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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혜경 Feb 26. 2020

은유와 상징의 惡

누구나 헤매는 그 언저리



  종교란, 정신적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 불확실함을 버리고 규정된 믿음을 공유하는 신앙 체계 또는 문화적 체계를 말한다. 종교는 초자연적인 절대자 앞에 믿음으로써 삶의 궁극적 의미를 추구한다. 국가에서 공인하고 지향하는 종교를 선택하면, 국교는 그 나라와 함께 같은 믿음으로 걸어간다. 중동의 이슬람교와 유럽의 기독교가 국교를 지정한 반면, 대한민국은 헌법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다. 한국은 국교가 정해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종교적 자유가 최상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 뿌리내린 종교는 개신교, 불교, 가톨릭 외에도 다양한 종교가 한국 사회의 이념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종교는 교리를 통해 믿음을 체계화한다. 교리는 종교의 가르침을 명문화한 것인데, 대부분의 종교는 독자적인 교리를 채택하고 믿음의 권위에 따라 정당성을 보장한다. 교리는 믿음의 근거와 가치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며 기독교의 교리는 예수의 부활을, 불교는 열반을, 이슬람은 유일신을, 힌두교는 윤회와 환생을 기본으로 교리화한다. 교리의 목적은 체계화된 가르침이다. 그 바탕에는 믿음이 상주하고 있다. 이것이 강한 신앙심으로 싹트면, 비로소 신앙인으로 뚜렷한 체계를 갖추게 된다.

Stephen Radford | Unsplas

  기독교는 예언자의 계시에, 불교는 부처의 언행에 교리의 권위가 부여된다. 교리는 각 종교의 경전에 기록되고, 동일한 믿음을 바탕으로 종교 집단이 형성된다. 교리를 기록한 경전은 사전적 의미로, 변하지 않는 법식과 도리, 즉 성현이 지은, 또는 성현의 말이나 행실을 은 책을 의미한다. 종교의 믿음 또는 교리의 근간을 이루는 문서이며, 기독교의 경전은 성경을 일컫는다. 이때 교리의 해석에 따라 각 종교마다 종파가 나뉘는 일이 발생되는데, 교리는 그 종파의 특성에 따라 다시 재정립되기도 한다. 종교마다 여러 해석이 가능한 이유도 교리가 은유와 상징으로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믿음의 주체 절대자의 가르침인 교리가 해석에 중요성을 두는 이유는 역시 은유와 상징에 있다. 은유는 'A는 B이다'라의미에서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거리를 좁히는 해석이 중요하다. 본래의 뜻을 숨기고 비유하려는 형상만 드러낸 묘사는 모험적인 해석을 낳기도 하지만, 은유는 직유보다 거리감이 있으 암시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해석이 가능하다.


  은유의 다양한 해석은 문화적 차이에서 유발되기 때문에 흥미로 다가올 수 있지만 괴리감과 함께 종교 간에 경계선을 만들기도 한다. 해석의 변수가 다양하기는 상징도 마찬가지다. 원관념이 생략보조관념만 제시되는 상징은 추상적 관념을 구체화하기 때문에 은유보다 더 많은 오류를 낳는다. 대부분 관습적이거나 이데올로기식 해석을 낳으며 종교에 또 다른 경계선을 긋게 된다. 


  종교의 교리는 해석의 위험성 때문에 정확한 전달자가 필요하다. 교리 속에서 은유와 상징이 내포하는 의미는 자칫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데 용될 수 있으므로 종교적 정당성을 해치지 않는 정통 종교인이 설교해야 다. 교리는 고정되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의미가 변형되면 교리가 아니다. 교리는 악용되면 안 된다. 정직해야 한다. 믿음 하나로 무릎 은 자들에게 발톱을 내밀면 안 된다. 언제나 그 목소리 그 태도를 유지하며 공평하고 건강해야 교리가 된다. 그런데 이상한 교리가 판을 치고 있다.



 





그들의 은유와 상징은
정직한가




2020년 2월 26일 수요일,
오늘도 코로나 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는 한때 주춤하더니, 31번 확진자를 기점으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대구는 전체 확진자의 50%를 차지하면서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시민들 일상생활에 차질이 생겼다. 31번 확진자가 나오기 전까지 국내 곳곳에서는 자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비위생적으로 박쥐를 식용하는 중국을 비하하거나 일본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 사건을 조롱하는 이야기가 주변에서 퍼졌다. 역시 샴페인을 일찍 터트렸다.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역시 지나서야 깨닫는다.

한국일보

  확진자는 천 단위를 찍은 지 오래고, 지역사회 전염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정부는 대가를 톡톡히 치를 준비에 여유가 없다. 결과야 어떻든 이 모든 현상은 주변을 살피지 못한 안일함에 있다. 다수 확진자의 근원지인 신천지가 이슈화 되었으며 전 국민은 원하지 않아도 신천지 종교의 본질과 교리를 알아버렸다. 그리고 다수의 국민은 비상식적인 그들의 태도에 말문을 닫았다. 위에서도 거론했듯이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다. 역사적으로 불교문화가 많이 계승되었지만, 갖은 핍박을 견디며 천주교, 크리스트교 등 다양한 종교가 건강하게 공존하고 있다. 이때 '건강한 공존'이라 함은 교리의 정당성이 투명하다는 의미이다.


  신천지는 이만희 총회장을 지도자로 1984년에 창설된 종교이다. 한국 개신교에서 신천지를 사이비 종교로 간주하는 는 교리의 정당성이 이만희 개인에게만 집중되었고, 무엇보다 요한계시록 풀이를 주관적으로 해석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 외에도 자의적인 해석으로 신도들을 혼란에 빠지게 함은 역시 이만희만의 은유와 상징의 惡이다. 의 해석은 초보 신앙인에게 '그럴듯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럴듯함은 곧 믿음과 결부되며 나약한 믿음은 한치의 의심도 없이 강한 신념으로 작용하게 된다. 예수를 말하는 것 같지만 결국 도달하는 것은 총회장 개인이며, 이 방식은 많은 사람들의 환심을 얻는다.  은유와 상징을 惡으로 이용해 교활함을 펼치는 과정은 전도 방식에서도 목격된다. 결국 신도들의 善은 모두 한 개인에게 몰수된다.

Edwin Andrade | Unsplash

  1992년에 세계가 종말 한다는 다미선교회 시한부 종말론도 잘못된 교리 해석으로 벌어진 사건이다. 이장림이 1978년 어네스트 앵글리의 예수 재림 소설 <Raptured>를 번역하면서 '휴거'라는 말을 만들었고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라>는 예언서를 내면서 1992년 10월 28일 24시에 휴거가 발생한다고 주장한 사건이다. 이 사건이 위험한 이유는 잘못된 은유와 상징 해석에 노출된 맹신도들이 종말론 함정에 빠져 인생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종말이 실패에 그쳐도 믿음이 강건한 이유는 은유와 상징이 얼마든지 또 다른 해석으로 덧칠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전에 사용된 은유적 표현은 영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은유와 상징은 영성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레토릭이다. 하나의 은유는 여러 가지 고려사항을 동반한다. 은유의 주체와 체가 다른 영역의 개념이라는 이유로 자의적이거나 불온한 상상에 끌려다녀선 안된다. 자의적 해석에 동조하며 코로나 창궐을 '마귀의 짓'이라 칭하는 그들의 은유와 상징은 한마디로 惡하다. 다윈이 무덤에서 웃을 일이다. 말도 안 되는 해석이 그들 교리 전반에 침습해 있다. 비밀리에 활동하는 이유도 잘못된 의미부여가 원인이다. 나약한 신도들에게 그의 언어를 입히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Erol Ahmed | Unsplash


코로나로 힘든 지금은 '어떻게 말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더 집중해야 한다. 말 한마디에 시력을 죄다 내동댕이치고 앞만 보고 달려간다면 우리에게 두 눈과 두 귀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속을 제대로 읽어내는 자만이 정직한 말을 겉으로 꺼낼  다. 다양하게 생각하되, 본질을 말아야 한다.




악한 은유와 상징은 언제나 그_럴_듯_하_게 다가온다.


가장 단정한 은유와 상징이 정답에 가까울 때가 많다. 


당신은 지금 어떤 은유와 상징 속을 헤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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