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을 찍었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법한 제목이지만, 사실이다.

오늘 도장을 찍었다. 출간 계약서에.

구두로 출간 계약을 확정한 후 몇 가지 조율할 상황이 있어 담당 에디터 님과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한 편으로는 걱정되는 마음도 없진 않았지만, 믿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마침내 지난주 토요일, 서면으로 계약서를 받아 확인하고 도장을 찍어서 발송했다.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니 글도 잘 써진다. 오늘 아침에 한 꼭지를 마쳤으니 이건 분명 도장의 힘이다.

영화가 개봉하면 홍보를 위해 인터뷰를 하는데, 리포터가 배우들에게 가끔 이런 질문을 한다.

"어떻게 그렇게 다이어트를 혹독하게 하셨어요?"

"어떻게 그렇게 근육을 만드셨어요?"

작품을 위해서라든지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서라든지 뭔가 있어 보일 듯한 대답을 저도 모르게 기대한다. 예전 인터뷰에서 배우 문소리 씨가 이런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난다.  

"입금되면 다 해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담담하고 솔직한 대답에 리포터가 그만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인터뷰를 보던 나도 덩달아 웃으며 그녀의 솔직함에 반하기도 했다.

문소리 씨의 대답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돈을 받았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계약자 당사자들은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 배우를 믿고 역할을 맡긴 투자자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고, 계약금도 받았다. 이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한다.

초보 작가를 믿고 선뜻 계약을 해 준 출판사에 대한 예의로서 좋은 글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정성을 쏟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