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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Jan 08. 2023

기를 쓰고 회사를 관두면, 그 다음은

은퇴를 위한 마스터플랜 세우기 5/5 (D-723)

(4편에서 이어진 글입니다)


3편

https://brunch.co.kr/@may1st/62


4편

https://brunch.co.kr/@may1st/63


순서

회사를 그만두는 현실적인 계획

1. 행복의 조건(★★★)

2. 경제적 목표의 수립(★★★)

3. 경제적 목표의 달성방법(★★★★)

4. 주거 이전(★★)

5. 은퇴 이후의 삶(★★★★★)




습관처럼 말하는 "아! 직장 그만두고 싶다!" 를 실제로 실행해보면 어떨지

몇 달에 걸쳐 다른 분들의 사례를 보며 계획을 세워봤다. (이게 뭐라고 너무 열심..)

행복 리스트과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목표 달성 방법, 거주 이전까지 대략의 플랜을 만들었다.

이제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하고 수정하며 현실로 만들 것이다.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중간에 조급해하지 않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계획들이 향하는, 목적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5. 은퇴 이후의 삶(★★)

신기하게도, 40대 직장인으로서 은퇴 계획을 세우는 시간은

끊임 없는 <나 자신과의 대화>의 연속이었다.


나는 언제 행복할까?
나에게 얼마의 돈이 필요할까?
그 돈을 만들기 위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곳에 살고 싶어할까?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할까?

등등.. 자신에게 끝없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이 질문들은 하루이틀 집중해서 갑자기 물어본 것이 아니다.

처음으로 진지하게 은퇴를 꿈 꾸었던 때부터

조금씩 조금씩 오랜시간 동안 나 자신에게 물어왔다.


그런데 낯설게도, 나는 나에 대해 의외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아는 척하며 그럴듯한 말을 만들어내어 메모장에 적어놓고나서

며칠 뒤에 그 메모를 읽으면 하나도 가슴이 뛰지 않았다.

이상했다.

대표적인 것이 "은퇴 후의 일상 계획"이었다.

그렇게도 절실하게 은퇴를 원한다고 생각했는데

은퇴 후의 삶을 적어놓고 아무리 다시 읽어보아도 별다른 흥분을 느끼지 못한다는게 아이러니했다.


하나도 설레지 않았던 은퇴 이후의 일상 계획

- 일찍(6~7시) 일어나 집 정리를 한다.
-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을 준비한다. 아이들을 등교시킨다.
- 작업실에 앉아 나만의 오전 업무에 몰입한다.
-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즐긴다.
-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그냥 하고 싶은 걸 한다.
- 아이들이 귀가하기 전에 저녁을 준비한다.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면서

내가 처음에 썼던 '은퇴 후에 할 일', '퇴사 후의 꿈'은

나 자신이 아니라 남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그런 것 말고,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

그런데 정말로 선뜻 떠오르지가 않았다.


"월급노예"라는 단어만 생각난다.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 댓가로, 착실한 노예의 생각과 노예의 태도를 가지고 살아왔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과 해야할 일을 해결하는데 급급해왔을 뿐이었다.

16년째 내 시간과 노력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회사에게

이제 그만 좀 하라고, 제발 나는 조금이라도 쉬고 싶다며

회사를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막상 벗어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제대로 알지도 못했던 것이다.

자유를 구체적으로 꿈 꾼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문득, 주인님이 시키시는 끊임 없는 일들이 힘들어서

주인집을 탈출하고만 싶은 노비의 상태와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다.

어디로 갈지도 모르면서..




40대 은퇴 후의 삶을 계획하면서

파이어를 실험 중인 블로거 <자유여량>님의 글과 유튜브 영상을 많이 참고하였다.

물론 나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소중한 이야기를 담은 영상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AGfiwl-ywU


영상의 요지는 이렇다.


"직장인들은 월급만큼 월세를 받으며 놀고 먹는 삶을 꿈꾸지만, 책 읽고 카페가고 놀고 여행다니고 누군가를 만나는 삶은 만족도가 오래가지 못합니다.

성취감, 세상에 주는 가치, 성장이 느껴지는 것, 몰입감, 사람들과의 관계, 금전과 연결되는 것 등이 혼재되어 있는, 자신이 바라는 삶을 설계해야 합니다."


은퇴 후의 일상 계획이 하나도 설레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좋아하고, 내가 하고 싶어하는 바로 그 <무엇>이 빠져있기 때문이었다.

'회사가 아닌 것'에서 벗어나 '내 것'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앞으로의 일상은

경제적인 은퇴 준비 외에도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 없이 솔직하게 나에게 다시 묻고,

탐색하는 과정이 포함될 것이다.


그러고보니 웃겨보일 수도 있겠다.

이제 겨우 계획을 세운 것 뿐인데,

은퇴하고 무엇을 해야할지를 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말이다.

복권 한 장 사놓고, 당첨금으로 뭐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혹시 모르지 않은가?

게다가 나는 그 미래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정말로 믿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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