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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Dec 29. 2020

찾았다, 내 이상형!

소울 메이트를 찾아서

쉽게 잠들지 못해 뒤척이던 2019년 여름 어느 밤이었다. 잠들지 못해 생각이 이어지는 건지 생각이 이어져 잠들지 못하는 건지 가늠하지 못한 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생각들 속에서 불현듯 '이상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흘러가는 생각의 구름들 중에서 나는 그 단어를 붙잡았다. '이상형'이라는 단어를 붙들고 나는 한 번 더 생각했다. 어쩌면 지금 내가 혼자인 건 나의 이상형을 명확하게 정해 놓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새벽은 깊어 가고 있었고 생각의 논리를 따지기엔 나는 잠들지 못해 몽롱한 상태였다. 밤은 이성보다 감성이 앞선다. 나는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휴대전화를 짚어 들었다. 메모장을 열어 내가 꿈꾸는 나의 이상형을 떠올리며 한 줄 한 줄 채워갔다.


나의 반쪽은...


단숨에 적어 내려간 글을 다시 읽어 보았는데 꽤나 잘 쓴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이런 사람이라면 평생을 사랑하며 함께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글을 소중하게 저장하고 나서야 나는 겨우 잠들 수 있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한 여름밤 잠 못 이루며 애틋하게 적어 내려 간 나의 이상형에 대한 메모는 메모장 리스트에서 어느덧 저 멀리 아래쪽으로 내려가 있었다. 나는 적어 두었던 내용도 잊어버린 채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았다. 


며칠 전 밤 나는 다시 잠 못 들어 뒤척였다. 생각은 이어졌고 불쑥 떠오르는 단편적인 생각들을 붙잡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내가 적어둔 내 이상형 메모가 떠올랐다. 1년이나 지난 시간 동안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쩌면 메모장 정리를 하다가 삭제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휴대전화 메모장을 열어 스크롤을 한 참이나 아래로 내렸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 두세 번 처음부터 끝까지 훑고 나서야 겨우 찾아냈다. 


살짝 오글거리는 마음으로 나는 메모장을 열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나는 내가 써 내려간 그 글을 천천히 읽었다. 세 번째 그 글을 읽으며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내 앞에 나타나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나의 이상형이 실은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인 것 같아서였다. 


나는 '그'라는 단어 대신에 '나'를 넣어서 다시 읽어 보았다. 그렇게 '그' 아닌  '나'를 넣어 읽고 나서 나는 유레카를 외치고 싶었다. 나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를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그리고는 이상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은 흔히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라고 묻는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자신이 원하는 이성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외모일 수도 있고, 가치관이나 성향 일 수도 있다. 이상형과 맞는 사람을 만났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이상형이 전혀 아닌데도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다. 


이상형이란 무엇일까?




이상형, 소울 메이트.

나 아닌 누군가를 찾아 나의 빈 곳을 채워주기를 나는 간절히 바라 왔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의 빈 마음은 나만이 온전히 채워줄 수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사랑하던 사람도 이별을 하면 그 사람이 채웠던 자리는 비워진다. 그 아픔을 견디는 것도 다시 채워야 하는 것도 모두 자신의 몫이다. 


남녀가 찾아 헤매는 이상형과 소울 메이트는 어쩌면 그 자신이 아닐까?


내가 나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상대를 통해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원초적 욕망, 그것이 그토록 간절히 찾아 헤매는 이상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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