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보니, 어린이집이 얼마나 나를 편안하게 해준 기관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등원만 시키면 내가 아이를 찾으러 갈 때까지 봐주던 어린이집. 어린이집 이후의 스케줄은 그저 집에 데려와서 놀다가 밥먹이고 씻기고 재우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학교는 점심까지 먹이고 수업을 마치는데, 12시 40분이면 끝난다. 이후에 일정이라는 게 없다. 학교와 담임선생님의 역할은 거기까지인 것이다. 이후는 아이들이 본인의 스케줄을 기억해서 움직여야하고 그 스케줄은 엄마가 짜줘야 한다.
매일 똑같은 24시간인데, 갑자기 나의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시간은 두 세배로 불어난 것만 같다. 시간이 홍수처럼 흘러넘쳐버린듯한 느낌... 나만 느끼는 것일까? 더군다나 일하는 엄마로서, 하교 이후의 아이의 시간들 속에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오후 5시 이후부터이다. 그마저도 육아기 단축근무를 써서 빠르게 퇴근하고 오는 시간인데, 이 마저도 12시 40분에 학교를 마치는 나의 아이에게는 너무나 길고 먼 시간이다.
처음에는 이런 감이 없어서 그저 학교 돌봄만 신청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 학교를 마치고 12시 40분부터 내가 데리러 오는 5시까지 나의 아이는 돌봄교실에 있었다. 데리러 갔더니, 울기 직전 표정이다. 돌봄교실 선생님 말씀으로는 아이가 창문만 계속 보고 있었다고 했다. 더 심각했던 건, 돌봄교실에 나의 아이만 남아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원 스케줄에 맞춰 늦어도 4시면 다 태권도 학원, 피아노 학원 등으로 간다는 것이다. 학원 차량이 와서 픽업한다고 했다. 아차, 싶었다. 어린이집처럼 돌봄교실에 있으면 아이가 마냥 재미있게 놀며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보통 초등학생의 일과는 그게 아니였던 것이다.
나의 아이도 학원에 다닌다. 월, 금 영어학원에 가고 화, 목은 방과후 활동으로 생활체육이랑 방송댄스를 한다. 그리고 화요일 저녁엔 바이올린 개인 레슨을 집에서 한다. 그래서 아이가 매일 학원과 방과후를 하는게 힘들까봐 수요일 하루는 돌봄교실에서만 있는 일정으로 나름 생각해서 구성한것이었는데, 돌봄교실은 내가 생각했던 어린이집 교실이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초보 학부모인 티가 너무 팍팍 났다. 윤윤아, 엄마가 잘 몰랐어. 미안해.
그래서 당장 수요일에 다닐 수 있는 학원을 찾아보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군 단위 시골이고 우리 아파트는 면에 있다. 해당 면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학원을 보내고 싶었고, 학원 차량이 있거나 스쿨버스로 갈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가능한 곳은 딱 2군데 뿐이었다. 피아노와 미술, 알아보니 피아노는 수요일에는 레슨을 안한단다. 미술은 무려 1시간 10분 수업에 주1회 수업도 가능하다고 해서 바로 등록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무슨 학원을 그렇게 많이 다니는지, TV나 뉴스를 보면서 혀를 끌끌찼던 나인데, 내가 그런 엄마가 되었다. 사교육에 욕심이 있어서 이렇게 학원을 보내는게 전혀 아니라, 아이의 불어나버린 시간을 어떻게든 채워줘야하기에, 그저 혼자 둘 수도 돌봄교실에만 맡겨버릴 수도 없어서, 이렇게 학원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는 사실을 나는 이제야 알았다.
벌써 윤윤이의 사교육비만 해도 약 60만원 정도 되는 것 같다. 화, 목도 방과후 이후에 돌봄교실에 있는 시간이 2-3시간 정도 되는데, 이것도 학원으로 돌려야 하는지 고민이다. 아이의 불어난 시간에 비례해 불어나는 사교육비, 아이는 언제 조금 편안히 쉬고 놀고 할 수 있을까? 3학년 정도 되면, 학원이 없어도 아이가 혼자 알아서 시간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유아기를 벗어나서 이제는 조금 편하게 아이를 키우나 싶었는데, 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운다는 건 끊임없는 퀘스트를 깨는 느낌인 것 같다. 수없이 많은 도전과제들을 헤처나왔는데, 여전히 아직도 먼 길이 남아있다. 이제 겨우 8살이니, 앞으로 12년은 더 남았다는 이야기.
우선, 월, 화, 수, 목, 금 아이의 정규수업 이후 일정이 1차로 정리가 되었다.
이제 또 중요한건, 아이가 이 매일매일의 다른 일정을 기억하고 돌봄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일정을 소화해야한다는 것이다. 우리 윤윤이 잘 할 수 있겠지? 엄마도 함께할게. 같이 잘 해보자. 화이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