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조사가 불러오는 것들
원고를 맡게 되면, 그에 관한 자료 조사를 하기 마련이다.
원고의 배경이 되는 이야깃거리를 주워 모아 어떻게 책을 만들지 골몰하는 과정은 책의 향방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같은 원고라도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책이 나올 수 있어서다.
먼저 관련 소재를 다룬 기사나 방송 자료를 찾아본다. 기사는 원고의 주제에 관해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하는지 보여주면서, 원고를 보완할 만한 화젯거리를 던져준다. 또한, 대중이 그에 관해 얼마큼 관심을 보이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유사 도서를 찾고, 그 책의 판매지수를 확인한다. 판매지수가 높은 책도 낮은 책도 그만한 이유를 분석해본다. 이 과정에서 원고가 가야 할 길은 더욱 선명해진다.
자료 조사는 출간 이후에도 이어진다.
출판사 SNS에 관련 사회적 이슈나 TV 프로그램을 연관 지어 올리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과정은 때로 ‘낚시글’이라고 비난받기도 하지만, 책의 중요성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분명 필요한 과정이다. 수많은 신간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묻히지 않으려면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만하다. 간혹 몇몇 출판사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책과 연관성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이슈들을 묶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사례는 출판사에서 자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전 출판사에서 SNS를 담당했을 당시, 조금이라도 책과 얽힐 만한 내용이라면 따로 메모해두고는 했다. 개인적으로, 편집자로 일하면서 이때 가장 즐겁다. 인지하고 있던 것이라도 깊이 파고들다 보면 아직 알지 못한 이면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사회문제를 다루는 인문 도서를 맡으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특정 사회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원고를 쓴 작가, 관련 보도를 한 기자, 그리고 그것을 두루 살피는 편집자마다 모두 다르다.
작가는 글을 쓰면서도 책이 잘 팔릴지 걱정이 앞선다.
가끔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던지면서 그것을 책으로 담아냈을 때 돈이 될까 걱정하는 작가가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이럴 때 작가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쓰던 대로 쓰는 사람과 잘 팔리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사람. 먼저 후자의 경우, 주객전도라 할 만큼 원고의 원래 목적이 뒤틀어져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생긴다.
여기서 ‘잘 팔리는 쪽’이라는 건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과는 다르다. 이 책을 읽어야 할 당위성을 생뚱맞은 이슈와 엮거나 읽지 않으면 뒤떨어지고 만다는 공포심을 조장하는 경우다. 원고에서부터 ‘낚시글’의 냄새가 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오히려 편집자가 원고의 목적을 환기하며 작가를 설득하기도 한다. 무의식적으로 인기를 좇다 보니 자신이 어떻게 글을 바꾸었는지 알지 못하는 작가도 있다.
쓰던 대로 쓰는 사람이 낫다. 작가가 원고를 크게 바꾸지 않는 쪽을 고수하든 편집자의 의견을 듣고 수정하든 말이다. 원고에서 판매를 끌어올릴 만한 요소를 찾기 힘들다면, 편집자는 여러 경로를 거쳐 그 요소를 찾아낸다. 자료 조사는 원고를 제대로 읽어내는 과정이면서, 독자를 어떻게 설득할지 분석하는 과정이다.
물론 대부분의 출판사에서는 처음부터 팔릴 만한 원고를 찾고, 작가에게 손을 내밀 것이다.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던진다 한들 출판사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해 낙담하는 작가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원고의 가치를 인정받아 출간하는 경우라면, 갑작스레 책이 팔리지 않을까 걱정하며 가던 길에서 뒤돌지 않기를 바란다. 불안하다면 편집자와 상의해볼 것. 그리고 편집자가 자료 조사로 찾아낸 책의 숨은 가치에 주목해볼 것. 이 두 가지를 먼저 기억하면 된다.
커버 사진: Photo by Markus Winkle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