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사랑하나요
화려한 호텔 금은방 뒤 가느다란 선.
자궁에 공평하게 매달렸던 태아는
세상에 자신만의 길이 있는 걸 알지 못한다
종로 돈의동 사람들도 모른다
정치한다는 사람들만 리스트로 가지고 있는 쪽방촌 길.
어릴 때 골목에서 뛰놀던 소녀는 여든일곱 해를 지내며
닳아버린 무릎에 화석 같은 웃음을 새긴다
밖의 사람들이 반듯한 길을 걸으며
더 반듯하게 굳어간다
한 명의 사람이나 뒷모습을 봐야 하는
안에 있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같은 인사를 한다
먼저 가세요
어깨를 모로 비켜 골목을 넓히며
탯줄처럼 얇은 길 먼저 가세요.
수많은 사람 중 단 하나의 얼굴이나 등을 만나는
어머니의 산도를 지나는 것만큼 뜨거운 실골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