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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Dec 08. 2020

어떻게 나를 먹여 살리지?

내 한 몸 건사하는 게 이리 어려운 일이 될 줄이야

올해 들어 세 번째 장기 휴원이다. 

지난 2월 말,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때였다. 코로나 역풍으로 인해 학교와 학원 등에 휴교 및 휴원 통보가 내려졌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 자녀를 둔 학부모, 개학을 앞둔 학생들 모두 처음 겪는 일이었다. 1주일이 지나면 풀리겠지 싶었다. 다시 1주일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기대했다. 선생님과 학생이 서로 얼굴을 보며 웃으며 곧 마주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은 빗나갔고 우리는 8주 만에 마스크를 쓴 채로 오랜만에 출근을 했다. 


국공립 학교의 교사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사교육인 유치원, 학원의 강사들은 대부분이 계약직, 프리랜서이다. 나도 그중 한 사람으로서 직장이 있음에도 출근을 하지 않으면 밥줄이 끊긴다는 것을 그때 처음 경험했다. 그래도 그때는 정부의 지원으로 입에 풀칠은 겨우 할 수 있었다. 불안했지만 그럭저럭 차분하게 1차 장기 휴원을 넘겼다. 


8월 말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었고 4일, 1주일, 추가 1주일 연장으로 총 3주간의 2차 장기 휴원을 보냈다. 8주보다는 짧았지만 이런 상황이 또 올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정부의 방역 방침을 철저하게 지켰고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도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생활을 하며 어른보다 더 씩씩하게 생활을 했다. 나는 기도했다. 제발 올해는 이것으로 끝나기를 기도하며 바라고 또 바랐다. 하지만 나의 바람은 물거품이 되었고, 12월 6일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 2.5단계로 격상을 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세 번째 장기 휴원을 맞았다.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고 식사하는 동안에는 옆 자리 동료 선생님과 대화도 하지 않고 집, 직장만을 오가며 외출도 최대한 자제했다. 그런데 3주간의 장기 휴원 소식을 듣고 어쩔 수없이 화가 났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이런 상황 자체가 답답하고 힘들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월급이 반토막의 반토막이 난다는 것에 너무 속이 상했다. 


고정 수입이 줄어들면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부딪히는 월급쟁이 신세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게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학원 강사들과 소규모 자영업자 분들도 지금 이 상황이 너무 힘들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하소연을 할 곳도 마땅치가 않다. 


내 한 몸 건사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 될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탓을 하려면 나를 탓해야 한다. 미래를 대비하며 저축하지 않은 나의 잘못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는 지금의 나를 먹여 살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어떻게 나를 먹여 살리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방법을 동원해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머리가 이렇게 나빴나?'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그런데 우습게도 또 다른 한편에서는 스스로를 달래고 격려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어떻게든 버텨보자. 방법이 있을 거야.'. 


정말일까? 방법이 있긴 한 걸까?




스테르담 작가의 <견디는 힘>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다. 


'견디는 힘은 결코 수동적인 것이 아니다. 역동적인 나의 선택이다.'



이 문장을 붙들고 3주를 역동적으로 버텨보기로 한다. 당장 먹고살기 위한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자. 지금은 온 힘을 다해 나를 지켜내는 것이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한 최선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께도 응원을 보낸다. 우리는 지금 최선을 다 해 역동적으로 견디고 있다. 이 견딤을 무사히 이겨내고 나면 분명 더 단단해진 우리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정신줄을 꽉 잡고 어떻게든 끝까지 벼텨내길 바란다. 나도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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