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 윈프리는 불행한 과거를 가진 사람이지만, 자신의 쇼에서 수치스러웠던 과거를 솔직히 밝혀 많은 이들에게 갈채와 지지를 받은 여인 중 한 사람이다.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수많은 대중 앞에서 그녀의 과감한 용기에 감탄하며 "멋지다"라며 힘찬 박수를 보내지만, 정작 그 용기는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나의 작은 흠집 하나라도 꺼내 놓으면 다른 사람에게 가십거리가 되고 도마 위에 오를까 봐 꺼내 놓기가 두렵다.
하지만 꼭 그녀처럼 과거를 공개하지 않더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과거를 받아들이고 진실을 인정하는 일이 새롭고
우아한 삶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 있다.
"진실은 사실과 다릅니다.
사실은 일어난 사건이고,
진실은 일어난 사건을 인정하는 힘입니다."
-오프라 윈프리 -
얼핏 보면 진실과 사실은 같은 단어처럼 들리지만, 내포된 의미는 엄연히 다르다.
'사실'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고, '진실'은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적용해 보자면, 어릴 때의 환경과 기억은 여전히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그 사실들을 인정하지 못한 일이 많았다. 진실함의 용기가 없었다. 무엇이 그렇게 부끄러웠는지 모르겠지만, 말하기가 두려웠고 감히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빠가 술에 취해 엄마와 싸우는 모습을 못 본 척해야 했고, 엄마가 힘들게 일하는 것은 감춰야 한다고 믿었다.
가족을 잃은 아픔은 아무 일 없는 척해야만 세상에서 무시당하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다 어른들은 "집안일을 누설하는 건 내 얼굴에 침 뱉는 일"이라며 가족의 허물은 금기 사항으로 여겼다. "너를 위하고 가족을 위한 말"이라며 입을 다물게 했다.
과거를 살포시 덮어두면 새롭게 만든 인생에서 우아하게 살 줄 알았다.
사실을 인정하는 힘이 없었던 나는 단지 잘 살고 싶고 다르게 살고 싶은 욕심만 가득했다. 내가 겪었던 사실을 혼자만 잘 삭제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거라 믿었다. 덮어두고 숨겨둔 사실에 대해 스스로 인정하지도 자립하지도 못하면서 주위 사람들, 부모님과 남편의 좋은 면만을 내세워 나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길 바랐다. 무모하고 기약 없는 바람 속에서 부모님의 일을 꺼내 놓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고, 남편이 나의 우아함의 기준에 못 미칠 때면 화가 치밀었다. 그들의 탓을 하면서 나의 품위를 지켜주지 못함에 야속해하며, 불평하며 힘들어 있다.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사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동물 중에 파충류가 참 소름 끼치고 무섭다. 뱀이나 악어 같은 생물은 책이나 TV에서 보기만 해도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하지만 그렇게 무서운 뱀이나 악어의 가죽은, 벗겨져 가방으로 만들어지면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는다. 나 역시 그 가죽을 좋아했던 한 사람이다.
내 마음에도 오래된, 인정하지 못한 채 덕지덕지 붙어 있는 가죽들이 있다. 싫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들, 이제는 천천히 벗겨내고 싶다. 그렇게 해서 최상의 삶이라는 상품으로 만들어내고 싶다. 진실의 힘으로 변화된 삶을 살고 싶음은 힘듦을 벗겨내고 조금은 편안하게, 다르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진실되고 편안함의 우아함은 겉으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나온다는 것을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된다. 부끄럽고 숨기고 싶었던 사실들, 과거를 인정하는 용기를 내는 일이 새로운 출발의 첫걸음임이자 내가 나아갈 삶의 디딤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