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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Oct 07. 2024

지루해서 행복한 나라 핀란드

개인의 만족스러운 삶이 행복한 국민과 국가를 만든다 

겨울에는 고작 2~3시간 정도 해를 볼 수 있고, 여름에는 백야로 인해 동안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있다. 이런 기후에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싶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나라는 7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선정되었다. 산타클로스 마을이 실제로 존재하고, 오로라를 볼 수 있으며, 사우나와 자일리톨 껌으로 유명한 나라 핀란드다. 


핀란드의 겨울이 얼마나 춥고 혹독하면 '영하 50도가 되자 북극곰이 북극에서 탈출하기 시작한다. 핀란드군은 진짜 겨울 날씨가 될 때까지 그들의 혹한기 훈련을 연기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출처: 나무위키 namu.wiki>


유엔(UN) 산하 자문 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매년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한다. 세계 각 나라 거주민들의 행복을 정량화하여 행복지수로 표현하고, 이를 통해 정부, 기업 및 시민사회가 행복에 관한 복지를 평가하고 피드백할 수 있도록 하는 지표로 사용한다. <출처: 위키백과 wikipedia.org>


2024년 세계행복지수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143개국 중 52위로 보고되었다. 전년도에 57위였던 것에 비하면 다행히 다섯 단계가 올랐다. 세계 경제 순위(GDP)로 보면 대한민국은 10~14위를 차지하는 반면, 핀란드는 47위 정도에 있다. 


잘 먹고 잘 사는 게 행복의 조건이라면 핀란드와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반대로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열악한 기후 조건의 겨울왕국 핀란드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되었을까?


미국 이코노미스트지의 한 기사는 핀란드의 행복 비결이 지루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핀란드의 행복 비결은 어쩌면 지루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무료 교육, 넉넉한 육아 휴가, 건강한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 사람들은 아무리 평범하더라도 자신의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는 시간과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 핀란드인의 80% 이상이 국가의 경찰, 교육, 의료 시스템을 신뢰한다. 그리고 누진세와 부의 재분배로 인해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생활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고, 남성과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핀란드는 세계에서 엄마가 되고 일하는 여성이 되기에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출처: Why is Finland so happy? 2018. 03. 26_The Economist>


주한 핀란드 뻬까 메쪼 대사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핀란드인의 행복이 어디서 오는지에 대한 질문에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매우 견고하고, 이는 곧 미래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믿음으로 이어져 있다고 했다.


그는 핀란드인이 삶의 목표를 '행복'에 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행복한 이유는 우월한 마음 상태가 아닌 개인의 만족감에서 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남들보다 더 뛰어나야 행복할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한 다음 좋은 가정을 꾸리는 것이 마치 행복한 인생의 로드맵인 것처럼 같은 방향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간다. 


행복은 성적순도, 연봉순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을 담보로 미래의 성공에 배팅한 채 스스로를 다그친다.


핀란드의 라이프스타일 전문가 모니카 루꼬넨은 <진정한 심플라이프, 휘바 핀란드>에서 이렇게 말한다.


'핀란드 사람들은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하루에 해야 할 일을 끝내면 가족을 위해 시간을 쓰고,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그러니 불필요한 물건과 일에 욕심 내지 않고,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다.'


그녀는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현재의 순간에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최대한 누리며 오늘을 만족하는 삶을 살아간다고 했다. 


평범함, 평등함, 공평함, 일상의 만족감


이 네 가지가 핀란드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만들어준 기준이자 가치이다. 


핀란드는 춥고 가난했던 변방의 국가였다. 동쪽으로는 러시아와 접해있고, 서쪽으로는 스웨덴과 붙어 있어 두 나라 사이에서 영토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완전한 독립 국가가 된 것은 1918년으로 100년 남짓 된 짧은 기간이다. 


핀란드인을 상징하는 정신을 '시수(Sisu)'라고 한다. 이것은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 인내, 끈기를 의미한다. 문제가 닥쳤을 때 그들은 그것을 직면하고 해결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다. 설사 실패를 하더라도 성공을 위한 과정으로 보고 실패를 통해 배움의 자세를 가진다. 


그들의 DNA에 뿌리 깊이 새겨져 있는 시수(Sisu) 정신이 있었기에 수많은 시련을 극복하고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된 것은 아닐까 한다.


행복은 결코 많고 큰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신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만족을 아는 핀란드인의 삶의 자세를 우리도 되새겼으면 한다. 오늘을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그의 일상을 행복으로 가득 채울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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