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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Oct 18. 2022

40대 남편과 아내의 <행복의 조건>

월급에서 벗어나기 D-805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나.. 싶지만

우리 부부는 평범한 40년을 살아왔다.

(40년이 두 명씩이나 한 문장에 요약되었다.)


지방에서 초중고 학교를 다니고, 서울로 올라와서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중반에 취업을 하여 몇 차례 이직을 거치며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으며

그 사이 결혼하여 맞벌이를 하면서 두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

친정과 시댁은 지방에 계시기 때문에

양가 부모님의 도움 없이 둘이서만 육아를 하고 있다.


평범한 삶의 특징은, 굉장히 수동적인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학교에서, 회사에서 우리는 항상 어떤 "상황"에 놓여왔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는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할지 정도이다.


창문을 통해 세상을 보지만, 창문은 보이지 않는다.


설명하자면 이렇다.

학창 시절, 수학 시간이 되면 나는 가만히 앉아있고 수학선생님이 오셔서 진도를 나간다.

나는 그 진도를 충실히 따라가거나 예복습을 철저히 해서 점수를 잘 받을 수 있고,

노력하지 않아서 점수를 덜 받을 수 있다.

수학 시간, 수학 공부라는 프레임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회사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부서에 발령이 나고, 부서장이 주는 업무를 소화한다.

잘 해내서 에이스가 될 수도 있고

잘 하기는커녕 기본도 따라가지 못하여 뭔가 다른 무기를 찾아야 할 수도 있다.

"일"이라는 프레임이 정해져 있다.

물론 적극적으로 창의적으로 일하는, 주인의식 풍부한 직장인들도 많이 있다.

프레임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그것을 통하여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인데

그것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직장을 그만둔다면?

나에게 주어진 프레임이 갑자기 사라진다.

나도 내가 프레임 안에서 산다는 사실을 몰랐다.

알게 된 계기는 1년반의 육아휴직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평생 누군가가 내주는 숙제를 하면서 살아왔다.

육아휴직 기간도 물론 육아와 집안일로 너무나 바빴지만

그 스케줄은 내가 만들었고, 그 숙제들(돌봄, 등하원, 요리, 씻기기, 놀아주기, 재우기 등등) 역시 내가 정하고 행동했다.


육아휴직은

주어진 밑그림대로 그려야 하는 "색칠공부 그림책"에서 "하얀 도화지"로 나의 시간을 갑자기 돌려놓았다.

선택과 자율성이 내 인생의 주인을 나로 만들어주었다.

( = 회사 안 가서 좋았다는 말을 이렇게 써보았다.)


언젠가 회사 없는 삶을 살게 된다면,

우리 부부에게 다시 하얀 도화지 같은 시간이 펼쳐질 것이다.

그때 우리는 도대체 무슨 그림을 그리고 싶길래

그냥 갑자기 문득 할 수도 있는 "퇴사"를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여서 무슨 디데이가 800일 넘게 남은 초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것일까.


https://brunch.co.kr/@fire-in-30s/34


아내와 나는 미래를 그려보기 위해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에서 읽은 바와 같이,

우리만의 행복 리스트를 만들어보았다.


재밌게 살고 싶은 제미쓴(남편)의 행복리스트

1) 스스로 일상 계획을 세우고 내 시간을 주도하기
2) 공원과 도서관이 근처에 있는 깨끗한 보금자리
3) 걷고, 산책하거나 등산하기
4) 돈이 되지 않더라도,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기
5) 가족을 위해 요리하고, 함께 먹고, 담소 나누기
6) 재테크 공부를 꾸준히 하여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는 가정 꾸리기
7) 배드민턴처럼 푹 빠져들만한 운동을 찾아서 꾸준히 하기
8) 가족들과 매주 나들이 가기, 매월 1박 2일 놀러 가기
9)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맥주 한 잔과 수다
10)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한 가지라도 하기


호호제이(아내)의 행복리스트

1) 아침이 주는 선물의 소리를 만끽하며 하루를 시작하기
2) 땀 흘리는 운동으로 몸과 정신의 건강을 유지하기
3) 작업실에서 정해진 시간에 창작 활동을 하기
4) 단 5분이라도 매일 그림을 그리는 행복한 습관
5) 책, 그림, 음악, 사람, 자연, 풍경에서 새로운 시선과 사유를 발견하고 기록하기
6) 후회하지 않도록 가족들을 많이 안아주기
7) 양가 부모님께 매월 소소한 먹거리 선물 보내드리기
8) 걷고, 달리고, 산책하는 공원 일상을 가족과 함께 자주 보내기
9) 남편과 가끔 카페 데이트 및 가족 일상 점검, 그리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기
10) 악기 연주, 언어 공부 등 지속 가능한 학습 취미 갖기


참고로 우리는 둘 다 내향인이다.

조용하고 정적인 특성이 드러나는 각자의 행복리스트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진 뒤,

서로 설명하며 하나씩 하나씩 공유하고 공감하였다.

이제 비슷한 미래를 꿈꾸는 부부가 되었다.


한 달에 한 번은, 행복리스트를 다시 꺼내보고 되새기며

혹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추가할 것이다.



다행히(?) 세계 여행이라던가 외제차 뽑기 같은 고비용 활동이 없어서 한시름 덜었다.

부부의 행복리스트의 공통점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1. 소박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낌

2. 공원과 도서관이 필요함

3. 가족들과 시간 보내기

4. 각각 나름의 의미 있는 활동 해보기


그렇다면, 현재 기준으로 시뮬레이션 해 본 지난 브런치 글의

"은퇴를 위한 예산"의 수준을 그대로 사용해도 될 것 같다.


https://brunch.co.kr/@may1st/51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남편과 아내는 다행히도 비슷한 성향이고, 소비 습관도 소박하다.

현재 수준의 소비가 이어질 것으로 가정하여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진지한 퇴사의 이유를 확인했고,

행복 리스트를 공유했으며,

은퇴를 위해 얼마가 필요할지 계산도 해보았다.


다음은 "퇴사를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을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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