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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사랑, 캐나다
캐나다 시민권 시험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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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Jun 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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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뜨자마자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시민권 시험을 보았다. 결과는 19/20. 한 문제 틀리고 다 맞추었다.
시험까지 마치고 나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잘했다. 고생했다. 수고했다."
캐나다 시민권자가 되는 마지막 관문인 테스트까지 마치고 나니 아직은 설레발인걸 알면서도 마음이 뭉클해져 왔다.
오랜 시간 동안 잘 참으며 이만큼까지 홀로 해내고 잘 버텨준 나에게 잘했다고 대견하다고 오늘은 아낌없이 칭찬해 주고 싶다.
스물넷, 대학교 4학년 때 첫 직장으로 식품회사 마케팅 부서에 입사했던 그때. 토론토에서 열리는 '세계식품박람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캐나다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푸른빛 에메랄드 호수, 엄청나게 큰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광활한 대자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정도
.
그리고
언제 가는 여행을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에 올려져 있었던 나라들 중 하나
정도였다.
운이 좋지 않게도 전시장 내 우리 회사 부스의 위치는 들어오는 입구에서 가장 먼 코너에 지정되었고, 박람회에 입장한 대부분의 입장객들은 시식코너를 돌고 돌며 멀리 위치해 있는 우리 부스까지는 발길이 닿지 않은 채 돌아갔다.
사장님은 안 되겠다며 삼일째 되는 날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며 여기까지 온 김에 주위에 여행이나 하자고 제안하셨다.
그날 모처럼 느긋하게 늦은 밤까지 저녁식사 시간이 이어졌고 저녁식사를 마친 후 사장님의 지인분이 우리를 어느 호숫가로 안내하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던 고요한 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던 그곳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작은 호숫가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 가족들.
그날 늦은 밤 바라보았던 신비로운 그 호숫가의 모습은 순식간에 나를 홀렸다.
태어나서
처음 마주하는 신비로운 대자연의 모습과 그 조화로움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이보다도 더 완벽할 수 없는 조물주의 작품이었다.
그렇게 나는 첫사랑과 사랑에 빠지듯
그날
이후 캐나다를 마음속 안에 품기 시작했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만이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것이 아니다.
평화롭고 신비로운 대 자연이 주는 축복의 선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언제 가는 다시 꼭 올게. 여행자로던,
학생으로 던,
이민으로던.
꼭 다시 이곳으로 올게. 우리 다시 만나자.
홀로 도전한 캐나다 이민, 기댈 사람 한 명 없는 낯선 땅에서 때로는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워 포기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에게 되뇌며 물어봤다.
"죽을 만큼 힘들어? 죽을 만큼까지가 아니라면 버텨봐"
이 모든 과정들이 결국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목표가 있고 내가 포기하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꼭 그 꿈이 이루어진다.
서른셋, 포기하지 않고 가슴속 안에 품고 있던 그 꿈은 오랜 시간뒤에 눈앞에서 현실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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