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푹 빠진 드라마가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다.
시즌제라는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는 없던 형식의 드라마였고, 응답하라 시리즈를 성공시킨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조합이 믿고 보는 드라마를 만들었다.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한 번 빠지면 스토리를 다 기억할 때까지 수도 없이 돌려보고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온갖 영상을 다 찾아본다. 시즌 2가 시작될 때까지 한 주에 한 편 올라오는 하드 털이 영상부터 예능 <슬기로운 캠핑생활>까지 빠지지 않고 다 챙겨봤다. 심지어 캐스팅을 위한 감독과 배우들의 오디션까지도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좋아하는 많은 애청자들이 그러했다.
<슬의생>에 관련된 모든 영상을 다 찾아보다가 배우들이 신원호 감독과 함께 일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다. 정경호 배우는 신원호 감독과 처음으로 작업한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1인 주인공을 할 만큼의 실력 있는 배우들인데 5명의 공동 주연이라는 어찌 보면 자신의 분량이나 인지도를 깎아먹을 수 있는 드라마에 함께 하고 싶어 하는 게 신기했다. 신원호 PD와 작업하면 워낙 빵 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연 배우들은 그럴 이유가 없어 보였다. 그럼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시간을 <슬의생>에 빠져 그 이유를 찾던 얻은 결론은 이것이다.
결국은 사람이다.
드라마를 연출하는 감독도 사람이고, 연기하는 배우도 사람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사람과 사람이 통해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해주고 합을 맞춰야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시청자는 연출되고 편집된 1시간 30분 남짓의 화면으로만 드라마를 접하지만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에너지와 정성이 들어간다. 그것을 보는 시청자도 사람이라 자연스럽게 그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 결국은 사람이었다.
팀라이트와의 만남
2020년 9월 26일 토요일
이대의 한 스터디룸에서 스테르담 작가님의 탈잉 강의를 들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탈락의 쓴 맛을 보고 어떻게 하면 합격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고 싶어 강의 신청을 했다. 나는 어떻게 how를 알고 싶었는데 스테르담 작가님은 왜 why를 이야기하셨다. 그런데 그 왜에서 원했던 답을 얻게 되었다. 일주일 뒤에 브런치 합격을 했고, 드디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때의 인연으로 스테르담 작가님과 글로 소통하게 되었고, 작가님의 꿈과 비전을 듣게 되었다. 선하고 강한 영향력을 나누는 분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작가님을 돕고 싶었다. 인사이트 나이트라는 강연을 기획하신다는 말을 듣고 내가 먼저 스텝으로 지원했다. 그렇게 해서 2020년 12월에 인사이트 나이트를 시작했다.
인사이트 나이트를 하고 보니, 이건 내가 원했던 거라는 기억이 떠올랐다. 이전에 자비출판을 하는 작가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하면서 작가들과 독자들이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해 보고 싶어 추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꿈은 이루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고, 그 회사에서는 굳이 그런 걸 추진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 실망도 많이 했고 아쉬움도 남았다. 나의 힘이 부족하다는 것에 좌절도 했다. 그렇게 잊었던 꿈이 인사이트 나이트를 하면서 다시 깨어났다.
스테르담 작가님이 '브런치 작가 레이블'을 모집했을 때 당연히 함께 하기로 했다. '인사이트 나이트'를 그 안에서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 다른 작가님들과 함께 마음을 모아 작은 것부터 해낼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눈치 볼 사람도 없고, 시도하는데 허락을 받아야 할 오너도 없었다. 그저 우리끼리 의견을 내고 시도해보고 즐기면 되는 놀이터였다. 그게 다였다.
팀라이트 활동을 하며 나는 또 한 번 생각한다.
'결국은 사람이다.'
팀라이트에는 사람이 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성장하길 원하고, 여전히 꿈을 꾸는 사람이 있다.
서로의 실수를 감싸주고, 상대방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아껴주고 존중해주는 사람이 있다.
좋은 사람들이 그곳에 있다.
기다리던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가 시작되었다.
무뚝뚝한 전공의 장겨울 선생이 안정원 교수에게 질문을 한다. 작년에 하늘나라로 떠난 소아 환자의 어머니가 종종 병원에 찾아오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본다. 안정원 교수는 다정하게 얘기해준다. 그 엄마는 아이 얘기를 하고 싶어서 오는 거라고, 다시 찾아오면 따뜻하게 대해주고 얘기도 들어주라고 한다.
만약에 안정원 교수가 뭐 그런 보호자가 있냐고 바빠 죽겠는데 그런 사람은 무시하라고 얘기했다면 장겨울 선생은 보호자를 어떻게 대했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좋은 사람이 곁에 있으면 그도 좋은 사람이 된다.
좋은 사람들이 있는 팀라이트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랑을 나누고 싶다. 오랜 시간 간직했던 내 꿈을 이 사람들과 함께 펼쳐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