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Flowers_스모크트리/해바라기/패츄니아
브런치에 연재된 플라워 에세이 '일 년, 열두 달 흔들리는 꽃'이 2021년 4월 말, '꽃이 필요한 모든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정식 출판/발간됩니다.
이제 서점에서 만나요!
'일년, 열두달 흔들리는 꽃'은 매월,
하나의 에세이와 그 달에 어울리는 꽃과 사진을 정리한 이야기, 총 2개의 글을 발행합니다.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요 며칠 장마라고 비가 하루 종일 내려서 축축하지만 선선한 날씨가 계속되었는데 이것이 지나가면 에어컨을 끼고 살아야 하는 두달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니 아직 닥치지도 않은 더위가 벌써부터 지겹게 느껴진다.
6월도 꽤 덥긴 했지만 그래도 견딜만한, 버틸만한 초여름의 아름다운 햇살 속에서 참 예쁘고 신기한 꽃들과 또 한달을 잘 보냈다. 길게 지속되는 여름, 겨울과 다르게 하루 아침에 지나가버리는 간절기에 만나는 계절 꽃들은 오랜만에 우연이 길에서 마주쳐 반갑지만 짧은 인사를 나누고 지나치는 오래된 친구같은 느낌이다. 아이고! 너구나! 일년만이네. 그래그래, 내년에 또 보자! 그런 느낌.
6월의 꽃들로 소개하는 꽃들 중 가장 처음으로 소개하는 안개나무(스모크트리)는 딱 그런 꽃 중 하나이다.
안개꽃과 이름이 비슷하여 같은 꽃인가 헷갈리수도 있지만 안개꽃과 안개나무는 생김새부터 너무나 다르다. 스모크트리는 보는 순간 이것이 왜 스모크트리인지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명확하게 안개낀 숲속같은 느낌을 준다. 무엇이 꽃이고 어디까지가 잎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로운 모습과 색을 가지고 있는데 말려도 형태가 보존되는 편이라 가지 한대를 사서 꽤 오랫동안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생김새가 봄이나 여름보단 가을과 겨울에 더 잘 어울리는 편이다. 하지만 이때는 철이 아니라서 구하기도 어렵도 가격도 너무 비싸서 들여올 엄두를 내기 어렵다.
나는 해바라기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다.
크고,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두껍고 튼튼하고 곧게 뻗은 줄기 한대에 너무나 명확한 꽃 한송이를 보여준다. 심지어 이름조차 '해바라기'. 해를 쫒는 습성과 형태와 컬러가 딱 그 이름말고는 다른 이름을 붙일 수도 없게 생겼다.
이 어마무지한 존재감 때문에 해바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생각보다 존재감이 큰 꽃들은 다루기 쉽지 않다. 나는 이런 꽃들은 고집이 센 꽃들이라고 부른다. 요즘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노란꽃잎에 갈색 심을 가진 해바라기 뿐 아니라 곰인형처럼 북슬북슬한 꽃잎을 가진 테디베어 해바라기, 고흐의 그림에 나오는 것처럼 생긴 고흐 해바라기, 레몬컬러의 해바라기, 와인 컬러의 해바라기 등 다양한 종류의 해바라기가 꽃시장에 나오고 있어서 그나마 골라사는 재미가 있다.
패츄니아(피튜니아)는 꽃시장보다 길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는 꽃이다. 보통 길가에 놓인 화단의 꽃들은 키우기가 까다롭지 않고, 물 주기를 조금 게을리해도 잘 견디며 기후나 계절의 변덕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꿋꿋히 살안남는 아이들을 심는다. 패츄니아는 봄부터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도 꽃을 늘어뜨려 번져가며, 피고지며 오랫동안 꽃을 보여주는 기특한 아이 중 하나이다. 키우기가 쉽다고 해서 주말농장에도 심고, 스튜디오앞 화단에도 분화로 심어 두었다. 보통 꽃들은 개화 시기가 길지 않은 편인데 패츄니아는 시들한 봉오리들을 바로바로 정리해 주면 계속해서 새로운 꽃대가 올라와 마치 한 계절 내내 꽃이 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컬러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체로 나팔모양의 꽃은 수수하게 생기고 색은 화려해서 이것 하나만으로도 화단이 환해 보이는 편이다. 꽃을 오래 보고싶은 사람들, 혹은 큰 정성을 기울이지 않아도 홀로 피고지는 화사한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키워봄직한 꽃이라고 생각한다.
또하나의 초여름을 대표하는 꽃, 아니 열매. 하이페리쿰이 꽃시장에 깔리기 시작했다. 금사매라고도 하고, 열매를 약재로 쓴다고도 하는데 내가 맨날 보는 곳은 꽃시장이라 내 눈에는 언제나 어여쁜 꽃 중 하나일 뿐이다. 노란 꽃이 지고 열리는 연두색 열매부터, 핑크색, 피치색, 빨간색 열매까지 같은 열매지만 컬러가 다를 때 사면 느낌이 또 달라진다. 이날 내가 사온 것은 아주 잘 익은 빨간 열매였는데 다른 꽃이나 잎소재 없이 하이페리쿰 하나만 가지고 어레인지를 했지만 아쉬움이 없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생긴 것도 예쁜, 아주 좋은 소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시원한 유리화기에 침봉 하나를 넣고 열매의 양감과 텍스처, 줄기의 라인감을 표현해 보고자했다.
일명 보뜨부케. '보뜨Botte'는 불어로 '장화'라는 뜻과 '다발, 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장화처럼 뭉툭하게 생겨서 붙은 이름이라는 사람도 있고, 큰 하나의 단으로 묶여서 그렇게 부른다는 사람도 있다. 보뜨라는 단어 자체가 그 두 뜻을 다 가지고 있으니 둘다 맞는 거 아닌가 싶다.
보뜨부케의 특징은 보통의 꽃다발이 아랫쪽은 잘 정돈되고 배열된 줄기를 보여준다면 이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꽃다발이고, 손잡이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는데 있다. 마치 꽃뭉텅이나 몽둥이처럼?
꽃다발이 줄기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건 사실 물에 꽂았을 때 물이 쉽게 부패되지 않고 꽃이 오래가도록 하기위함인데 보뜨부케는 태생적으로 그게 불가능하다. 만드는 과정의 즐거움과 촬영으로 사진을 남기는 동안의 즐거움만 느끼는데 최적화 되어 있다. 만들고 난 뒤 물에 넣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넣어도 물속에 잠긴 부분의 꽃들이 아주 빠르게 물러지고 썩는다. 나는 꽃들이 천천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피었다 지는 것을 보는 게 좋기 때문에 자주 만드는 타입의 디자인은 아니지만 한번씩 나도 꽃으로 사치를 부리고 싶은 기분이 들 때 만들곤 한다.
중간에 들어간 옅은 핑크 컬러의 수국을 제외하면 모두 주말농장에서 키우거나, 근처에서 채집한 풀들로 만든 어레인지먼트이다. 크기가 커서 힘을 받게 하려고 침봉과 치킨와이어를 모두 사용했다. 개천에서 채집한 소루쟁이(소리쟁이, 갯솔쟁이)가 영감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초여름의 연두빛이 확연한 소루쟁이로 전체적인 라인을 잡고, 그 사이사이를 나의 꽃밭에서 조금씩 잘라온 마가렛, 패츄니아, 플록스, 비올라, 그리고 딸기로 채웠다. 딸기가 보고싶어서 심었지만 크기도, 모양도 그럴싸한 것 하나 맺지 못한 나의 딸기 덩굴 속에서 짜잘한 딸기줄기를 잘라와 끼워넣었다. 먹기엔 너무 작고 못생긴 딸기였지만 꽃들 사이에 넣기엔 딱 좋은 아이였다.
과일과, 야채와, 잡초들의 경계가 없는 꽃꽂이는 늘 너무 즐겁고 나만의 작은 정글 모험을 떠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다른 플로리스트는 얻지 못한 레어템이라는 사실도 매력적이고.
늘 어렵다 생각한 해바라기와, 대충 놔도 느낌이 나온다고 생각한 스모크트리를 조합했다.
어두운 해바라기와 밝은 해바라기가 안개 속에서 비등비등 세력을 겨루는 것을 상상하며 만들었는데 내 생각보다 노란 해바라기의 힘이 셌다. 완성작이 너무 밝은 듯하여 아예 더 밝게 가자!싶어서 오렌지와 레몬을 와이어에 끼워 어레인지먼트에 추가했다. 그리고 스스로 '나는 어쩔 수 없이 밝음이 더 강한 사람이야. 꽃에도 그게 삐져나오는 걸 어떡해!'라고 자위했다. 뭐 어떡해. 그게 나고, 이게 내 꽃인데.
매월 첫번째 월요일에는 그 달의 에세이를 써서 발행합니다.
그리고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는 그 달에 어울리는 꽃, 직접 만든 꽃, 찍어 놓은 사진을 정리하여 발행합니다.
저의 글과 꽃과 사진이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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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_December: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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