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미쓴 일단 해봐 May 15. 2023

설계만 끝나면 된다고 누가 그래?

그렇게 쉽게 건축을 시작할 수는 없지

먼저 설계와 인허가에 대해 지난 6개월간의 일들을 정리해본다.


2022년 10월

2개월 넘게 찾아다니던 토지를 계약했다.

수익성 확인을 위한 가설계가 이미 되어있었고 곧이어 설계계약도 완료하였다.

가설계가 되어있으니 본 설계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층 상가의 구성과 4층 다락의 계단 및 공간 구획 정도의 소소한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이제 본격적인 신축이 시작될 것이라는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2022년 12월


12/9 용도변경 승인 완료(11/16 접수)


우리는 건축을 하기 위한 '토지'로 이곳을 계약했지만

실상은 30년 넘은 빨간 벽돌 2층집이 있었던 곳이었기에,

취득세 부담을 덜기 위해 주택을 상가로 용도변경 하였다.

용도변경은 건축사님을 통해서 진행을 했고, 설계비 외 별도 비용이 추가되었다.


(※ 2022.10.25 이후로는 용도변경을 하면 매도인은 상가로서의 양도세를 부담합니다.)

https://brunch.co.kr/@may1st/74


2023년 1월


1/6 건축심의 접수

1/19 건축심의 결과 : 재심의 판정

 - 출입문 위치 및 1층 복도 폭, 4층 일조선 조정


우리가 속한 지자체는 건축인허가 전에 <건축심의>라는 별도의 과정이 있다.

건축법령의 적용과 건축선, 경관 등 구청이 요구하는 기준의 충족 여부를 심의하는데,

구청마다 다르겠지만 한 달에 2회 정도 건축심의위원회가 개최되고 한 회에 10건 정도를 심의한다.

심의를 접수하더라도 앞서 대기 중인 심의 건이 많다면, 우리의 순서는 뒤쳐진다.

용도변경이 완료된 후, 건축심의도서를 준비하여 접수하였으나

결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재심의" 판정이었다.


건축사님도 적지 않게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이 때에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10월 토지 계약 이후 건축사무소의 설계 업무처리가 늦다는 느낌에

불만이 쌓이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매월 수 백만원의 이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최소 1개월이 늦어졌다.


(좌) 건축심의도서 중 우오수계획도, (우) 재심의 판정이 난 심의의결서


2023년 2월


2/6 건축심의 보완하여 재접수

2/23 건축심의 결과 : 심의 통과(의결)


재심의 접수를 하였지만 순서에 밀려 2/9 심의에 포함되지 못했고

1월 중에 완료될 줄 알았던 건축심의는 2월 마지막 주에 끝났다.

설계계약 이후 4개월 동안의 결과치고는 아쉬움이 컸다.

12월에 용도변경, 1월에 심의도서 준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인허가 준비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

건축사무소에서 조금씩은 준비를 하고 있겠거니 했지만..

(그 기대를 말로 표현하고 요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2023년 3월


3/13 인허가 도서 접수(구청 접수증 기준)


다음은 접수 후 최소 2~3주가 걸리는 본격적인 건축인허가가 기다리고 있다.

실시설계가 포함된 인허가 도서가 준비되어야 한다.

건축심의의 재심의 판정이 나온 1/27 에

건축사무소는 재심으로 늦어진 일정에 대해서

심의 보완과 별개로 실시설계를 미리 준비를 하고 있다가

심의가 통과되는 즉시 최대한 빠르게 인허가 접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나고나서 보니 3주일이 걸렸다.

결과적으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사실 1/20 에 있었던 심의 탈락(재심의 판정)도

일주일이나 지난 후에 구청에 직접 전화해서 알아낸 것이었고,

오매불망 일정을 당겨서 비용을 절감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건축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좋은 vs 나쁜 건축사무소? 내가 하기 나름?


경험해보니 건축사무소는 건축주에게 먼저 연락하여 친절히, 상황에 맞게 일을 진행해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건축사무소 입장에서는 건축주가 세세한 업무 순서와 일정을 잘 모르고

건축사무소가 해주는 대로 받는 것이 편할 수밖에 없다.

연락이 자주 이뤄진다면 건축주는 자신을 위한 요구사항을 쏟아내어

건축사무소의 업무량을 늘려줄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건축주가 먼저 건축사무소와 소통을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물론 어떤 측면에서는
건축사의 보이지 않는 활동을 건축주가 알 수 없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건축주에게 유리한 결정이 날 수 있도록 노력했을 것이다.


이처럼 건축주와 건축사무소의 계약관계는

어느 건축사무소가 좋고 나쁘거나 믿고 안 믿고의 차원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원하는 것을 이뤄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알아서 잘해주는 그런 관계는 없다.


당연히 건축이 처음인 나는 이러한 부분을 배워가는 과정이 필요했고,

부족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탄하고 아쉬워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잘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그걸 생각해야 한다.


사진: Unsplash의Sebastian Herrmann


하지만...


어쨌든 설계든 인허가든 일을 맡겨놓았지만

나는 나대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3월 중순부터는 구청 건축 담당자에게 수시로 전화를 하여

조심스럽게 진행상황을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놀랍게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지역은 대공방어협조구역으로 구청 내부의 인허가 과정이 끝나면,

관할 군부대(육군, 공군)에 협조 요청을 보내고 회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군부대는 훈련을 떠나면 모든 행정이 중단된다고 했다.

일정은 더 늦어지게 되었다.

빠른 착공은커녕,

이제는 토지의 잔금일정을 지키지 못할 것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사진: Unsplash의Sugant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