이 주로 따라온다.
“책은 좋은데 팔기 힘들어.” “이런 책은 사는 독자가 아주 적어.”
내가 놓친 책이 다른 출판사에서 나오면 기분이 묘하다.
다른 출판사의 낯선 이름으로 등장한 책의 만듦새를 살피다 보면, 그저 한 가지 생각이 스친다.
‘어쨌든 기왕 나왔으니 잘 팔렸으면 좋겠다.’
반대로 아직 그 원고(또는 책)가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면 그 원고가 어디쯤 있는지 묻고 싶다.
나 이외에 발견되지 못한 채 어딘가에 가려져 있을까. 아니면 누군가 섬세한 손길로 매만지고 단장하는 중일까. 그도 아니면 처음으로 돌아가 작가가 다시 원고를 다듬는 중일까.
내가 좋게 본 만큼,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진 채로….
한편으로는 이러한 생각도 든다.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지 못하는 편집자.’
이러한 마음속 돌들이 무게를 지닌 채 쌓이다가 결국에는 탈이 날까, 걱정될 때가 많다.
커버 사진: Photo by Jeremy Cai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