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와 인허가 외에
다음으로 해결해야하는 과제는 대출이었다.
★ 설계만 끝나면 된다고 누가 그래?
★ 인허가만 끝나면 된다고 누가 그래?
주제별로 쓰다보니 따로 다루게 되었지만
대출 문제는 인허가와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다.
토지를 계약한 10월까지만 해도 빠르게 설계/인허가를 완료하고
일정을 당겨서 잔금을 치르고 착공을 앞당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다만 매도인이 2월말에 명도를 완료해주기로 했기 때문에
철거와 착공은 그 이후에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가장 이상적인 목표는 3월 착공이었고
토지 계약서를 쓰는 날,
부동산에 동행해주신 멘토님의 의견대로
그래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혹시 모르니 잔금일을 4월 중순으로 최대한 미뤄놓았다.
나중에 그 선택은 신의 한수가 되었다.
늦어지는 인허가에 머리가 아팠던 2월,
그때까지만해도 그래도 3월 중순에는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4월 초에 인허가가 완료된다.)
뭐든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니까,
2월 중순에 본격적으로 대출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대출을 알아보는 것은 이사갈 집을 알아보는 것과 비슷하다.
굉장히 중요하고 어긋나면 큰일나는 일인데,
너무 일찍 준비하지는 못하고, 꼭 임박해서 준비를 한다.
우리가 1년 뒤에 이사갈 집을 미리 알아보지 않는 것처럼
토지/건축 대출은 빨라도 3~4주 전에 알아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 토지잔금 대출, 2) 건축자금 대출 이다.
온라인 콘텐츠, 책, 강의를 들으며 신축 공부를 할 때
토지와 건축자금 합계의 30%(또는 토지의 50%) 정도가 일반적으로 필요한 에쿼티라고 배웠다.
에쿼티 외의 자금은 대출로 이뤄진다.
1) 토지잔금 대출 : 토지의 80%
2) 건축자금 대출 : 건축비의 60~70%
건축과정은 매우 높은 레버리지를 통해 이뤄지는데,
완공이 되고나면 임대보증금으로 일부를 상환하고
남은 대출은 월세로 이자를 부담하면서 계속 끌고간다.
이러한 금융구조가 가능하려면 전체 프로젝트 비용의 70%에 달하는 토지 및 건축자금 대출이 원활하게 나와줘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그렇지만!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한 2022년 10월 이후의 상황은 일반적이지 않았다는게 문제였다.
급속한 금리인상과 함께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은행들이 자발적/강제적으로 대출 심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토지잔금과 건축자금 대출이 막힌 것이었다.
2022년 연말에 대출을 준비하던 다른 건축주가
자금을 구하지 못하여 토지를 나대지로 그냥 두고 있거나,
잔금일을 하루 앞두고 겨우 대출처를 찾았지만
그마저도 크게 부족한 금액이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잔금일이 지났지만 잔금을 치르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꼭 필요한 금액만큼 대출이 안 나오면 어쩌지?
모자라면 나는 그 돈을 어디서 구해올 수 있을까?
새해가 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크게 동요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2023년 2월 중순
멘토님이나 다른 건축주분들에게 물어 은행에 전화를 돌리고
대출 한도 산정에 필요한 서류들을 보냈다.
몇 군데 전화를 해보니 긍정적인 답변이 별로 없었다.
적극적으로 움직여보기 위해서
대출상담사분들의 연락처 리스트를 확보하여 단체 문자를 보냈다.
[건축비 대출문의] 안녕하세요 저는 OO동에서 4층 다중주택을 신축하는 건축주 입니다.
토지의 80%, 건축비의 60~70% 한도로 총 0000원의 대출을 찾고 있습니다.
잔금 예정일은 3월말입니다. 불쑥 문자드려 죄송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30곳 가까운 곳에 문자를 보냈고,
그 중 10곳에서 회신이 왔다.
다만 이 시기는 시공사와의 계약을 진행하기 전이었기에
정확한 시공비 견적서와 시공계약이 없는 상태였다.
본격적인 대출 진행이 가능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시공사 견적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설계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느 한 곳이 꼬이면 이어서 다른 부분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일단 검토를 해보겠다는 10곳에 필요한 증빙서류들을 보냈다.
검토 후에 재회신을 준 곳은 5곳.
긍정적인 회신은 3곳에 불과했다.
2023년 3월 초
그래도 긍정답변이 있는게 어딘가 싶어 감사한 마음이었다.
아직 인허가가 나지 않은 설계로 건축비 견적을 받고,
시공사와의 계약을 완료했다.
대출 신청에 필요한 시공 견적서와 계약서가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은행 심사에 들어가면 한도가 나오지 않거나
추가적인 에쿼티 입금을 요구하였다.
(돈이 없어서 대출을 받으려는데 돈을 가지고 오라는?)
이제 리스트는 남아있지 않았다.
공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대출을 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은행에 직접 전화를 해보기 시작했다.
휴가를 내고 이틀동안 지도를 검색하여 물건지 근처의 은행 수십 곳에 전화를 돌렸다.
물건지가 속한 구, 인근 구에 위치한 은행에는 모두 전화를 돌렸던 것 같다.
건축자금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은 6곳 정도,
심사에 통과한다는 조건 하에
한 은행이 제시한 가장 높은 한도는 공사에 필요한 금액보다도 1~2억원 낮았다.
2023년 3월 중순
낮은 한도라도 대출을 받아야할지 망설여졌다.
하지만 그렇게되면 토지잔금을 치르고 난 후, 건축자금이 부족해진다.
결국 다른 곳에서 또 대출을 얻어야할텐데
이미 대출이 꽉 차있는 상황에서 대출이 더 나오기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대부업체나 사채가 최후의 방법이었지만
높은 이자와 신용 하락을 생각하면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필요한 한도를 제시해주는 은행을
딱 한 곳만 찾으면 되는데.. 점점 시간이 촉박해지고 있었다.
(2편에서 계속)
★ 자금문제 해결의 기록(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