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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Nov 27. 2023

은퇴는 누구나 하게 된다

은퇴당하기 전에 내가 먼저 한다! (D-400)

어느새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도 17년이 다 되어간다.

17년 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생각해 보면,

대학졸업을 앞두고 백수가 될 위기에 놓여있던 스스로를 자책하며

혹여 누군가가 취업에 대해 물어볼까 봐 두려울 뿐이었다.


앞뒤 없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았던 20대는

외벌이 교사이신 아버지의 월급 뿐인 빠듯한 가정형편에도

행여 자식이 서울에서 기죽을까, 대학 학비를 보내주셨던

부모님의 희생 덕분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며 소중한 20대 초반을 보냈건만,

수년간의 경험 끝에 내가 찾은 목표는

'돈만 버는 것보다는,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 그뿐이었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무엇을 더 했어야 했는지 알 것 같지만

그 당시에는 거기까지 찾은 것도 잘한 줄 알았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취업을 하고

여러 차례의 이직을 거쳐

지금까지의 삶 중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데

이제는 직장에서 벗어나고 싶다.

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도 둘이나 딸려있는 4인 가족의 아빠인데

올챙이 적 생각하지 못하는 배부른 소리인지

단계마다 그다음 목표가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는 모르겠다.

자꾸 생각나고 떠오르는 그 마음을 외면하지 못했다.

다만 현실적이어야 했다.


사진: Unsplash의Angelo Pantazis


이른 은퇴를 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지만

"로또만 되어봐라"가 아니라

내가 그것을 실제로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내와 가까운 지인 한 두 명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구.신사임당 주언규 님의 말마따나

목표를 말해봤자

그것을 이루면 다른 사람들에게 질투를 유발하고

못 이루면 허언증이 될 뿐이니까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nqzJwDVW8ek




사실 생각해 보면 은퇴는 누구나 하게 된다.

우리의 목표는

그 은퇴를 떠밀려서 하기보다는 내가 선택해서 하고 싶은 것이고,

일을 그만두고 활동하지 않는 은퇴라기보다는

<회사>라는 프레임 밖에서 주도적으로 살아보고 싶은 꿈이다.


직장인들은 회사를 벗어나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지만

어차피 언젠가 회사를 나가야 한다.

내가 회사를 다닐 수 있는 시간은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는 동안뿐이다.


회사 밖에서 살아남으려면

누군가가 꼬박꼬박 주는 월급이 아니라

나 스스로 만들어가는 소득이 필요하며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갈지를 스스로 설계하는 힘이 필요하다.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이른 은퇴의 준비가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쨌든 조금씩 앞으로는 가고 있으니

목표로 하는 시간이 지났을 때에 돌아보며

그때까지 움직인 만큼을 인정해 주면 되기 때문이다.


가다가 멈추면

거기까지 간 것 아닐까? :)



표지사진: UnsplashAngelo Panta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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