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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Jan 04. 2021

번아웃은 쉼표다

열심히 산 게 죄는 아니잖아

우리는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소위 잘 나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상대적 박탈감과 허무감을 느끼게 한다. 각종 SNS, 뉴스, 그리고 광고를 통해 보고 듣고 느끼는 세상은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생존을 위한 경쟁터로 나를 몰아세운다. 


'너는 아직 없니? 나는 있는데?', '이게 네 거보다 더 좋은 거야.', '이걸 가진 나를 다들 부러워해.',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엄청 후회할걸.'과 같은 현란한 문구로 우리를 유혹한다. 더 좋은 거 더 고급진 것 더 세련된 것을 소개하며 내가 가진 것과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한다. 그것을 가지기 위해 더 경쟁해야 하고 더 바쁘게 살아야 정상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때로는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닌 자기 자신과 경쟁을 부추기기도 한다. 재산을 불리든 능력을 올리든 어떻게든 끊임없이 변화해야 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소리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발맞춰 살아가려면 더 열심히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보다 학벌도 좋고 재산도 많고 팔로워도 많이 거느린 사람들이 하는 말이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가 없다. 그들의 주장대로 나를 성장시켜 더 높은 연봉과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N 잡을 뛰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남과의 비교도 모자라 자기 자신과도 끊임없이 비교하고 경쟁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려가던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든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요즘 흔히 말하는 '현타'가 온 것이다. 이상하다. 분명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그런데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곁에 있었는데 혼자인 것 같다. 무언가 쌓아온 것 같기는 한데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몸은 천근만근에 누군가 살짝만 건드려도 쉽게 폭발할 것 같다. 


이것을 심리학 용어로 번아웃 증후군 burnout syndrome이라고 한다. 


번아웃 증후군 burnout syndrome: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로 무기력증, 자기혐오 등에 빠지는 증후군


사람마다 드러나는 증상과 경중은 다르겠지만 번아웃 증후군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은 이것의 심각성을 이해할 것이다. 특히 자신의 몸과 마음을 보살피지 않고 그저 열심히 일만 하며 살아온 사람들은 번아웃 증후군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지는 자신을 보고 또 한 번 무너지게 된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그저 열심히 살아온 게 죄라면 죄인데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길래 번아웃 증후군에 걸리는 것일까?   


번아웃은 인생의 쉼표다


번아웃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의 잘못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그들이 자신의 삶에 쉼표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글을 읽을 때 문장에는 쉼표도 필요하고 마침표도 필요한다. 쉼표도 없고 마침표도 없는 글은 의미 전달도 어렵고 읽기에도 어렵다. 적당한 때에 적절한 문장의 맺고 끊음이 필요하듯이 삶에도 쉼표는 꼭 필요하다.  


번아웃은 한 템포 쉬어 가라는 인생의 쉼표인 것이다.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잠시 숨을 고르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앞과 뒤를 살펴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자신의 삶을 균형 있게 맞춰 사는 사람들에게는 번아웃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양과 자신의 체력을 잘 알기에 그것에 맞춰 목표를 설정하고 과정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의욕이 넘치고 자신감이 큰 사람들은 자칫하다가 자신의 한계를 망각한 채 그저 힘으로 한계를 부수고 돌진하려고만 한다. 그럴 때 몸도 마음도 지치고 결국 힘에 부쳐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된다.    


번아웃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시로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다. 몸을 사리고 겁을 내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고 너무 애쓰지 말고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자기 관리를 잘 해야한다는 말이다. 


혹여라도 이미 번아웃이 시작되었다고 느낀다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데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현재 자신의 몸과 마음에 무엇이 필요한지 자세히 살피며 자신이 에너지가 쓸데없는 곳에 소진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쉼표는 말 그대로 쉼표다. 문장에서 쉼표가 앞뒤 문장을 이어주듯이 삶에서도 과거와 미래를 이어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기호인 것이다. 그러니 삶에서도 쉼표는 꼭 필요한 기호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몸과 마음이 지치는 날 잠시 '쉼표 , '를 찍고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나는 누구인지를 살피며 자신을 인지해야 한다. 


쉼표는 멈춤이 아니라 '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지금까지 이어온 문장에 이어 다음 문장도 완성해갈 힘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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