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한 우리가족 만들기, 남편과의 관계회복 프로젝트 #1
이 영화는 30년을 함께한 부부가 어느 날 더 이상 대화도, 스킨십도 없는 상태에 이른다. 아내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남편을 설득해 부부 상담을 받으러 떠난다. 상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어색하게 웃기도 하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기도 한다. 그 과정은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눈물겹다. 영화를 보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관계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산물인데, 이게 굳고 딱딱해지면 다시 말랑하게 만드는 데 정말 큰 에너지가 드는구나. 저건 노년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내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반대로 집을 최대한 유쾌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과 함께할 때는 늘 웃음을 더하려 했고, 남편과도 그런 관계를 원했다. 하지만 내가 “연애할 때처럼 설레고 싶다”라고 말할 때마다, 남편은 그 욕구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대화는 점점 단조로워졌고, 욕구는 엇갈렸다. 우리는 섹스리스는 아니었지만, 나 역시 사랑의 마음에서 응한 건 아니었다. 그냥 맞춰주려는 노력일 뿐이었다.
<호프 스프링즈> 이후 다시 남편을 바라보니, 분명 사랑은 있었다. 다만 그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내가 집을 비우면 설거지와 빨래, 청소를 해두고, 불러내면 말없이 데리러 와주고, 내 일정을 존중해주는 것. 그것이 남편이 보여주는 사랑이었다.
문제는,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야 충족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행동만으로는 채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날 직접 물었다.
“여보, 설거지 해놓은 거, 그게 ‘사랑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돼?”
남편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럼 말도 해줘. 그래야 내가 확실히 알지.”
그리고 나는 작은 숙제를 내주었다.
“하루에 한 번은 꼭 ‘사랑해’라고 말하기. 아이들에게도, 나한테도.”
남편은 “무슨 숙제가 다 있냐”며 투덜거렸지만, 그다음 날부터는 퇴근 후 아이들에게 “사랑해~”라고 말했다. 남편은 원래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 시키면 괜히 반대로 하고 싶어 하지만, 이건 본인도 합리적이라고 느낀 건지 결국 따라왔다.
신기하게도, 그 작은 변화가 우리 관계를 말랑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문자로나마, 억지로나마, “사랑해”라는 말이 오가자 나의 정서적 욕구가 조금씩 채워졌다. 그러자 남편의 요구도 덜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어느 날은 오랜만에 내가 먼저 옆으로 다가가 안겼다. 사실은 그냥 포근히 기대고 싶어서였는데, 남편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반갑게 받아들였다. 나조차 놀란 변화였다.
돌아보면, 우리 사이를 바꾼 건 대단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바로 “사랑해”라는 말 한마디였다.
물론 남편이 이 숙제를 언제까지 성실히 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계속 내주면 된다.
결혼 생활은 결국 작은 습관의 반복으로 만들어진다. “사랑해”라는 말을 하루에 한 번씩 주고받는 것, 그 사소한 습관이 굳어져버린 관계를 다시 말랑하게 만드는 첫걸음일 수 있다.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단단해지는 게 아니라, 돌보지 않으면 오히려 굳어버린다. 다행히도 아직 우리는 30년 차가 아니라 10년 차. 지금이야말로 다시 부드럽게 풀어낼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