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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Dec 27. 2020

트렌드를 모르면 먹고살기 힘든가요?

나는 트알못입니다.

트렌드! 넌 누구니?


연말이 되면 으레 이듬해의 트렌드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교수는 매년 말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행'이라는 단어가 익숙했는데 요즘은 어쩐지 '트렌드'라는 단어가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솔직히, 트렌드와 유행의 뜻을 정확하게 설명해 보라고 하면 나는 말문이 막힐 것이다. 대강 어떤 느낌의 단어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는 있겠지만 정확한 뜻은 알지 못한다. 


트렌드는 사상이나 행동 또는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을 뜻한다.  


미국의 트렌드 전문가 페이스 팝콘은 트렌드와 일시적인 유행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유행이란 제품 자체에 적용되는 말이다. 트렌드는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도록' 이끄는 원동력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트렌드란 크고 광범위하다."


그의 말에 사족을 덧붙인다면 트렌드는 유행을 포괄하는 크고 넓은 의식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로 인해 개인의 위생과 안전에 대한 대중의 의식이 확대된 것은 트렌드이고, 그로 인해 생산되는 각종 개인위생 관련 용품은 유행이 되는 것이다.  



나는 트알못입니다.


동물의 세계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 사회에도 먹이사슬과 같은 소비 사슬이 존재한다.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것은 소비 사슬의 맨 꼭대기에 있는 대기업이다. 그들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귀신같이 파악한다. 대중의 니즈 파악이 끝남과 동시에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 수많은 제품을 만든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또는 필요할 것 같은 제품을 당연히 구매할 수밖에 없다.


나는 지금까지 소비 사슬의 가장 아래 단계에 있어왔다. 유행이나 트렌드에 대해 민감하지도 못했고 발 빠르게 대처하지도 못했다. 오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대기업에서 근무해 보거나 마케팅 분야의 업무 경험도 전무하다. 그래서 더더욱 트렌드나 유행을 앞서가기 위해 노력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모든 것이 불확실한 2020년을 보내고 나니 내가 너무 세상을 모르고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관심 있는 아주 소수의 분야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온 것 같았다. 이렇게 계속 살다가는 밥벌이도 제대로 못 할 것 같은 위기감이 엄습해 왔다. 그래서 트렌드가 도대체 무엇인지 한 번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트렌드를 모르면 먹고살기 힘들까?


신문 기사를 읽고, 유튜브를 찾아보며 트렌드에 대해 정보를 수집했다. 경제 전문가들이 2021년의 트렌드를 이야기하고 그것에 관련한 경제 활동 대책을 제안한다. 트알못인 나는 한 번만 들어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두 번, 세 번 들어도 알듯 말듯했다. 이해가 되더라도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선뜻 떠오르지가 않았다. 


최근에 2021년도의 트렌드 컬러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일루미네이팅(노란색)과 얼티메이트 그레이(회색)가 그것이다. 실용적이고 따뜻하며 낙관적인 색의 조합이라고 했다. 나는 이 기사를 불과 1주일 전에 읽었다. 트렌드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나서 처음 접한 내용이어서 기억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한 광고를 보고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한 화장품 회사가 2021년 트렌드 컬러를 내세워 화장품 케이스를 만들어 유튜브 광고를 하는 것을 본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을 텐데 기업, 대중, 소비자, 트렌드 이런 단어를 떠올리다 보니 광고가 그냥 광고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왜 소비 사슬의 가장 아래에 머물 수밖에 없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트렌드를 만들고 정의하는 것은 대기업이나 트렌드를 연구하는 연구소이다. 이들은 거대한 자본으로 움직이는 생명체다. 이들이 세상에 내보이는 정보는 일 개인이 검증할 수 있는 크기가 아니다. 그리고 기업은 어마어마한 물량으로 광고와 마케팅에 투자한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나는 그들이 주장하는 트렌드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이 제안하는 제품에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트렌드를 알아야 시대를 앞서가고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나 제화를 준비할 수 있다. 발 빠르게 준비한 기업만이 소비자들이 몰려드는 길목에서 좋은 몫을 차지할 수 있다. 그들의 속도는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다. 


2021년 트렌드 컬러에 대한 정보를 입수함과 동시에 한 화장품 회사는 제품을 찍어내고 판매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절대  그들을 흉내낼 수도 따라할 수도 없다는 것을 15초짜리 광고 하나로 파악하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트알못인 나는 2021년도에도 트렌드로 잘 먹고 잘 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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