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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혜경 Mar 21. 2020

그 남매는 계획이 다 있구나



UN 2019년 기준
인구 약 2550만 명
한반도 북반부
평화적 '통제'
공식 언어 한국어



북한을 설명하는 말이다. 정식 국호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약칭은 DPRK. 일반적으로 영어권에서는 North Korea, 대한민국 통일부에서는 북측이라 불린다.



2019년 4월 평양 / 노동당 전원회의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 곁에는 손과 발 이상의 일을 하는 인물이 존재한다. 일거수일투족 챙기는 비서 업무에서 문제의 진단과 대책을 세우는 책사 노릇까지 북한의 살림 전반에 관여하고 있는 인물은 바로 김여정과 김정철이다. 국무위원장 김정은, 노동당 제1부부장 김여정, 그리고 암암리에 감투를 쓰고 있을 김정철을 배경으로 남북문제와 북·미 협상 등 주요 사안들이 논의된다. 물론 더 전문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 배후에 진을 치고 있으며 이들은 수시로 물갈이되고 있다. 중대한 문제가 남매간의 밀착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는 소문은 외부에서 자주 거론되는 이야기다. 이 말은 소문으로 끝날 수도 있으나 김정은의 등장에 김여정이 자주 동석하는 걸 보면 외교 전문가들의 진단이 소문이 아닌 사실에 가깝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김정일과 재일 동포 고용희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철은 장남으로 김정은과 김여정을 친동생으로 두고 있다. 이들의 핏줄은 백두혈통을 자랑하듯 자부심으로 맺어졌다. 김정일과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남은 김정은의 배다른 형으로 김정은에게는 형제라기보다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이다. 김정남이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살되었을 때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올라간 이름이 김정은이었다는 사실은 이들이  백두혈통을 이어가는 데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말해준다. 아버지 김정일로 시작해 하나의 어머니로 끝나야 백두혈통이라는 것이 그들만의 믿음이다. 피로 결속된 남매들은 폐쇄된 북한에서 리더가 갖춰야 할 스펙 정도로 이해된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후 후계자로 취임한 김정은에게 김정철은 충성 서약을 보냄으로써 같은 라인임을 증명했다. 뒤이어 여동생 김여정의 역할이 강대해진 이유도 이들의 핏줄 의식이 한몫한 셈이다. 남매들의 계획은 치밀하지만, 외부에는 뜬금없는 형태로 드러난다. 비핵화 협상 카드를 빌미로 남북 간 화해 모드를 자아내는가 하면, 국가적 재정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수준 이하의 말장난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태도의 배경에는 고도로 계산된 남매의 흑심이 자리 잡고 있다. 북·미 협상 뒤에도 백투혈통 핏줄이 흐르고 있으니, 하나의 신체에 다양한 인격이 존재하는 다중인격을 연상하게 된다. 김여정이 드러난 권력형이라면 김정철은 베일 속 권력으로 보인다. 그래서 요즘 김정은과 김여정이 자주 매스컴에 드나드는 중이다.








같은 제스처와 어조를 자랑하던 이들에게 요 근래 다른 행보가 포착된다. 2020년 3월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 하나가 도착한다. 코로나19로 마비된 대한민국을 동정이라도 한 걸까.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및 한반도 정세 등을 언급하며. "(한국이) 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남녘 동포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는 내용을 전했다. 문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며 마음뿐인 현실이 안타깝다는 심정을 담아 문 대통령이 반드시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겠다고 공감과 신뢰를 전했다. 문 대통령도 감사의 뜻으로 김 위원장에게 친서로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 후 기념 | 중앙일보


이번 친서가 놀랄 일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30일에도 문 대통령의 모친상을 위로하는 친서 비슷한 조의문이 도착했다. 그는 적재적소에 친서를 보내 이미지 메이킹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조용히 응원하겠다"는 말의 속뜻은 무엇일까. 의심스러운 것은 문 대통령의 안위를 거론한 친서가 실망스럽게도 걱정 코스프레로 읽힌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앞서 그들 남매가 보였던 태도에 있다.




오빠는 로켓맨



시간을 좀 앞으로 돌려보자. 문 대통령이 남북 보건 협력을 필두로 3.1절 기념식 축사를 발표한다. 그 내용은 이렇다. "북한과도 보건 분야의 공동협력을 바란다"라며 코로나 위기 극복의 메시지를 담았다. 더불어 "사람과 가축의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접경 지역의 재해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축사는 바이러스가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북한의 협력을 기대하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이때 김정은이 취한 액션은 무엇일까. 이번 기회에 주리라도 틀어보자는 심사였을까. 그는 문 대통령의 평화로운 축사가 있은지 24시간 뒤, 원산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그가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기 불과 2일 전, 그가 정작 대한민국의 코로나 걱정을 했는지 의문이다. 그를 두고 대한민국에서는 로켓배송, 로켓맨이라는 비꼬기식 표현이 나돌 정도였으니, 청와대가 북한의 저능아 행보에 주의를 요하며 유감을 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코로나19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한 틈을 타 긴장을 유도하려는 발상은 계략에 가깝다. 마치 패거리 깡패를 보는 듯 유치하다. 남매들은 계획이 있었다. 이를테면 앉은뱅이 주저앉히기 수준으로 어려운 상대에게 겁주기식이다. 그러나 겁보다는 웃음이 먼저 터졌다. 물론 대한민국은 코로나19와 안보에 신경을 쓰면서 대처했다.




거저 우리는 계획이 다 있습네다




여동생은 팜 파탈



이제 그의 여동생을 이야기해보자. 김정은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자, 이제 여동생이 불을 지핀다. 멋지게 로켓 배송한 자신의 오빠에게 청와대가 유감을 표한 일이 거북했을까. 김여정은 다음 날 3월 3일 오후 10시 30분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발표한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을 달았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자신들의 화력전투훈련은 '자위적 행동'이며,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에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녀의 이번 담화를 보고 주변에서는 '데뷔'를 점치는 해석이 많았다. 그동안 그녀가 그림자 수행에서 보였던 태도와 표정을 기억한다면, 이번 담화 모습에서 데뷔를 연상하는 일은 무리가 아니다.



'주제넘고 실없는 처사', '바보스럽다', '저능하다',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비아냥식 표현은 그녀가 오빠 김정은과 비슷한 위치에 서서 마음 놓고 관여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녀는 남측도 합동군사연습을 꽤 즐기는 편이며, 첨단 군사 장비 수입에도 열을 올리는 등 꼴 보기 싫은 놀음은 다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김정은이 접신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부부에게 공항 영접에서부터 정상회담까지 친절하고 매너 있게 보좌했던 김여정이 다른 행보로 언론에 비친 이유는 무엇일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가면일까.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의전을 총괄하고 정상회담에 배석하는 등 동분서주했던 김여정은 이제 부재중이다. 미소를 활용한 악녀의 역할만 존재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왼쪽)이 2018년 9월 18일    조선노동당 청사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이동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앞서 걷고 있다.




남매는 계획이 다 있구나





제자리로 돌아와 그들의 시나리오를 다시 정리해보자. 대한민국이 3.1절 축사에 남북의 평화적 협력을 거론했고, 3월 2일 김정은이 발사체를 발사했고, 대한민국이 발사에 대한 유감을 표하자, 그의 여동생 김여정이 3월 3일 한국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한다. 그리고 다음 날 3월 4일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게 연애편지 비슷한 친서를 보낸다. 어이없는 일은 여기까지로 충분하다.



그런데 오늘(3월 21일) 또~



오전 6시 45분과 6시 50분쯤 북한 평안북도 선천 일대에서 북동쪽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2발의 발사체가 포착되었다.


합참은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410㎞, 고도는 약 50㎞로 탐지됐다″고 설명했으며 한미 정보 당국은 발사체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코로나19 유행으로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이런 군사적 행동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는 올해 들어 세 번째이다. 지난 9일에도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북동쪽 동해상으로 다종의 단거리 발사체 3발을 발사했다.



그런데 12일 만에 오늘 또 발사한 것이다.



다음은 여동생의 악담 '담화'가 건너올 차례인가? 그다음은 친서? 발사체를 발사하고 친서를 보내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여동생의 악담 뒤에 건너온 친서는 병 주고 약 주고 형식을 드러나게 연기하고 있다. 북한의 매체에서 아무리 개그가 제한된다고 해도 그렇지, 왜 대한민국에서 두 남매가 쇼를 하는지 알 길이 없다. 정확한 건 이제 그들 남매의 계획은 갈지(之) 자처럼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남매는 코로나 사태로 흔들리는 위상을 재점검하고 싶은가 보다. 내부 결속을 다지고 싶은가 보다. 그 남매는 사이좋게 당근과 채찍을 나눠 가진 듯하다. 그런데  당근은 맛이 없고 채찍은 썩어서 그런지 시선이 따갑기만 하다. 아무튼 유치하든 비겁하든, 뭐가 되었든 그 남매에게도 계획이 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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