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혜경 Mar 06. 2020

무르시족에게 배우다

입단속 잘하고 있나요





오늘도 무사히!





  이 말은 요즘 인사가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상에 침입한 이후, 하루에도 몇 백 명씩 확진자가 증가하고 마스크가 동이 나고, 우리는 더 개인적인 사람들이 되어간다. 사회적 거리, 즉 전염을 방지하기 위한 개인 간의 간격으로 그 거리는 2m 정도를 말한다. 마스크를 하고 간격을 유지하면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개인 간의 거리두기는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부터 강조되었다. 심리학 용어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는 타인에게 침범받지 않을 물리적 공간을 의미한다. 스웨덴 등 여러 나라에서 퍼스널 스페이스를 매너로 중시하고 있다.



라쿤닷컴




  요즘 부쩍 개인 간의 거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바이러스가 접촉에 의한 감염이 대부분이라면 코로나는 비말로 감염이 되기 때문이다. 비말은 기침과 재채기 또는 말할 때 입에서 나오는 작은 물방울을 말한다. '튀어서 흩어지는 물방울'을 뜻하는 '비말'은 다른 사람에게 쉽게 병원체를 옮긴다.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나온 비말이 최대 8m를 날아서 감염을 일으킨다니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위험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코로나가 입에서 입으로 빠르게 감염되므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절실한 요즘이다. 기침과 재채기는 참기 힘들다. 그러나 말이라면 어떨까? 기침과 재채기보다는 본인 의지대로 제어하기 쉽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말 줄이기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입이 닫히고, 기침과 재채기가 아닌 이상 비말 전달을 줄일 수 있다.

  입을 닫고 있거나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침묵과도 연결된다.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침묵을 강조하고 있다. 이 역시 입을 통해 불거지는 일이 많다는 뜻이다. 쓸데없는 말과 행동으로 개인 간의 거리를 침범하고, 소통이라는 이유로 교류를 강요하는 일은 늘 입에서부터 출발한다. 생각해보라. 삼삼오오 몰려다니면서 개성을 허물고 보편성을 추구한 일은 없었는지, 소리 높여 상대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일은 없었는지, 같은 구호로 떠들고 자신의 목소리를 반납한 경우가 없었는지 되돌아보자는 말이다. 우리는 자신을 지적이고 고결한 존재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언제든지 침묵할 수 있으며, 다만 지금은 하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입을 통한 감염률이 가장 높다.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도 입을 통한 균열이 가장 많다. 그러므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라는 말은 결국 입을 잘 관리하라는 말과 어느 정도 상통한다. 가까이 접촉할수록 입은 열리게 될 테고, 우리는 잃을 게 많아진다. 침묵과 거리를 어김으로써 비말로 감염이 되거나, 학식이나 문화적 위상을 잃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입을 통해 제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가까이 침투하거나 높이 올라가는 데만 노력하고 그  위험성에는 나 몰라라 한다. 오히려 가장 낮은 곳에서 신성한 대우를 받고 있는 입이 존재할 뿐이다. 그들은 아주 근본적 이유를 시작으로 자신들의 입을 단속한다. 이들은 어떻게 입단속을 할까?









쿠키 뉴스





악령이 입으로 들어오다



  최초의 인류를 만날 수 있는 곳, 에티오피아에는 1974년 북부 아파르에서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흔적이 남아있다. 인류의 시작과 오랜 시간 적응한 과정은 후대에게 가족과 부족을 이루는 시초가 되었으며, 생명을 존중하는 데 동기를 부여했다. 에티오피아 오모 강 주변에는 여러 원시부족이 공존하는데 그중 하메르(Hamer), 무르시(Mursi) 카로(Karo), 반나(Banna)가 대표적인 부족이다. 그들의 전통은 현재까지 잘 보존되었으며,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높아 고고학자들이 꾸준히 연구 중에 있다.


  20여 개의 원시부족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특히 무르시족 여인들은 입술에 접시를 끼우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아랫입술에 구멍을 뚫고 접시를 끼우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자기 부족 여인을 약탈당하지 않기 위해서, 라는 설도 있고, 재앙과 질병의 귀신이 입을 통해 들어온다는 가설도 있다. 우리가 지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후자의 가설이다. 그들의 위생 관념까지는 거론하지 않겠다.

  접시 여인이라고 불리는 무르시족 여인들은 악령이 입으로 들어온다는 확신을 믿고 있다. 그들은 성스러운 점토로 접시를 빚어 아랫입술에 끼우는 행위가 악귀를 몰아낸다고 믿는다. 이때 사용된 접시는 부적의 의미가 강하다. 후대에 접시는 무르시족 여인의 아름다움을 계량하는  상징물이 된다. 입을 고귀하게 잘 관리한 덕에 접시가 큰 여인일수록 혼수 때  많은 소를 받을 수 있다.

  열다섯 살, 약 4cm로 시작된 접시는 성인이 되면서 20cm의 크기로 늘어난다. 접시의 크기와 무게는 부와 정비례하지만,  부의 정도에따라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상대의 접시를 보고 입단속을 상기할 수 있는 이미지의 힘은 강력하다. 자연스럽게 자신들만의 공간을 지키고 거리두기 또한 간접적으로 실천하게 된다. 이들이 하루 중에 접시를 뺄 수 있는 시간은 몇 번 되지 않는다. 잠을 자거나 식사를 할 때이며, 나머지 시간은 오롯이 접시를 끼운 채 생활한다. 불필요한 말이 낭비될 일이 없다.

  접시 크기에 따라 늘어난 아랫입술은 말하는데 큰 장애물이 된다. 보기에 혐오스럽다거나 잔인하다는 평도 많다. 이런 전통이 다른 나라에서는 미개하다고 정의되거나 구경거리로 기억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입으로 재앙이 들어온다"라는 믿음에 자신들만의 방식을 실천하는 의식은  우리가 배워야 할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위에서도 거론했듯이 그들의 위생관념이나 신체적 학대 해석은 우리에게 권한이 없는 그들만의 몫이다. 다만 입단속을 중요시하고 실천하는 그들의 문화가 지금 우리를 돌아보는 데 결코 모자라지 않다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저기요, 저는 아닌데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