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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Apr 28. 2021

더 좋은 날은 반드시 온다

윤여정 배우님을 보며

한국을 넘어 글로벌 스타가 된 74세 할머니가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영화 <미나리>로 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 씨다. 이번 수상뿐만 아니라 수많은 영화제에 이름을 올리며 여우조연상을 휩쓸었다. 


네이버 뉴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상을 너무 많이 받아 이젠 다 세기도 어렵다고 웃으며 얘기하기도 했다. 연륜과 위트가 묻어난 수상 소감 또한 이슈를 몰고 다녔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농담과 따뜻한 메시지를 담은 수상 소감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영화 팬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나 또한 영상과 뉴스를 찾아보며 배우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윤여정 님의 매력에 빠져들기도 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자신을 생계형 배우라고 말했다. 이혼 후 한국으로 돌아와 두 아들의 양육을 위해 연기를 다시 시작했다. 젊은 시절 잘 나가던 영화배우였으나 13년이란 공백은 생각보다 더 큰 것이었다. 거기다가 이혼녀라는 부정적인 꼬리표까지 달렸으니 배역을 따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감독과 작가를 만나 자신을 써달라고 했다고 한다. 카메라 앞에서 멋진 연기를 하는 배우이기 전에 두 아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자 엄마였기 때문이다. 


닥치는 대로 일을 하던 그녀가 60세가 넘었을 때에야 비로소 사치를 부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사치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택하는 거였다. 영화 <미나리>도 그중 하나였다.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시나리오를 본 순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수많은 그녀의 이야기가 있지만 여러 인터뷰에서 비교적 담담하게 이 말을 하는 장면이 내게는 인상적이었다. 


"오래 살아야 해."


74세의 노배우가 인생의 희로애락을 지나오며 남기는 이 말이 내 마음에 새겨졌다. 화면에서 보이는 모습보다 그 뒤에서 겪어냈어야 할 힘들고 어려운 일이 분명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모두 겪으면서도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해 온 그녀의 말이라 더 무겁게 느껴졌다.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고 어떻게 사느냐도 중요하다. 그런데 그녀의 이 말에는 굳이 긴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 그녀의 삶이 이미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긴 수상 소감 또한 인상 깊었고, 시상식 후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녀의 메시지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힘든 시간, 괴로운 시간, 혼자인 시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간 이 모든 것을 견디어내면 반드시 더 좋은 날은 오게 된다. 어쩌면 그러한 시간을 견디었기 때문에 신이 그에게 값진 선물을 주시는 것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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