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열두달 흔들리는 꽃: 7월 Essay

7월 Essay_ 무기력에 대처하는 원색적인 자세

by 문혜정 maya

브런치에 연재된 플라워 에세이 '일 년, 열두 달 흔들리는 꽃'이 2021년 4월 말, '꽃이 필요한 모든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정식 출판/발간됩니다.


이제 서점에서 만나요!






'일년, 열두달 흔들리는 꽃'은 매월,

하나의 에세이와 그 달에 어울리는 꽃과 사진을 정리한 이야기, 총 2개의 글을 발행합니다.








7월_July Essay

무기력에 대처하는 원색적인 자세 : 인생을 오가며 만나는 플러스와 마이너스에 지쳤다면














더위가 시작되면 무기력증도 함께 시작되는 것 같다. 더위와 추위에 강한 인간이 어디있으랴만은, 나는 유독 여름과 겨울을 싫어한다. 그래도 그 중에 고르라면 여름이 더 싫다.
추위로 웅크리는 겨울엔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면 에너지가 생기기도 하지만 여름엔 움직이는 것부터가 스트레스가 된다. 꽃의 수명도 눈에 띄게 짧아진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의 수명이 짧아지는 계절은 정말 싫은 때다.


하지만 딱 하나, 여름의 장점이 있다.
과감한 색의 사용이 허용된다는 것.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단지 더워지기만 했을 뿐인데 평소엔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색의 조합들이 오히려 시원스레 느껴진다. 평소 잘 쓰지 않는 과장된 형태도 괜찮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는데.


그저, 더워졌을 뿐이다.






어느 정도 날이 더울 땐 오히려 꽃 시장에 꽃이 많다. 온실에서 키워야 하는 꽃들도 냉난방 필요 없이 키울 수 있을테고, 겨울과 봄 내 키웠던 꽃들을 수확할 시기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꽃의 양이 늘어나면 꽃의 가격이 내려간다. 수명이 짧아지지만, 다양한 꽃을 사용할 수도 있고, 조금 더 많이 살 수도 있다.
인생은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합쳐져 결국 0으로 맞춰지는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간의 마이너스가 있었다면 여름에는 한껏 플러스를 해 봐도 좋을 것 같다. 과감해져도 괜찮을 것만 같다. 평소 하지 않는 옷차림과 과한 액세서리가 이상하게도 어울린다. 떨쳐버리고 싶은 더위가 이상한 자신감을 선물해 준다.
인생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마이너스가 가끔은 ‘더 잃을 것도 없지'하는 근자감의 원천이 되기도 하는 걸까?






해바라기와 다알리아는 과감해져가는 계절의 주인공 같은 꽃이다. 얼굴 표정을 숨김없이 활짝 드러내는 해바라기는 가끔 뭐가 저렇게 당당해?라고 할만큼 부담스럽지만 여름엔 괜찮다.
하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다면 해바라기의 노란 꽃잎들을 뜯어버리고 진갈색의 가운뎃부분만 남겨두어도 된다. 너무 노골적으로 플러스 된 해바라기의 얼굴에서 꽃잎을 떼어내는 마이너스를 하면, 고상하고 차분한 느낌이 남는다. 아직 꽃을 많이, 자주 접하지 못한 학생들 중에서는 마음이 아파서 노란 꽃잎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나는 그들에게 두 송이의 해바라기를 더 내어주고, 그 중 한 송이만 꽃잎을 떼어내게 한다. +2, -1.
0이 되면 조금 서글프지만 1이 남게되면 적당한 기분 좋음이 남으니까. 아직 초보자에게는 너무 많은 마이너스를 기대하면 안된다. 비우는 건 천천히 해도 된다.







그리고 다알리아는,
더럽게 예쁘지만 정말 손이 안가는 꽃이다. 그의 짧은 수명이 나를 자꾸만 가로 막는다. 속이 텅 비어있는 다알리아의 줄기는 내구성도 무척 약하다. 열대의 다알리아를 사면 분명히 다듬다가 세 대쯤은 부러뜨리고 만다. 그래서 그 반반한 얼굴 말고는 도무지 정이 안간다. 다만 매일 물 갈아주고 더위 속에 상전처럼 꽃을 모시는 게 귀찮아질 때, 여름의 무기력증이 나를 덥쳐올 때 하루 이틀이면 자연사하는 다알리아는 의외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단순해지자.
날은 점점 더워질테니. 속이 시끄러워봤자, 머릿속이 복잡해 봤자 손부채를 부치며 가슴팍의 옷을 펄럭펄럭하는 것 밖엔 할 수 없다.












매월 첫번째 월요일에는 그 달의 에세이를 써서 발행합니다.

그리고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는 그 달에 어울리는 꽃, 직접 만든 꽃, 찍어 놓은 사진을 정리하여 발행합니다.

저의 글과 꽃과 사진이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부터보기]

Prologue_꽃도 흔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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