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morning 보다 더 많이 쓰는 말 How are you?
아침에는 Good morning
점심에는 Good afternoon
저녁에는 Good evening
헤어질 땐 Good bye!
언제 어디서 이 노래를 듣고 외우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영어를 배우던 학창 시절 부지런히 불렀던 노래였다. 신기하게도 여전히 이 노래를 기억하고 있다.
영어를 배우면서 열심히 익혔던 인사말 문장이 하나 더 있었다.
How are you?
I'm fine, and you?
중학교 영어 교과서에 맨 처음 나왔던 이 문장은 Good morning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듣고 말하기 연습을 했던 문장이 아니었을까 한다.
어린 시절 언젠가 미국에 가면 꼭 써먹을 요량으로 참으로 열심히 익힌 문장들이었다. 그런데 정작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인들과 인사를 나눌 때 나는 적잖이 당황했었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Good morning, good afternoon, good evening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현지인들이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는 Good morning이라고 인사하고, 오후 12시부터 해지기 전까지는 Good afternoon, 저녁 시간이 되면 Good evening이라고 말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내가 열심히 준비한 Good afternoon과 Good evening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대신에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인사는 "How are you?"였다.
아침, 점심, 저녁,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할 것 없이 눈만 마주치면 그들은 내게 "How are you?"라고 인사를 건넸다. 참 신기했다. 아침에 Good morining이라고 인사를 건네지 않는 것도 신기했지만 모르는 사람도 내 기분을 물어보는 것이 참으로 신선했다.
(물론 정말 궁금해서라기 보다는 'Hi! 안녕!' 하는 가벼운 인사말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How are you?"라고 묻는 그들의 인사에 나는 중학교 때 배운 데로 늘 "I'm fine, and you?"라고 대답했다. 왜냐하면 아는 게 그것뿐이었으니까 나는 언제나 'Fine'했다.
"I'm fine, and you?"라고 물어보면 교과서에서 배웠던 대답은 "I'm fine, too."였다. 그런데 내가 들은 대답은 놀랍게도 그것이 아니었다.
OMG, 맙소사!!!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지 않은 대답이 들리면 나는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내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그다음 말을 어떻게 이어서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며 현지인들이 뭐라고 대답하는지 열심히 듣기 시작했다.
내가 들은 대답은 너무나도 다양했는데 열거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기분이 좋을 때
I'm good.
Excellent!
Great!
Wonderful!
그냥 그저 그럴 때
Not (too) bad.
So so. (이건 일본인이 정말 많이 대답함.)
Can't complain.
기분이 좋지 않거나 피곤할 때
Not good.
I'm tired.
Exhausted.
슬플 때
I'm sad.
Miserable.
화날 때
I'm angry.
I'm upset.
Anxiety.
A little bit annoyed.
걱정되고 불안할 때
I'm worried.
I'm very nervous.
이렇게 다양한 대답을 들으면서 내가 가장 크게 놀랐던 것은 미국인들은 자기의 기분을 이야기하는데 참 솔직하다는 것이었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얘기하는 그들의 솔직함과 다양한 표현들이 신선하고 신기했다.
상대의 기분을 함께 느끼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 같았다. 처음 만난 UPS 딜리버리 아저씨에게도 슈퍼마켓 캐셔에게도 그들은 "How are you?"를 물으며 마치 오래전부터 알아왔던 친구처럼 서로의 안부와 기분을 나누고 있었다.
우리나라 인사말은 영어의 그것보다 훨씬 단순하다.
얼굴을 마주하게 되면 "안녕하세요."하고 건네는 것이 전부다. 요즘은 영어식으로 "좋은 아침!"이라고 얘기하거나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해진다면 "좋은 일 있어? 오늘 좋아 보이네.", "무슨 일 있어? 얼굴이 왜 그래?"라며 상대의 얼굴 상태와 표정을 보고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만 30년을 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 적잖이 당황했던 이유를 나는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가르쳐준 대답이 "I'm fine."이 전부였던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크게 당황했던 이유는 나의 기분을 솔직하게 말하는 법을 나는 몰랐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좋아도 안 좋은 척, 싫어도 싫지 않은 척하며 내 기분을 감추기 바빴는데 미국인들은 좋으면 왜 좋은지, 싫으면 왜 싫은지를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을 보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처음에는 주야장천 "I'm fine."이라고만 대답하다가 그 말이 점점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솔직히 내게도 'Fine' 하지 않은 날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How are you?"라는 인사를 받을 때 내 기분을 느끼고 대답하는 연습을 해 보았다.
진짜 좋은 날은 "Great!"이라고 얘기하고, 그냥 그저 그런 날은 "Not too bad.", 피곤한 날은 "I'm so tired."라고 솔직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나의 대답을 들은 그들은 무슨 좋은 일이 있었냐? 왜 피곤하냐?라고 물어보며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친구를 사귈 수 있었고 영어 실력도 조금씩 향상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진짜 미국식 영어를 가르쳐 주고 싶어 수업 시작 전에 항상 "How are you?"라고 물어보았다. 세월이 많이 변했고 영어 조기 교육을 엄청 시키는 한국이니 요즘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의 대답은 나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데 웬걸!
아이들은 하나같이 "I'm fine."이라고 대답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내가 한국을 떠나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요즘 아이들의 대답을 들으며 영어를 잘하는 것과 자신의 기분을 영어로 표현하는 것은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언어는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다.
단어 암기를 많이 하고, 문법을 잘한다고 해서 영어를 잘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건 영어 점수가 좋은 것 일 뿐 의사소통의 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언어 안에 스며있는 문화를 받아들이고 익히는 것 그것이 진짜 영어 실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다.
How are you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