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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Nov 30. 2020

내가 부자가 되지 못한 이유

쓸 궁리보다 지킬 궁리를 해라, 이것아!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것은 남자만이 아니다!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 오전이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여유 있는 아침을 맞이한다. 커피를 내릴 물을 끓이는데 카톡 메시지 알람이 연이어 울린다. 휴일 오전에 연락할 사람이 없는데 하며 휴대전화 화면을 열어본다. 


화면을 열어본 순간 나는 속으로 '그러면 그렇지!' 하며 화면을 바로 닫아버린다.


나의 느긋한 휴일 아침을 방해한 문자는 바로 각종 광고 문자 메시지다. 


산지 직송 제철 과일, 겨울 방한 대비 용품, 집콕 필수 아이템, 얼마 되지도 않는 적립금이 곧 소진될 예정이니 얼른 지갑을 열라는 친절한 안내 메시지까지 줄을 지어 내 메시지 창을 점령한다.


휴일인데도 쇼핑몰 마케팅팀은 열일을 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평소 같았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을 텐데 이번에는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왜 휴일 오전에 이런 광고성 문자를 보내는 거지?'


이 의문을 가지고 그때의 내 상황을 살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평일은 한가하지 않다. 쇼핑할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이다. 


요즘은 휴대전화로 클릭 한 번이면 쇼핑을 쉽게 할 수 있지만 그래도 평일에는 심적 여유가 많지 않다. 그래서 머릿 속이든 마음 속이든 장바구니든 어딘가에 쇼핑할 물건을 차곡차곡 저장해 둔다. 


바쁜 평일을 다 보내고 한 숨 돌릴 수 있는 토요일 오전, 모처럼 한껏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 마침 그 때를 맞춰 광고 문자가 쏟아진다. 문자를 받고 불현듯 잊고 있었던 휴대전화 속 장바구니가 떠오르며 커피 한 잔과 함께 여유 있는 온라인 쇼핑타임을 가지게 된다.


내가 생각해도 휴일 오전은 광고 메시지의 유혹에 넘어가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담아 두었던 장바구니 리스트와 함께 따끈따끈한 광고를 통해 알게 된 신상까지 장바구니로 옮긴 후 기분 좋게 결재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는 휴일 오전에 꽤 괜찮은 쇼핑을 했다고 생각하며 뿌듯해한다. 



내가 부자가 되지 못한 이유


의문에서 시작하여 발견한 휴일 오전의 광고 문자 메시지에 대한 깊은 의미를 발견한 그 순간, 무언가 찌릿하며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 알았다. 왜 내가 아직까지 부자가 되지 못한 이유를 말이다.


나는 너무 쉬운 고객, 즉 호갱이었다.

 

월급쟁이로 20여 년을 살아오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온갖 스트레스를 참고 이겨낸 보상으로 한 달 월급이 들어오면 '이 돈을 어떻게 쓸까?'하고 궁리하는데 집중했다. 


나를 유혹하는 때깔 좋은 상품과 재치 있는 광고성 멘트에 언제나 나는 쉽게 무너졌다. 그래서 필요하지 않아도 호기심에서 구입하기도 하고, 충동구매도 자주 했다. 


까다롭게 이것저것 계산해가며 천 원이라도 더 저렴한 것을 구매할 때면, 꽤나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결국은 소비이자 지출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돈을 쓸까를 궁리하며 평생을 살아왔으니 부자가 될 리 만무하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다가는 죽을 때까지 생계를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얼마 전부터 돈에 대해 공부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푼돈이라도 어떻게든 쓸 궁리를 하는 나를 바라보며 어이없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쓸 궁리를 하기 전에 벌 궁리를 해라, 이것아!'


그런데 평생 월급으로만 생계를 꾸려온 월급쟁이가 갑자기 벌 궁리를 한다는 것은 무리수였다. 돈을 벌려고 이것저것 배우다 보니 오히려 배우는데 돈이 더 들어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생각을 바꾸었다. 


벌 궁리를 하기 전에 지킬 궁리부터 하자!

천 원이든 만 원이든 최대한 안 쓸 궁리를 하고 통장에 남아 있는 돈을 지켜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하루는 지출을 하지 않는 날을 정하고 실천해 보았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큰 지출은 막는다고 하더라도 교통비, 커피, 간식, 점심식사 등 하루에 기본적으로 써야 하는 돈이 제법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은 마스크도 필수인 시대라 외출을 하려면 마스크도 미리 구비를 해 두어야 하니 고정비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새로 늘어난 고정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니 어떻게든 지켜야 했다. 


돈을 지켜야 한다고 마음을 먹으니 충동구매는 확실히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몹시 괴롭다.



일단, 무조건 지켜보자!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또다시 카톡 메시지가 바쁘게 울린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으니 직장에서 받게 될 스트레스를 새로운 장바구니로 채워야 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월요일 아침부터 각종 쇼핑몰 마케팅팀은 열일을 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렇지만 오늘은 그들의 유혹을 살짝 비켜갔다. 

쓸 궁리를 하기 전에 지킬 궁리를 하며 나의 소중한 돈을 지켜냈다. 일단, 월요일은 무사히 넘겼다.


남은 4일도 무사히 나의 돈을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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