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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Mar 15. 2021

24시간 중 나의 시간은 얼마나 될까?

열심히 산 게 죄는 아니잖아

하루는 24시간이다. 

24시간을 분으로 환산하면 1,440분이다. 1,440분을 초로 환산하면 86,400초다. 하루는 짧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 86,400초는 꽤나 길게 느껴진다. 


시간으로 의식하든 분으로 의식하든 하루라는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 공평하게 주어진 그 시간을 모두가 무언가를 하며 꼬박꼬박 채워간다. 


그렇게 채워진 시간은 하루가 되고, 수많은 하루가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나는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한 뒤로 16년을 쉬지 않고 직장 생활을 했다. 세 차례 이직은 했지만 마흔이 될 때까지 거의 쉬지 않고 달려왔다. 


16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며 보낸 나의 하루는 거의 비슷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 준비를 한다. 아침잠이 많은 나에게 출근 준비 시간은 언제나 빠듯하다. 빠듯한 시간을 쪼개어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마치고 완벽하게 깨지 않은 채 직장으로 향한다. 9시부터 6시까지, 점심시간 한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업무에 매달린다. 때론 야근도 하며 내가 맡은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 내가 최선을 다 했다고 해서 회사에 대단한 기여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 팀이나 다른 부서에 피해를 준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내가 맡은 일은 최선을 다해서 해내야 한다.  


일은 끝이 없지만 퇴근 시간이 다가오는 것은 기쁘다. 적당한 선에서 업무를 마무리 하고 퇴근을 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 준비를 한다.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하면 8시 정도 된다. 하루 종일 회사 일로 머리를 썼기 때문에 뭔가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다. 유튜브에서 뭔가 재미난 것을 찾아 헤맨다. 머리를 식히는 그 시간은 언제나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아 시간을 확인하면 어느새 밤 10시다. 아쉽다. 더 놀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내일 출근을 위해 씻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면 적어도 자정 전에는 잠이 들어야 한다. 서둘러 잠자리에 누워 불을 끄고 잠을 청한다. 잠들기 전 알람을 설정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알람 확인을 한 번 더 하며 내일은 10분이라도 일찍 일어나자고 다짐하며 눈을 감는다. 


휴가 때를 제외하고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언제나 이와 같은 루틴으로 하루를 보냈다. 일을 하고 먹고 자고 쉬었던 그 모든 시간은 나의 시간이었다. 나의 시간을 온전히 보냈을 뿐인데 나는 직장생활 16년 차에 왜 번아웃이 되었을까? 


나의 시간을 나를 위해 제대로 썼다면 번아웃이 될 이유가 없었을것이다. 무언가 잘 못 되었다. 나를 살리기 위해 나는 알아야 했다. 번아웃으로 인해 나의 몸과 마음이 탈진된 원인을 파악해야만 했다. 


원인을 찾기 위해 지난 16년의 하루하루를 천천히 되돌아보았다. 짧지 않은 그 시간 동안 나는 분명 나의 시간을 살아왔다. 하지만 그중 진짜 내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는 깜짝 놀랐다. 


하루 24시간 중 나의 시간, 나를 위한 시간은 과연 몇 분 몇 초나 될까? 


학생은 공부를 하고, 직장인은 회사를 다닌다. 주부는 살림을 하고, 상인은 물건을 판다. 저마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하루 24시간을 쪼개어 쓴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일을 하는 것. 그 모든 것이 분명 자신을 위한 것이고 자기의 시간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고 허무하다. 시간의 주인이 사라진 자리에 시간만 남아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나의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번아웃 이후 내가 없던 나의 시간을 돌아보며 한 가지 깨닫게 되었다. 진정한 나의 시간이란 몸과 마음을 살피며 휴식과 여유를 가지는 시간을 뜻한다. 


하루 중 자신의 마음을 챙기는 시간을 단 1분이라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자신을 의식하고 자신의 시간을 인지할 수 있다. 자신의 시간을 인지하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다 보면 시간에 쫓기고 역할에 쫓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끝에는 허무함과 허탈함만 남게 된다.


현대인은 더욱더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만들기가 어렵다. 혼자인 시간에도 휴대전화로 많은 것을 해야 한다. 몸과 마음을 살필 여유를 주지 않은 채 꾸역꾸역 자신의 시간을 무언가로 채워 넣기 바쁘다. 복잡한 머리를 비우기 위해 멈추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더 바쁘게 손과 눈을 움직이며 조금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다. 


나는 번아웃을 겪은 후 의식적으로 머리를 쉬게 하는 시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되도록이면 휴대전화를 열어보지 않기로 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지만 출퇴근 길에 마주하는 풍경으로 눈길을 돌리고 일부러 생각을 멈춘다.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 같지만 나는 그때 진짜 내 시간을 내가 쓰고 있다고 느낀다. 그것은 무언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내가 선택한 진짜 내 시간이다. 하루 중 5분에서 10분이라도 잠시 모든 것을 멈추기 위한 시간을 일부러 만든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세상, 그런 시간마저 없다면 나는 또 다시 내가 없는 나의 시간을 살게 될 것이다. 자신에게 잠시라도 여유를 주어보자. 머리를 쉬게 하고 몸과 마음을 만나는 시간을 가질 때 진짜 자기만의 시간을 마주할 수 있다. 


무언가를 계속해야 한다고 느낀다면 자신을 번아웃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이다. 오롯이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하루 중 단 5분도 되지 않는다면 나의 시간은 과연 누구의 것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한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느끼며 머리를 비우고 마음에 여유를 가지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처음에는 어렵더라도 의식적으로 그런 시간을 조금씩 늘리다 보면 자신의 몸과 마음에 조금씩 여백이 생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풍선에 바람을 채우기만 하면 언젠가 터져버린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다. 


나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짧게라도 의식적으로 가지는 것, 그것이 시간의 주인으로 사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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