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열두달 흔들리는 꽃: 7월 Flowers

7월 Flowers_미국자리공/리시안셔스/클레마티스 & Flowers

by 문혜정 maya



'일년, 열두달 흔들리는 꽃'은 매월,

하나의 에세이와 그 달에 어울리는 꽃과 사진을 정리한 이야기, 총 2개의 글을 발행합니다.








7월_July Flowers

미국자리공/리시안셔스/클레마티스 & Flowers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꽃시장에 매일, 매주 새로운 꽃들이 빠르게 추가되고 사라지는 것 처럼 느껴지는데, 7월이 시작되면 그 다양성과 다채로움이 점차 줄어들다가 8월은 늘 비슷비슷한 종류의 꽃들만 보이고, 9월이 지나면 다시 조금씩 다양성이 회복된다.

지루함이 시작되는 여름, 본격적인 제철을 맞이하는 꽃들이 바로 오늘 소개할 꽃들이다.




7월을 대표하는 그린 소재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 미국 자리공이라고 할 것 같다. 더위와 함께 시장에 등장하는 미국 자리공은, 왜인지 모르지만 장녹수라는 꽤 반대되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미국 자리공인데 장녹수라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







꽃이 피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동그란 콩같은 열매가 설익은 포도송이처럼 달려 있는데 이 열매가 공벌레처럼 생겼다고 자리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기도 한다.








여름의 등산로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큰 원을 그리며 휘어지는 자주색 가지에 붙어 있는 녹색의 열매가 시원스럽게 보여서 다른 꽃들과 함께 써도 좋고, 큼직하게 따로 한 두대만 병에 꽂아놓아도 멋스럽다. 요즘 등산에 취미를 붙이는 사람들이 늘었다던데 여름 철 산길을 오를 때 주변을 잘 살피며 가보시길. 분명 한번 이상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리시안셔스는 장미아니냐는 오해를 자주 받는 꽃이다. 조금만 신경써서 보면 이걸 왜 장미랑 헷갈렸지?싶게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종류로 치자면 장미에 버금갈 만큼 다양하고, 계속해서 다양해지는 중이다. 더위에 강한 편이라 한 여름 무더위에 꽃시장에 꽃이 거의 다 사라질 때에도 마지막까지 남아주는 고마운 꽃이기도 하고.







하지만 요즘은 계절에 상관 없이 꽃시장에서 발견된다. 사고싶은 꽃이 하나도 없는 날 부담 없이 고를 수 있는 장바구니 스테디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꽃잎도 얇고, 줄기도 가늘 가늘 잘 부러지지만 조금만 조심하면 장미보다 수명도 훨씬 길고. 꽃잎이 우수수 떨어져서 청소가 필요한 타입도 아니고 꽃가루가 날리는, 관리나 뒷처리가 까다로운 타입이 아닌 점도 꽤 매력적이다. '흔한 꽃'이라 그 장점을 자주 잊지만 돌아서서 생각하면 이만한 꽃도 없는 것 같다.

리시안셔스의 모종을 키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분화로 키울 땐 2년이상은 되어야 꽃이 피고, 또 쉽게 피지도 않는 귀한 꽃이지만 꽃시장에는 풍성한 얼굴을 뽐내며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서 한번씩 이질감을 느낄 때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겨울에는 헬레보러스가 나의 최애 꽃이라면 여름에는 클레마티스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어른들은 클레마티스는 모른다고 하지만 으아리꽃이라고 하면 잘 안다. 화려한 얼굴의 꽃도 멋지지만 클레마티스가 플로리스트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 구불구불한 줄기가 팔할을 차지한다. 작품이 어떻게 해도 인위적인 느낌이 날 때, 무언가 가벼운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을 때 파이널 터치로 사용하면 만병 통치약처럼 문제를 다 해결해 준다.







요즘은 클레마티스 꽃이 없는 덩굴줄기만 팔기도 하고, 꽃이 지고 난 뒤 씨방이 열린 것도 판매한다. 생각보다 고가의 꽃이지만 만병통치약을 거부할 사람은 없다. 클레마티스 역시 철 없이 지속적으로 나오지만 수로 수입이고, 국산도 많이 나오는 이 때쯤이 가격도, 품질도 가장 좋다.








납작하고 편편한 타입의 클레마티스보다 종모양으로 생긴 벨클레마티스는 화려함은 좀 덜해도 수명이 조금 더 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수명이 긴 타입의 꽃은 아니므로 그 부분이 신경쓰이지 않는 사람에게 권한다.

그러나,

정말 누차 말하지만 꽃은 아름다움으로 평가하는 존재인데 '수명'과 '가격'으로만 꽃을 고르는 건 나의 꽃 세계를 편협하게 만들 뿐이다. 살아 있고, 살아 있음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꽃을 가까이 두는 것이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 무엇이 가장 아쉬울까? 꽃에 쓰긴 아깝다며 아끼고 모아둔 돈일까, 아름다운 꽃을 더 많이 보고 즐기지 못한 것일까?









Flower 1.


여자친구와의 기념일을 위해 주문한 손님의 꽃다발이었다. 올 여름의 기념일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여름의 강렬함을 가득 담았다. 특히 딱 이 시즌에만 나오기 때문에 언젠가 다른 곳에서 그 꽃을 보더라도 그날이 떠오를 수 있도록 형태가 특이한 꽃들도 함께 구성했다. 뾰족한 츕파츕스 같이 생긴 에키놉스, 선명한 보라색의 도라지꽃, 늘어진 형태가 우아한 미국자리공, 초콜렛시럽에 살짝 담궜다 뺀 것 같은 오이초, 수채화 붓으로 꽃잎을 터치한 것 같은 미니 글라디올라스, 주말농장에서 내가 직접 기른 풍선초 줄기까지. 무엇하나 눈길을 사로잡지 않는 것이 없다. 투머치하지만, 여름이니까 괜찮아 보인다.





Flower 2.


알륨과 드럼스틱이라는 파꽃 종류의 꽃들만 가지고 만든 침봉꽂이 작품이다. 줄기를 자를 때마다 파 향이 알싸하게 퍼지는데, 둥글고 큰 머리 때문에 형태를 잡을 때 너무 무거워 보이거나 쓰러질 듯 불안정해 보이지 않게 주의하며 만든다. 꽃을 꽂은 대접은 비트잎으로 덮어 가려주었고, 작은 비트는 단면이 보이게 잘라서 옆에 늘어놓아 장식을 했다. 꽃꽂이에 쓰려고 텃밭에서 기른 것이었는데 너무 아담하게 자라서 식품으로써의 상품가치는 떨어지지만 꽃작품에는 딱 쓰기 좋은(?) 사이즈였다. 본래의 용도로는 마이너스(-)였지만 나에게는 맞춤으로 플러스(+)가 됐달까?






Flower 3.


무절제하게 뭔가 잔뜩 쓰고 싶을 때는 여름이 참 좋다. 컬러도, 소재도 크게 절제하지 않고 마구 써도 된다. 그게 실제 여름의 들판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텃밭의 잡초는 잠깐만 손 놓고 있어도 금방 허리까지 차 오르고, 초록의 이파리들은 벌레가 숭숭 갉아 먹었어도 오동통하게 물이 올라 두툼하다. 그런 모습을 화병위에 구현하고 싶어서 만든 언(urn) 어레인지먼트였다. 꽃시장에선 산 정돈된 꽃과, 텃밭에서 솎아낸 채소의 벌레 먹은 겉잎과 열매, 씨드박스를 모두 함께 사용했다.








매월 첫번째 월요일에는 그 달의 에세이를 써서 발행합니다.

그리고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는 그 달에 어울리는 꽃, 직접 만든 꽃, 찍어 놓은 사진을 정리하여 발행합니다.

저의 글과 꽃과 사진이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부터 보기]

Prologue_꽃도 흔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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