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Essay_짧지만 행복하기 위해
브런치에 연재된 플라워 에세이 '일 년, 열두 달 흔들리는 꽃'이 2021년 4월 말, '꽃이 필요한 모든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정식 출판/발간됩니다.
이제 서점에서 만나요!
'일년, 열두달 흔들리는 꽃'은 매월,
하나의 에세이와 그 달에 어울리는 꽃과 사진을 정리한 이야기, 총 2개의 글을 발행합니다.
낮에는 여름이, 아침과 저녁에는 봄이 공존한다.
다가올 무더위에 대한 예고편인 듯 약간의 두려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열 두달 중 5월을 가장 좋아하지만 약간은 현실적인 차원에서 6월도 좋아하는 편이다.
6월에는 작약의 가격이 내려간다.
딱 그 하나가 ‘6월을 좋아하는 편'이 된 이유이다.
작약은 꽃의 여왕이면서 5월의 꽃으로 유명한 꽃이다. 작약 여왕님은 생긴것부터 딱 여왕처럼 생겼는데,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퍼 놓은 것처럼 동그랗고 땡땡한 봉오리일 때는 긴가민가 하지만 금새 벌어지는 큰 얼굴을 보고있으면 ‘내가 보는 게 진짜 꽃인가?’ 하는 비현실적인 기분이 든다.
커다란 꽃송이와 화려한 화형, 그리고 짧은 시즌 덕에 작약은 몸값이 꽤 비싼 편인데 제 철인 5월에는 많은 종류의 작약을 최상의 상태로 만날 수 있지만 가격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끝물에 해당하는 6월, 특히 6월 초에서 중순에는 상태가 조금 떨어지는 대신 가격도 함께 떨어진다. 그 해의 여름이 조금 늦게 찾아온다면 작약의 계절은 조금 더 길어 진다.
나는 늘 가성비를 생각해야한다.
순수한 아름다움만을 쫒고 싶지만 내 삶은 언제나 땅에 붙어 있다. 현실감을 잃을래야 잃을 수가 없는 삶이다. 매월 아르바이트생의 월급과, 가게의 임대료와, 재료비와, 나 자신의 생활비를 잊어버리려고 해서는 안되는 삶을 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꽃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성비'란 족쇄같은 것이다. 하지만 세상 최고의 아름다움을 쫒으며 가격을 생각하는 건 아이러니다. 손님들은 조금이라도 싼 꽃을 찾지만 사실 언제나 같은 종류라도 비싼 꽃이 조금 더 예쁘고 품질이 좋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낀 플로리스트들은 약간 곡예사처럼 그 중간의 지점을 찾아내야 한다. 다 잊고 가장 예쁜 것만 생각하고 싶지만 현실의 것들이 발목을 잡는다. 알바생들에게 월급을 줘야지, 건물주님에게 임대료를 내야지 나는 또 다른 꽃을 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중간 지점이 언제나 베스트가 되는 건 아니다. 최고와 최악 사이의 중간은 중간일 뿐, 최고도 최악도 아니다. 아니, 가끔은 중간을 택했는데 결과물은 최악일 때도 있다. 이 역시나 아이러니 하다. 그 평균점에는 최고도 들어 있는데 결론의 확율은 중간이거나 최악이라니, 참 너무하군.
그래서 나는 저렴하고도 양이 많은 꽃, 오래가는 꽃을 사러 온 손님에겐 그날 아무리 예쁜 작약을 들어왔어도 먼저 권하지 않는다. 작약은 그 기준의 중간지점에 있지 않으니까. 그들의 기준에서 보면 작약은 최악의 꽃이다. 한 대에 한 송이가 피고, 만개하고 3일을 넘기기 어렵고, 비싸다.
나는 그들의 관점에서의 최악을 피하기 위해 작약을 소개하지 않는 수를 두고, 그 수는 어쩌면 누군가에게서 평생 작약 꽃 한 송이의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버린 수일지도 모른다. 나에게서 클레임이라는 최악의 수를 피하기 위해 누군가의 어떤 기회(그들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은 기회일지도 모르지만)를 지워버렸다는 게 그렇게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나는 다만 고객이 요청한 사항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함이었다고 스스로 위로 한다.
그러나.
계절의 흐름에는 언제나 틈새가 있다 촘촘한 듯 이어져있는 시간의 흐름에는 가만히 들여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구멍이 있고, 가끔은 그것을 기회로 이용할 수도 있다.
작약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가성비 있게 즐기기 위해 나는 그 틈새를 이용하기로 한다. 다른 꽃들보다는 조금 더 비싸고 수명은 훨씬 짧지만 그래도 이정도의 가격이면 이 정도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길만 하다고 생각되는, 저울의 수평지점이 6월 초 어디쯤엔가 있는 것만 같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고객들의 성향과 니즈를 파악하며 아름다움과 값의 저울을 오가는 내가 속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세상에 이런 저울 하나쯤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이 어디 나 하나 뿐일까 생각하며 꽃으로 고개를 돌린다. 왜, 이런 기회라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야.
그렇게 일년에 딱 한번, 약 일주일 정도 가장 화려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펼쳐진다. 그건 마치 작약의 수명처럼 짧지만 폭죽처럼 강렬하다.
매월 첫번째 월요일에는 그 달의 에세이를 써서 발행합니다.
그리고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는 그 달에 어울리는 꽃, 직접 만든 꽃, 찍어 놓은 사진을 정리하여 발행합니다.
저의 글과 꽃과 사진이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부터 보기]
instagram: @mayaflor_co
blog: www.themaya.co.kr
homepafe: www.mayaflor.co.kr
online store: 마야플로르스마트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