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로카드 읽는 가게'는 소설입니다. 모티브나 컨셉외의 모든 인물과 나오는 사연은 모두 허구입니다.
* 플라워 에세이 '일 년 열두 달 흔들리는 꽃'이 '꽃이 필요한 모든 순간(빌리버튼)'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요!
내가 아무리 이리 저리 많은 것들을 회피하는데 이골이 난 사람이라도 진주와의 관계를 그런 식으로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가능한 것은 두 세번 정도의 전화 통화 거부였다. 그 이상은 명분이 없었다. 적어도 나는 진주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고 맨 처음 유대표와 미팅을 할 때도 나의 역할 중 하나가 제멋대로인 진주를 내가 휘어잡고 가는 것이었으니까. 지금의 관계는 내가 아니라 진주가 잡고 흔드는 격이었지만.
"아이, 오늘도 안 받는 줄 알았어요. 내 번호 차단 한 줄 알았다고요."
진주가 칭얼거리며 말했다.
"미안해요. 바빴어요."
"거짓말."
네, 거짓말입니다. 아주 귀신같이도 알고 있군요. 그럼 나를 좀 더 놔두지 그랬나요?
"정말 바빴어요. 나는 진주씨보다 하는 일이 많잖아요. 아시겠지만."
"다음 미팅은 언제로 할까요?"
진주는 내 투정을 받아 줄 생각이 없는지 자기 사정을 먼저 꺼냈다.
"꼭 만나서 해야하는 거죠?"
내가 다시 내 사정을 말했다.
"그러기로 했잖아요. 우리집에 다시 올 것 같지 않아서 예쁜 카페에서 만나고 싶은데, 세련씨는 어때요? 좋아하는 카페 있어요?"
통하지 않았다.
"아니요."
"그럼 내가 찾아 볼게요. 좋아하는 스타일 있어요?"
"그런 거 잘 몰라요."
"그것도 내가 생각해 볼게요. 언제가 좋아요? 금요일 아니면 일요일? 나 이번주엔 토요일에 선약이 있어요."
"일요일이요. 금요일까지는 출근해야 해서 마음이 바쁘네요."
"알겠어요. 일요일. 시간은?"
"해가 떠 있을 때.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술은 마시고 싶지 않고요."
"좋아요. 점심 먹으면서 얘기합시다. 장소 정해서 보내 줄게요."
진주는 빠르게 약속을 세팅하고는 미련 없이 전화를 끊었다. 이럴 때 보여주는 그의 쿨함은 마음에 들었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그의 진심을 알기 어려웠다. 이건 장난일까? 나를 놀리는 걸까? 이런 게 재미있는 걸까?
아니, 나는 지금 혼자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내게 관심이 있다고 했지 호감이 있다고 하지는 않았다. 호감인지 호기심인지 헷갈린다고는 했다. 오히려 그게 나를 더 헷갈리게 했지만.
나는 그의 작은 새를 떠올렸다. 자기를 사랑하는 건지 늘 궁금해하고 확인하고 싶었던, 그게 사랑이었으면 했던 어리고 귀여운 그의 연인. 진주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졌을지 모르겠지만 전혀 상관 없는 제 3자가 보기에는 참 잘 어울렸던 커플이었다. 젊고 자신감 넘치고 밝고 예쁘고 잘생긴 남녀.
내가 그 다음 상대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좀 양심없는 거 아닌가.
거지 같이 살아온 내 인생에 대한 피해의식과 열등감을 언제나 경계하고 사는 나지만 그 정도는 이성적인 판단인 것 같았다.
알알이 뜯어 깨끗하게 씻어 담은 청포도는 매우 통통하고 예뻤다. 이 한 겨울에 포도라니. 이육사의 시도 지금에 와선 맞지 않는 얘기가 된 것 아닌가. 나는 한 알 집어 입 속에서 톡 터뜨렸다. 시원하고 달큰한 과즙이 기분 좋았다.
"샤인 머스캣인데 겨울이라 그런지 좀 덜 달더라. 난 그냥 시원한 맛에 먹어. 난방 때문에 뭔가 공기가 답답하고 더울 때 먹으면 가슴이 좀 뚫리는 기분이라."
윤하 선배가 포도가 담긴 접시에 다시 포도알을 가득 채워주며 말했다. 공기가 답답할 정도로 덥게 난방을 하는 집에서는 확실히 필요한 과일 같았다. 우리집에서는 늘 발과 코가 시려워서 물을 팔팔 끓여 마시는데.
"이제 그만 꺼내 와. 우리 포도로만 배 채워 줄거야? 여기까지 불러놓고?"
사장언니가 말과는 다르게 계속 포도알을 주워 먹으며 면박을 줬다.
"야, 누가 너도 오랬어? 세련이 불렀는데 왜 너까지 와? 너 카페 안하니?"
윤하 선배는 언니를 째려봤지만 눈길에는 애정과 걱정이 묻어 있었다. 둘의 관계는 티격태격대는 다정함이 가득했다.
"연말이잖아. 나도 좀 쉬고 싶어서. 신년 연휴까지 쭉 쉴까 고민이야."
나는 처음 듣는 소리에 놀라 그녀를 쳐다봤다. 일주일이 좀 넘게 남은 한 해지만 다 쉰다면 나의 수입원에 큰 구멍이 뚫릴 터였다. 언니는 깜짝 놀라는 나를 느꼈는지 농담, 농담, 하고 내 어깨를 두드렸다. 전혀 농담처럼 들리진 않았다. 그녀는 확실히 지쳐했고 지겨워 하고 있었으니까.
"너 카페 때려치고 싶구나?"
윤하 선배가사장 언니의 마음을 빠르게 눈치챘다.
"그럼 그거 세련이한테 싸게 넘겨."
"아 몰라."
언니가 코를 휑 하고 푸는 것처럼 신경질을 휑 뱉었다. 그리고선 나에겐 속삭이듯이 그럴래? 하고 물었다.
"저 그만한 돈 없어요......"
나는 이게 진심인지 아닌지 몰라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너 계약금 얼마나 받았는데? 그거. 스토리 작가."
세련 선배가 물었다. 선배가 나를 과대 평가하는 걸까, 아니면 그녀가 현실감각 없는 철부지 부잣집 마나님인걸까?
"선배, 나 완전 무명작가에요. 그렇게 많이 못 받아요. 오히려 생각보다도 과분하게 주신 걸요."
선배는 본인이 평가절하된 듯 피! 하면서 바람 빠진 소리를 했다.
나는 웃으면서 밝고 깨끗한 그녀의 집을 둘러봤다. 신혼집 집들이 때 왔던 후 처음으로 오는 선배의 집은 새로 인테리어를 했는지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그땐 블랙톤의 모던한 집어었는데 지금은 화이트 톤의 아늑한 곳이 되어 있었다. 같은 집인데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구나, 달라 보일 수 있구나 싶었다.
"너 그 때 이후로 처음이지? 나 결혼하고 집들이 했을 때."
윤하선배가 내 시선을 따라 집을 둘러 보며 내 마음 속을 들여다 본 듯 말했다.
"많이 달라졌네요. 그땐 조명도 어둡고 좀 더 모던한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그땐 어렸잖아. 신혼이고.블랙이 시크하고 분위기 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던 때. 깜깜한 건 젊을 때나 어울려. 나이들 수록 밝고 환한게 좋아. 요즘은 커튼도 잘 안쳐. 햇빛 받으려고."
나는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큰 창 밖으로 햇빛이 가득 들어오고 있었다. 겨울인데도. 남향집이 뭔지도 모르고 살아본 적도 없지만 왠지 이 곳은 남향 집인 것 같았다.
"네가 집으로 오겠다고 해서 놀랐어. 맨날 집으로 오라고 오라고 해도 싫다더니. 무슨 바람이 불었어?"
선배가 내 앞에 따뜻한 커피가 넘칠 듯 가득한 작은 잔을 내려 놓았다. 고소한 향기가 났다. 접시 같은 것을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고급스럽고 고상한 잔이었다. 입이 닿는 잔의 입구에는 금색 테두리가 칠해져 있었고 우아하게 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느다란 손잡이에는 손가락이 두개 정도 밖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려면 어쩔 수 없이 귀부인처럼 새끼 손가락을 들어야 했다.
"그냥, 궁금했어요. 선배의 집이. 집들이 땐 정신이 없어서 어땠는지 기억도 안나고."
두 언니는 내가 무슨 소리를 할지 궁금하다는 듯 귀부인 손가락을 하고 커피를 홀짝이며 나를 쳐다봤다. 그 모습이 너무 웃기고도 귀여워서 나도 그 자세로 커피를 따라 마셨다. 이렇게 하다보면 나도 그들처럼 보일 수 있을까 생각했다.
"꽃까지 사오고. 너 엄청 사회화 됐다, 야. 나 진짜 놀랐어."
윤하 선배는 턱 끝으로 거실에 놓아 둔 꽃병을 가리켰다. 꽃 한 다발로 사회화 된 성인 취급을 받을 수 있다니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나 싶었다. 윤주의 집에 인사를 가던 날 과일 바구니 대신 꽃다발을 사 갈걸 그랬나. 물론 그 때 그 과일 바구니도 윤주가 산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어쩌다 보니 며칠 새 두번이나 방문하게 된 꽃집에서는 단골 대접을 받았다. 꽃을 정말 좋아하시나 보다는 말까지 들었다. 집을 나오고 6개월만에 누군가의 집을 방문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고, 꽃다발 하나 정도는 살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생긴 것이 놀랍지만, 겨우 그정도로 꽃을 사랑하는 사람까지 되다니. 여지껏 아는 꽃이름이라곤 블랙뷰티 하나 밖에 없는데.
'꽃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칭호가 내게 왕관처럼 내려져 머리 위에 가볍게 내려 앉은 것처럼 나는 약간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약간 서글픈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가족들 뿐이었는데, 온 가족을 다 떼어내고 나니 모두가 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봐 주고 있다. 나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꽃병이 놓여진 거실 테이블에 둘러 앉아 윤하선배가 각각 한 부씩 인쇄해 준 단편 소설을 읽었다. 그녀는 굳이 수십장의 원고를 종이에 인쇄해서 우리에게 나눠줬다. 종이 아깝다며 사장언니가 혀를 찼지만 윤하선배는 별로 개의치 않는 듯 했다.
소설을 읽는 동안 귀부인 커피잔에는 계속 헤이즐넛 향이 가득한 핸드드립 커피가 리필됐다. 우리는 편안하게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그녀의 소설을 음미했다. 큰 창으로 가득히 들어온 햇빛과 바닥에서 느껴지는 뜨끈한 열기에 얼굴이 달아오르면 냉장고에서 차게 식힌 포도 알갱이를 씹었다. 초조하게 이것 저것 간식을 나르고 우리 눈치를 살피는 윤하 선배의 마음이야 어떻든간에 나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정말 순수하게 행복하다고 생각한 순간이었고 이런 삶이 있었나 싶게 황홀한 순간이었다. 아무것도 걱정스럽지 않고 아무런 걱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윤주의 집에 갔던 순간을 떠올렸다. 자상한 아버지와, 아들에게 늘 관심이 많은 어머니, 그리고 적당히 친하고 적당히 가까운 동생이 있는 이상적이고도 평범한 집이었다. 남들은 그걸 '평범한 가족'이라고 부를지도 모르지만 나에겐 그런 평범이 누군가에겐 책이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판타지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날의 그들은 나를 신기한 세계에서 온 낯선 것으로 여기고 구경했겠지만, 지금와서 고백하자면 나 역시 나의 판타지 세계에 살고 있는 캐릭터 같았던 그들은 조심스레 구경했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흰눈동자로 슬금슬금 훔쳐보며 파악하려고 했다. 고개를 들면 눈을 마주치고 친절히 웃으며 안부를 묻고, 성향을 묻고, 취향을 궁금해했지만 고개를 숙이면 눈알을 이리 저리 조심스럽게 돌리면서 말하지 않은, 혹은 말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는지 몰래 살폈다. 지금 그 장면을 떠올리자면 꼭 시트콤이나 코미디 같지만 그 당시 나에겐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누군가 윤주와 나의 관계가 언제부터 망가졌냐고 묻는다면 몇몇 상황과 일화들이 후보로 떠오르지만 그 날 역시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나 스스로 너무 쫄아서, 지레 겁을 먹고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냥 나의 마음이 그렇게 주눅들고 열등감에 젖어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그러나 그 한심한 열패감을 극복하기에 그때의 난 가진게 너무 없었다. 가진 것은 고사하고 언제든 나를 물어뜯을 준비만 하고 있는 흡혈귀들과 한 방을 썼다. 나는 내가 이렇게 쪽쪽 빨리고 있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그런 전전긍긍하는 마음 역시 보통의 다른 사람들 눈에는 너무 잘 보인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속 한번 썩이지 않고 바르게 자란 너무 자랑스러운 큰 아들이 집으로 데려온 첫번째 여자친구, 그것도 10년이 넘는 동안 만났다는 여자라는 타이틀은 그들의 기대감을 최대치로 키워놓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들의 기대감을 조금이라도 충족시키기에 나라는 존재는 너무 미미했다.
친절하고 호의적인 그들의 눈빛이, 미소가, 천천히 온기를 잃어가는 것을 두시간 정도의 식사시간 동안 나는 너무 아프게 느꼈다. 내 피도 같이 식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들의 수 많은 질문들, 무엇부터 물어야 할지 몰라 마구 터져 나오던 호기심들, 어서 들라던 뜨끈한 음식들, 어색함에 터져나오던 웃음이 조금씩 조금씩 라디오 볼륨을 줄이듯 줄어들었다.
거짓말이라도 했어야 했나.
아버지는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무얼 하시는지, 형제 자매는 있는지, 어머니는 전업주부이신지, 집은 어디인지, 내 직업은 무엇인지.
다시 돌아봐도 그들이 묻지 말아야했던 질문이 뭔지, 내가 거짓말이라도 해서 속여야 했던 것은 뭔지 알 수가 없다. 그들은 적당히 속물적이고도 적당히 노골적이지만 그 어떤 부모라도 물을 만한 것들을 물었고, 나는 그 모든 것을 속이거나 모든 것에 솔직하게 대답하거나, 아니면 아예 입을 다물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내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을 다 거짓으로 채울 깜도 안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미있어. 재미는 있는데......"
다 읽은 원고 뭉치를 펄럭펄럭 거리며 사장언니가 침묵을 깼다. 윤하 선배는 오랜만의 작품에 대한 평가에 긴장이 되는지 침을 꿀꺽 삼켰다.
"한 편 뿐이야?"
"왜? 뭐가 문제야?"
선배는 숨이 넘어갈 사람처럼 사장 언니 옆에 딱 붙어서 물었다.
"아니, 책 내려면 이런 거 몇 편은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언니가 포도알을 알락알락 입에 굴리며 말했다. 그리곤 좀 떨어져 봐, 하며 윤하 선배의 어깨를 밀어냈다. 선배는 안도의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매사에 심드렁하거나 시니컬한 윤하 선배가 긴장하는 건 그녀의 작품에 대한 평가를 받을 때 뿐이었다. 나는 아마도 그게 그녀가 인정받지 못한 유일한 것이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부족함 없이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란 그녀가 유일하게 풍족하게 가지지 못한 것이 바로 그녀의 글에 대한 찬사였으니까.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을 욕망하며 살아간다. 가진 것을 돌아보는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집착하는 게 삶의 의욕을 불 태우기에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면적이 작아질수록 그곳을 향하는 에너지는 더욱 응축될 테니까.
하지만 갖지 못한 것이 가진 것 보다 많아질 수록, 가진 것의 가치가 그렇지 못한 것보다 적어질 수록 삶을 조준하는 우리의 초점은 흐려지고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이리로 가야할까 싶으면 저쪽인것 같고, 저쪽이 먼저인가 싶으면 다시 이쪽의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그러지 않기 위해, 가진 것과는 상관 없이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어떻게든 안정적으로 삶의 방향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래도 무언가를 손에 쥔 이들일 것이다.
그만큼만 됐다면 나는 기꺼이 윤주의 부모님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최선을 다해 과장하고 부풀려 내가 윤주의 짝이 틀림없음을 증명했을 것이다. 윤주 역시 내가 그렇게라도 해주길 진심으로 기도했겠지만 손을 아무리 꼭 쥐어도 손에 남은 건 공기 뿐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빈 손을 펴 보여주거나 그냥 꼭 쥔 채 회피하는 것 뿐이었다.
떠들썩하게 시작되었던 우리의 만남은 아무도 말이 없는, 나의 목례와 반쯤은 고개를 돌려버린 그들의 화답으로 끝이 났다. 그게 우리 관계가 망가지던 바로 첫날이었다.
The Empress (여황제) :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거나 모두 얻을 수는 있으나 과유불급이다. 나의 행동과 처신에 따라 얻을 수 있는 크기가 달라진다. 과욕은 화를 부르며 정열적이고 화려한 연애나 잦은 다툼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