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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Jan 10. 2021

카페 대신 스터디 카페

나의 새로운 아지트

집콕 생활 4주 차가 되었다. 


집순이가 체질이었던 것 마냥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아도 잘 살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 동네 카페에 가서 커피라도 한 잔 마신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서울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인해 모든 음료가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산책이라도 하면 좋겠지만 북극한파로 인해 아무리 꽁꽁 싸매고 나가도 10분 정도만 걸으면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하게 한다.  


한 공간에서 24시간 이상을 보내다 보니 감각도 무뎌진다.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켜도 머리 회전이 느리다 못해 일시정지 될 때가 있다. 외부의 자극이 없으니 뇌도 더디 움직이는 것 같다. 바깥공기도 쐬어주고 사람들과 부딪힘도 있어야 몸도 뇌도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쏟아 낸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자극을 위해 새로운 것을 찾다


더는 집에 갇혀 있기 힘들었던 지난 주말,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에도 불구하고 스터디 카페는 영업을 한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했다.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싶었다. 반가운 마음에 집 근처 스터디 카페 위치를 검색했다. 집에서 불과 200m 거리에 꽤 괜찮은 스터디 카페를 발견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왜 나는 그동안 몰랐을까? 내가 출퇴근하는 방향과 반대편이어서 눈에 잘 띄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옆 건물에 있는 카페와 분식집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는 게 아이러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스터디 카페를 굳이 찾아갈 일이 지금까지는 없었지만 이제는 찾아갈 이유가 분명해졌다.  


그 날 당장 나는 노트북을 챙겨 그곳으로 갔다. 은행 건물 5층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 앞을 지나갔더라도 내 시야에는 들어오지 않을 높이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설레는 마음으로 스터디 카페에 드디어 입성했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조용한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가격은 사용시간별로 상이했다. 정기권도 있고, 정액권도 있었다. 스터디룸은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곳과 사용할 수 없는 곳으로 나눠져 있었다. 2인 실과 6인실도 있어서 회의나 수업도 가능하다는 안내가 있었다. 휴게실도 있었는데 원두커피, 자판기, 각종 티백이 깔끔하게 준비되어 있었고, 학용품도 구비가 되어 있었다. 그동안 카페만 알고 살아온 나에게 스터디 카페는 신세계였다.


카페보다 스터디 카페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스터디룸으로 3시간 이용료를 결제하고 자리를 잡았다. 


고등학교 때 독서실을 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의 독서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낯설지만 기분 좋은 낯설음이었다. 책상도 꽤 넓었고 스터디룸 가운데는 커다란 다인용 테이블도 있었다. 


카페에서는 콘센트를 꽂을 수 있는 자리를 찾기 어려울 때가 있었는데 이곳은 책상마다 2개의 아웃렛이 있었다. 


모든 것이 내 예상보다 만족스러웠다. 그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카페 사용에 제한이 없었을 때는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글을 쓰거나 업무를 봤다. 그럴 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나는 집중하고 싶은데 주변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사실 카페는 혼자서도 가지만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내가 집중을 해야 하니까 조용히 해 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혼자 카페에 온 사람들 중에서도 시종일관 누군가와 통화를 할 때도 있어 집중할 수 있는 날은 복불복인 경우가 많았다. 


반면 스터디 카페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없다. 통화를 하는 사람도 없다. 조용히 각자 공부를 하거나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그리고 집에서는 책을 읽어야지 글을 써야지 마음을 굳게 먹다가도 계속 딴짓을 하게 된다. 갑자기 뭔가가 떠올라 인터넷으로 검색하다 보면 어느새 유튜브를 몇 시간째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스터디 카페에서는 딴짓을 하려 해도 하기가 힘들었다. 주위 사람들도 공부하고 있으니 동영상을 틀어놓고 낄낄거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나 또한 원래의 결심대로 자연스럽게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 있었다. 이용하는 시간 동안 무언가를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다짐이 행동으로 옮겨졌다. 


첫 번째 스터디 카페의 경험이 만족스러워 오늘 두 번째로 그곳에 가서 공동 저서 퇴고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옛말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했다. 카페가 허락되지 않으니 스터디 카페라도 찾아 내가 필요했던 새로운 공간과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게 되더라도 어쩌면 나는 스터디 카페로 발길이 향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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