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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May 16. 2023

인허가만 끝나면 된다고 누가 그래?

착공을 위한 끝없는 도전!

애초에 토지(구옥)의 매도인이 집을 비워주기로 한 날짜는 2월 말이었다.

2월까지 인허가가 완료되면 3월에 구옥철거, 착공신고를 준비하여

잔금을 앞당겨 치르고,

3월 말에는 착공을 하고 싶었다.


착공 시기를 앞당기고 싶었던 이유는
먼저 금융비용의 부담이다.
신축을 위한 자기자본, 에쿼티조차 대출로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높은 금리는 특히 문제였다.

두 번째 이유는 장마가 오기 전에
골조공사를 마치고 싶어서였다.
상가주택 신축은 크게 외부공사와 내부공사로 나뉘는데,
외부공사 중 철근과 콘크리트로 높이를 쌓아 올리는 골조공사는 날씨가 좋아야만 가능하다.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목표가 한 채만 짓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비록 아직 착공도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2차, 3차의 신축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인허가 접수 자체가 3/13 에 이뤄졌으니

아무리 빨라도 3월 말 인허가 완료를 기대해야 하는데, 구청의 검토에 군부대의 협조가 걸려있다.

빠른 착공은커녕,

이제는 토지의 잔금일정을 지키지 못할 것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좌)사진: Unsplash의Munir Rani / (우)사진: Unsplash의Soyoung Han


작년 10월 초에 토지를 계약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잔금은 6개월이 남아있었고, 일정은 너무나 넉넉했다.

내가 단순하게 퉁쳐서 생각했던 '설계'와 '인허가'는 사실 이렇게

하나하나 쉽지 않은 구체적인 과정이었던 것이다.


1) 가설계(2022.09)

2) 용도변경(2022.12) 및 건축심의도서 준비

3) 건축심의탈락(2023.01)

4) 재심의완료(2023.02)

5) 실시설계(인허가도서) 완료 및 인허가접수(2023.03)

6) 구청 내부 검토 및 외부협조(군부대)


막연히 건축사무소에서 연락 주기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 구청 건축과에 직접 전화하는 일이 잦아졌다.

아무리 조심스레 통화를 하더라도

구청 담당자에게는 나 같은 건축주가 한 둘이 아닐 테니,

자꾸 전화를 하는 것이 미안했다.

최대한 정중하게 부탁하듯이 통화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점점 시일이 경과할수록 매달리는 듯한 태도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협조 군부대의 건축 담당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조르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3월 중에 건축허가가 나오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하지만 빠듯한 일정에 동동거리며 마음이 급한 사람은 건축주뿐이었다.

또 하나, 여기저기에 전화를 하고 하소연을 하고

방법을 찾으려 애를 써봐도

결국 이 일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과정마다 자신의 일을 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결과물임을 알게 되었다.


인허가 과정만 해도

건축사, 건축사무소 직원들, 구청 건축과, 협조를 구하는 유관부서, 심의위원회, 육군, 공군...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연관되어 있으며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우리는 우리대로 항상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필요한 것은 겸손함과 침착함, 꼼꼼한 준비와 기다림인 것 같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인허가가 빨리 되지 않는 현실을 걱정하고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잔금 일정(4월 중순)을 지키지 못할 때의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는 일에 마음을 다하고,

할 수 없는 일은 기대를 갖되 기다림이 필요할 것이다.


전화를 돌리는 일은 '할 수 있는 일'에 속했다.

매번 똑같은 질문을 하고 한 두 마디 물어보고 끊지만 이거라도 해야 했다.

3/31 퇴근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청에 전화를 걸었다.

바쁘실 텐데 자꾸 전화드려 죄송하다, 혹시 군부대에서 회신이 왔을지 궁금해서

전화라도 다시 드렸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협조 공문 회신이 왔어요^^ 빠르면 다음 주 초에 인허가 날 것 같습니다."




인허가 과정이 끝나간다는 소식이었다.


드디어, 드디어 이 순간이 우리에게 찾아와 주다니

너무나 기쁘고, 고맙고, 천만다행이었다.

잔금일정을 지킬 수 있게 되어 매도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서 감사했고,

드디어 공사가 시작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아내에게, 멘토님에게도 알렸다.


2023년 4월


4/5 인허가 완료


토지 계약 이후 6개월이 걸렸고,

드디어 큰 산 하나를 넘은 기분이었다.

그래 결국 되는구나. 앞으로 물 흐르듯 잘 진행되면 좋겠다.

어쨌든 인허가가 나왔으니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건축허가필증



하지만..

마음 편한 일들만 남아있을 줄 알았던 생각들을 보기 좋게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에게는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건축자금 대출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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