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투자가 잘 되지 않아서 좋은 점

오늘 하루의 감사함을 알게 되었다는 것

by 제미쓴 일단 해봐

저축 밖에 모르는 직장인으로 살았다.

5년 전, 처음으로 재테크, 투자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소소하게라도 도전해봐야 배우는 것이 있을 것 같아

최대한 안전(?)해보이는 곳들에 투자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조금 있었던 여유자금, 그 다음은 대출이었다.

대부분은 부동산이었는데

시세의 상승도 잠시, 본격적인 하락장이 시작되며

적극적으로 투자를 했던 2021년, 2022년의 투자처들은

여전히 손해를 보는 중이다.


특히 2022년이 그랬다.

조기은퇴, 파이어를 한 사람들이 너무나 부러웠고

나도 빨리 투자해서 수익을 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뭐라도 해야한다는 초조함과 강박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지나고보면 그렇게 조급하게 무언가를 시작해서는 안되는 것인데

이 또한 경험으로 배운다.


그 결과,

최근 2년은 투자보다는 마음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

여전히 손해 중이지만 마음은 안정이 되어가고 있다.

돌아보면 실패를 해서 참 다행인 부분들도 있다.


분명 나는 성장했고,

특히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큰 성장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투자가 잘 되지 않아서 좋은점


1. 부동산은 불패가 아니고, 무조건 수익이 나는 것은 없다.

장기우상향이 모든 부동산에서 통하는 말인줄 알았다.

그렇지만, 최소한 우량자산과 그렇지 않은 자산 사이의 격차는 존재한다.


2. 계획은 내 희망이 아니라, 실현가능한 것으로 구성해야 한다.

긍정적인 상황을 상상하여 만든 계획은 계획이 아닌 희망일 뿐이었다.

투자의 실패를 통해 내 계획이 얼마나 위험에 약한 것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3. 내 의지는 다만 의지일 뿐이다.

내가 하려고 마음먹으면, 반드시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의욕과는 별개의 문제로 시장은 내맘대로 되지 않는다. 겸손해야 한다.


4. 금전적 문제가 없는 하루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맞벌이 월급을 모두 대출 이자에 쏟아붓고도 매월 700~1,000만원의 대출이 늘어나기도 했다.

원금이 늘어나는 것은 공포 그 자체.. 돈 문제 없는 하루 하루가 이렇게 소중할 줄이야.


5. 성실한 직장인의 삶이 대단함을 배웠다.

투자를 하다보면, 근로소득보다 자본소득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매월 월급으로 이자를 메꾸며, 이 감사한 근로소득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됨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투자에 대해 공부를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나는 투자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고

근로소득만으로 살아온 '성실한 직장인'을 조금은 답답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그 성실한 직장인에는 우리의 부모님처럼 꾸준히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었던 것 같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일이 힘들든 그렇지 않든

어제처럼 오늘을, 오늘처럼 내일도

꾸준히 수십년을 쌓아올리셨던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그 덕분에

우리가 이만큼 살고 있는 것은 아닐지.

꾸준한 일상은 기적이고, 하루하루가 감사할 뿐이다.


투자가 잘 되기만 했다면 결코 배우지 못했을 일들을

이렇게 배워간다.

배울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무사한 오늘 하루가 주어졌음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keyword
이전 01화회사에서 천천히 안전하게 벗어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