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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Dec 19. 2022

과제, 시험 그리고 종강.

 전업주부의 박사과정 도전기 #4

과제를 하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한 주의 루틴을 16번 반복하니 한 학기가 끝났다. 아이들을 돌보며 집안일을 주로 하던 내가 새로운 일을 내 일상에 들여옴으로써 받아들여야만 했던 많은 변화들에 익숙해지려고 할 때쯤 첫 학기가 끝난 것이다. 아마 나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와 함께 나로 인한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여준 남편과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한 학기가 끝나니, 방학이 찾아왔다. 학교를 다니면 방학이라는 특별한 시간이 주어진다. 그런데 방학을 기다리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아이러니 했다. 학교에 다니기 전에는 학교 가는 날이 기다려졌는데, 학교를 다니니 학교를 안 가는 방학이 기다려지다니... 아이러니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다 그렇다고 해두고 싶다. 


아내와 엄마로서의 일상을 깨고 학생의 신분을 하나 더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나에게 첫 학기는 좌절과 힘겨움이라는 쓴맛에 독립적인 하루를 보내는 설탕 같은 달콤한 한 스푼 넣은 것과 같았다. 

좌절과 힘겨움은 수업을 듣는 중에, 과제를 하는 중에, 그리고 시험을 준비하고 치르는 중에 계속 찾아왔다. 아이들을 재우고 드라마나 예능을 보던 일상을 노트북 앞에 앉아 논문을 읽는 일상으로 바꾸려니, 그 습관을 변화시키는 것도, 내 머리를 공부하는 머리로 바꾸는 것도 너무나 어려웠다. 잠자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안 되는 머리를 쥐어짜며 공부라는 것을 하는 그 모든 시간이 나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이었다. 

그래도 집과 아이들에게서 온전히 분리되어 학교에서 '나'로 살아가는 그 시간은 나의 발걸음을 가볍고 들뜨게 했다. 설레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했다. 누구의 엄마나 아내가 아니라 온전히 내 이름으로 출석이 불리어지는 그 시간이 참 좋았다. 


한 학기 박사과정의 수업과 과제 그리고 시험의 그 과정에 대해 짧게 기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수업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중간고사, 기말고사와 매 주차별로 영어 논문 2-3편 정도를 읽고 몇 개의 질문과 함께 내용을 요약정리해서 제출해야 하는 RA(reading assignment)가 있다. 그리고 기말페이퍼라고 해서 소논문(20페이지 내외)을 작성해서 내야 한다. 약간 무서운(?) 것은 모든 과제는 다 자동적으로 표절검사가 되어서 조금이라도 베껴서 내면 제출한 과제의 표절율이 얼마나 되는지 바로 뜬다는 것이다. 아무리 요약정리라고 해도 나의 말과 글로 정리해야지, 논문을 그대로 베껴 낸다면 바로 들통이 난다. 절대주의해야 한다. 


그래도 매주 자료를 읽고 RA(reading assignment)를 제출했던 것이 시험과 과제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역시 뭐든지 몰아서 하기보다 될 때마다 차곡차곡해놓는 것이 좋은 습관이고 유익하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진리를 알면서도 꼭 시험 준비는 몰아서 하게 되더라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모두 본 과목은 매주 교수님이 주시는 A4용지 2-3장을 교수님이 말씀해 주시는 필기 내용과 더불어 외우고 매주 차 발제자료의 내용까지 다 꼼꼼히 살펴봐야 풀 수 있는 문제들로 출제되었다. 외우고 또 외우기의 연속이었다. 중간고사를 보고 나서 기말고사는 꼭 더 열심히 공부하리라 생각했으나, 기말고사도 중간고사와 비슷한 시간을 투입해서 공부했던 것 같다. 사람은 참 안 변한다...


또 다른 과목의 기말고사의 경우에는 총 3시간의 시험시간 동안 A4용지 5장을 앞뒤로 써서 제출했다. 1960년대 책부터 2010년대 중후반 논문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방대한 서사를 3시간에 풀어냈어야 하는 것이다. 시험을 보고 나니 오른손이 부어있었다. 머리도 아프고 손가락도 아픈 시험이었다. 그래도 아무튼 시험을 보고 나니, 그 해방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시원했다. 시험이 끝나고서는 내가 시간을 얼마나 엉망진창 허투루 보내도 죄책감이 안 느껴진다는 좋은 점(?)이 있다.


나름 도전이었던 박사과정 1학기가 끝났다. A+을 받으면 논자시(논문자격시험)에서 최대 2과목까지 면제받을 수 있는데, 기대는 못할 것 같다. 이번 학기를 잘 마쳤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래도 첫 학기가 마무리되니, 이제 학업 모드로 전환이 되고 적응을 마쳤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학기는 이번 학기보다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덜 긴장하며 학교를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학기가 또 벌써 걱정되지만, 시간표도 내가 학교에 잘 갈 수 있는 시간표로 나오고, 같이 수업 드는 클래스 메이트들도 잘 만나길 소망해 본다. 


방학 계획은 다음과 같다. 

1. stata 공부 계속 + R 공부 시작 

2. 영어 논문 5편 이상 정독 

3. 석사논문 투고 

4. 기말 페이퍼 디벨롭 또는 그 외 논문 하나 투고용 작성 


계획대로 모두 시작이라도 해보는 방학이 되길!


세 줄 요약 

1. 종강을 했다. 

2. 3번의 시험과 수많은 과제, 발제를 했다. 

3. 첫 학기가 마무리되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다. 



덧, 

전업주부인 내가 졸업을 하려면, 그래도 연구실에 뭔가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교수님께 프로젝트 참여를 여쭤본 상태이다. 아직 정확한 회신이 오지는 않았으나, 나의 스탠스는 취했으니, 결과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학교에 적응이 되었다는 생각이 드니, 일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선배들에게 부탁해 놓은 상태이다. 소소한 일거리라도 좋으니,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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