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이거나 편집자와 일해본 사람이라면, ‘편집자의 교정교열 규칙’을 알고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전문 용어나 보조용언의 띄어쓰기를 통일하는 것이다. 단순히 맞춤법에 따라 글을 매만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외에도 편집자가 고집하는 것들이 있다.
규칙은 편집에 유용하지만 때로는 함정을 불러온다. 규칙만 따지다가 가려진 실수를 놓치는 일도 있고, 마감에 닥쳐 뒤늦게 규칙에 맞추려다가 없던 실수를 만들 때도 있어서다.
여기서는 내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배워왔던 편집자의 교정교열 규칙을 풀어내려고 한다. 글쓰기, 즉 윤문이나 고쳐쓰기에 관한 부분은 제외했다.
다른 편집자는 처음 보는, 나만의 규칙일 수도 있지만…. 당연히 이 글은 재밋거리로만 여겨주시길.
1. 띄어쓰기 통일
출처: 표준국어대사전(https://stdict.korean.go.kr/)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표준국어대사전 속 붙임표(-)는 복합어 구성을 알려주는 기호이며, 삿갓표(^)는 고유명사나 전문 용어에 주로 등장하며 단어의 형성 구조를 보여주는 기호라고 한다.
붙임표가 들어간 단어는 붙여 쓴다. 삿갓표가 들어간 단어의 경우,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한다고 한다. 이 경우 회사에 마련된 편집 지침을 따르거나 편집자가 규칙을 정하고 교정에 임한다. 예를 들어, 전문 용어가 대거 등장하는 원고의 경우 원칙에 따라 띄어 쓰다 보면, 글이 벙벙해질 수 있다.
2. 보조용언 띄어쓰기 통일
출처: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List.do?mn_id=216)
보조용언도 마찬가지. 원칙은 띄어쓰기지만, 띄어 쓸지 붙여 쓸지 미리 잘 정해두어야 한다. (언제나 유용한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3. 숫자, 영문과 글자 붙이기
이렇게 줄 끝에 숫자나 영문이 걸려 다음 글자가 밑줄로 내려가는 경우, 숫자나 영문이 아래 글자와 붙을 수 있도록 자간을 조절한다.
4. 최소 문장 3줄
장 앞에서 본문이 1~2줄로 애매하게 끝나는 경우가 있다. 밑에 여백을 넉넉히 남긴 채로. 이 경우에는 앞부분을 다듬어 1~2줄을 앞 페이지로 올리거나, 반대로 3줄 이상으로 늘린다. 아니면 글 아래에 일러스트를 넣을 때도 있다. 문장을 억지로 늘려야 하거나 글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내버려 두기도 한다. 오탈자는 아니니까.
5. 한 글자 올리기
문단 끝에 한 글자만 덩그러니 남기고 문단을 마칠 때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자간을 줄여서 마지막 글자를 윗줄로 올리거나, 자간을 늘려서 윗줄 끝 글자를 마지막 줄로 끌어내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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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따옴표 모양 확인
'브런치' 가끔 원고에 따옴표가 둥그런 모습이 아닌, ', " 같이 빗살 모양으로 적혀 있을 때가 있다. 보통은 인디자인에 앉히기 전 모니터 교정에서 걸러낼 수 있다. 명조 폰트에서 쉽게 잡아낼 수가 있어서, 간혹 고딕으로 온 원고가 있었을 때는 명조로 글씨체를 바꾼 다음 교정을 진행했다.
7. 원어를 붙일지 말지
‘뉴욕(New York)’ 외래어가 원고에 처음 등장할 때, 원어를 붙일지 말지도 편집자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나의 경우 보통 인명은 원어를 옆에 붙여 썼고, 지명의 경우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리지 않은 경우에만 원어를 붙여 썼다(전문 용어는 웬만하면 원어 표기). 뉴욕은 그냥 뉴욕인 걸로.
8. 단위 표기 방식
킬로미터를 ‘킬로미터’로 써야 할까, ‘km’으로 써야 할까. 단위명과 단위기호가 원고에서 함께 쓰이면, 한쪽으로 맞추는 것이 좋다. 보통 본문의 경우 책 특성에 맞게 통일했고, (내 눈에는) 처음 보는 단위의 경우에는 옆에 단위기호를 붙여 썼다. 표나 그래프에 단위가 들어갈 때는 단위기호를 그대로 두었다.
9. ‘천’, ‘만’부터는 다르게 표시
86,000개, 100,000원. 이렇게 천, 만 단위로 수량이나 금액이 맞아떨어지는 경우 ‘천’ ‘만’ 글자를 넣어서 표기했다. 8만 6천 개, 10만 원 이런 식으로. 문장이 벙벙해지지 않으면서도 독자가 수치를 한눈에 확인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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