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Flowers_ 삼나무/비단향/더글라스/크리스마스부쉬
'일년, 열두달 흔들리는 꽃'은 매월,
하나의 에세이와 그 달에 어울리는 꽃과 사진을 정리한 이야기, 총 2개의 글을 발행합니다.
12월에는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전 세계적인 축제가 있다.
바로 크리스마스.
꽃과 관계 없이 살아온 사람들도 이 시즌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라고 불리는 꽃장식(대부분 나무가지가 들어가지만)을 한다. 그러니 12월의 모든 꽃은 크리스마스에 맞춰져 있다.
나는 이 시즌,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트리 보다 주로 벽에 걸어 둘 수 있는 리스나 갈란드 형태의 크리스마스 데코를 선호한다. 리스와 갈란드를 만들 때 향이 은은하게 나는 아이들을 사용하면 겨우내 만족스럽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 때 만날 수 있는 많은 나무들이 상쾌한 향기를 갖추고 있다.
삼나무는 짧고 뾰족한 잎과 작은 솔방울이 달린 나무인데, 잎의 길이를 줄이고 약간 통통하게 만든 소나무 같은 느낌이다. 어떤 줄기 끝에는 초미니사이즈 솔방울 같은 것들이 오돌오돌하게 달려있고, 가지를 자르면 시원한 향기가 난다.
삼나무보다 좀 더 부드럽고 숲속향 같은 느낌을 찾는다면 비단향나무도 좋다. 침엽수이긴 하지만 이름처럼 만지는 느낌이 아주 부드럽다. 블루버드, 비단삼나무라고 불리는 것들과 비슷한 듯 다른데 가장 다른 건 가격이다. 가장 가격대가 낮은 편이라 리스나 갈란드 속에 볼륨을 넣고, 향을 추가하려는 용도라면 비단향 나무를 선택해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더글라스도 향이 좋은 나무 중 하나인데, 나는 새콤달콤한 향이 난다고 생각한다. 뭐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피톤치즈 가득한 향이다. 그렇다고 너무 녹색 느낌만 나는 향도 아니다. 나무라기 보다 허브에 가까운 향이랄까? 생긴 건 납작한 소나무 같이 뽀족한 잎이 나있지만, 만져보면 촉감도 아주 부드럽고 좋다. 향기가 가장 좋은 시즌 나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잎을 훑어서 떼어낼 때 향이 더욱 진하게 난다.
겨울에도 꽃이 필요한데 무엇이 가장 좋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떠오르는 꽃이다. 이름부터 크리스마스 부쉬라고 한다. 하얀꽃이 피었다가 점차 붉게 변해서 크리스마스즈음엔 빨간 꽃이 된다는 아이인데 분화로 키워보지 않아서 하얀모습보다는 빨간 꽃일 때의 모습이 더 익숙하다. 우리가 보는 붉은 꽃부분은 사실 꽃이 아니라 꽃받침이기 때문에 쉽게 시들지 않고 신경을 쓰면 말릴 수도 있다.붉은 꽃받침은 마르면서 아주 짙은 적갈색으로 색이 변하고 크기가 쪼그들지만 어두운 느낌도 겨울의 느낌과 잘 어울린다.
뭔가 심통이 났을 때 만든 X자의 작은 갈랜드이다.
사슴 뿔 모양으로 만든다고 했지만 이때 난 그냥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굵은 가지 두개를 X자로 엮어보니 그 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X자가 너무 많이 가려지지 않도록 신경쓰며 가운데에 유칼립투스를 조금만 채웠다. 부정적인 에너지도 가끔은 쓸모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안에 두지 않고 밖으로 꺼내어보니 그렇게 되었다.
꽃 냉장고에 오렌지색 거베라 세 송이와 조금 마른 캄파눌라 장미 두 송이가 오랫동안 남아있길래 꺼내어 들여다 보다가 즉흥으로 만들어보았던 어레인지먼트.
3월인가 쓰고 남은 엽란이 딱히 쓸만한 곳이 없길래 그냥 말려 보았는데 색만 누렇게 바랬을 뿐 형태 변화는 거의 없어서 버리지 않고 구석에 그냥 두었다가 썼다. 갈잎과 오크잎도 비슷하게 그렇게 무언가를 만들다가 조금씩 남아 있던 재료였다.
재료들이 거의 다 말라있어서 해초 바구니 안에 작은 물병을 넣고 아직 살아있는 거베라와 장미만 물이 닿을 수 있게 꽂아주고 나머지 빈자리는 물이 없어도 되는 마른 소재들로 채웠다. 오히려 마른 소재가 많아서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해초껍질로 만든 바구니에 물이 세서 썩을 수도 있었을텐데.
가지고 있던 모든 드라이 플라워들을 총 동원해서 스튜디오 바깥에 세워둘 촛대장식을 만들 었다.
사실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민망하게 그져 그 자리에 꽂아주기만 한 것들이다. 외부에 비치할 것이라 크리스마스가 지날 때까지는 꽃이 시들면 안되고, 얼어도 안되고, 관리하기 어려울테니 물을 줄 필요도 없어야 했다.
이게 다 써 먹을 때가 있을까 싶었던, 정말 다 버려버릴까?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던 아이들을 여기 저기에 다 써 먹었다.
버릴까, 잊을까 했던 지난 시간들도 언젠가는 쓸모있는 것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매월 첫번째 월요일에는 그 달의 에세이를 써서 발행합니다.
그리고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는 그 달에 어울리는 꽃, 직접 만든 꽃, 찍어 놓은 사진을 정리하여 발행합니다.
저의 글과 꽃과 사진이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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