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의 후기 모음
우리 시대에 [82년생 김지영]이란 무엇일까
[82년생 김지영]이 일본 발매 이틀만에 중쇄를 찍고 다시 이틀 뒤에 3쇄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책을 읽은 일본인들은 입을 모아 ‘이 책이 100만부나 팔리는 한국이 부럽다. 인구 대비해 일본에서는 200부쯤 팔렸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김지영’. 한국 여성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그 이름.
책을 읽은 사람들은 동의하듯 (‘김지영’을 극단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높은 확율로 책을 읽지 않았더라) 책은 너무도 담담하게 한 여성의 삶을 짚어간다.
아 맞아, 내 곁에도 여아라서 살해당한 자매가 있었어. 학교 성적은 여자가 좋아도 취업은 남자가 쉽지. 직장내 성폭력을 고발해도 떠나는 건 여자들이지... 비혼 무자녀면 김치녀, 기혼 유자녀면 맘충.
너무도 여상스러운 이야기를 활자로 짚어읽다보면 일상이 낯설어 진다. 낯설게, 마치 높은 산에 올라 도시를 조망하듯, 나를 둘러싼 촘촘한 억압의 실체가 문득 눈에 들어온다.
일상을 낯설게 만드는 그 ‘김지영’씨의 이야기는 대만에 이어 일본까지 여성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나는 들뜬 마음에 며칠동안 「82年生まれ、キムジヨン」을 검색했다. 주로 트위터를 이용했으며, 기록용으로 몇가지 옮겨보고자 한다.
“82년생 김지영, 재밌었지만 지금 너무 마음이 아프다. 특히 취업 준비와 회사생활, 그리고 결혼 육아까지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 너무 아파. 나는 여전히 좌절과 굴욕과 분노에 죽어가고 있고, 2018년 말의 일본 뉴스를 볼 때도 다시 속이 끓는다. 잠든 아이의 평온한 숨소리, 보드라운 뺨을 보며 분노와 좌절을 멈출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분노와 좌절과 무력감이 30년치의 무게로 나를 짖누르고 내 곁에 있는 남자조차도 내 감정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 “
https://twitter.com/aya_tamanine_/status/1072137083441954816?s=21
“아무리 생각해도 김지영씨는 한국 여성 중에서도 환경이 좋은 편인데, 남성들(특히 젊은 남자)이 ‘요즘 세상에 이게 말이 돼? 피해망상!’이라고 한다니. 공감능력의 부재. 본인들이 망상에 빠져있는거 아냐? 그런 사람들과 대화해봤자 시간낭비. 김지영씨는 그래도 운이 좋았다 싶은 게, 하교하다가 갑자기 남자 선배들에게 맞은 적도 없고, 버스에서 치한을 만난 적도 없으니 그나마 다행아닌가. 내가 겪은 일들을 이야기 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다들 예민해, 화가 많은 거 아냐? 라고만 하지. “
https://twitter.com/matcha_okashi/status/1072122305663254533?s=21
“[82년생 김지영],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나와 많은 여성들의 아픔이 떠올라 읽는 내내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여자로 산다는 건, 자신의 인생이 아니라 그 시대가 정의한 ‘여성의 삶’을 살아야만 한다는 건 여전하다. 이게 100만부나 팔리는 한국이 부러워.”
https://twitter.com/yukamasuda/status/1072092330314756097?s=21
“학생시절, 중국과 한국에서 유학한 언니(누나?)에게 들은 이야기(10여 년 전에 들었다고). ‘한국남자들은 일본 여성이 참하고 순종적이라고 생각해. 일본 여성과 사귀고 싶어하는 한국 남자들은 남존여비의 생각이 강해. 국제결혼 할거면 가사분담이 당연한 중국남자가 차라리 낫지’ 당시에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는데 [82년생김지연]의 아마존 리뷰를 읽고 그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한국 남성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별점테러. 그들의 뿌리깊은 여성혐오, 그리고 굳이 일본어로 리뷰까지 쓸 만큼 ‘일본 여성’에 대한 환상을 엿보여서 놀랐다.”
https://twitter.com/mamedanusan/status/1072757280167219200?s=21
“[82년생김지영]을 아직 다 읽진 못했지만 ‘그 때 그 일... 그러고보니’ ‘지금 이 일도...’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꼬리를 물고 자꾸 떠오른다. 그 기억들을 다시 불러와 제대로 정리해 기록해야만 한다.”
https://twitter.com/maesorisa/status/1072037635688824833?s=21
(*아래는 심한 의역입니다.)
“우와아아아~ 완전 공감되어 단번에 읽었다. 개인 고백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다수가 공감할 사회상이 배경에 깔려있다. 시점 역시, 한 사람의 일상부터 더 큰 영역까지 자연스럽게 넘나든다.이런 책을 써준 작가님께 감사한다.”
https://twitter.com/rk_interact/status/1071577758260617216?s=21
“[82년생 김지영]의 아마존 리뷰가 별 다섯개와 별 하나로 확연히 나뉜 걸 보고 있으면 그 자체가 사회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싶고, 별 하나의 리뷰는 역설적으로 이 책의 훌륭함을 말해주는 듯 하다.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굉장히 마음이 아프면서도 언어화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https://twitter.com/manido_/status/1072801982379905024?s=21
“몇 페이지 읽지도 않았는데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난다. [82년생 김지영]. 나는 저자처럼 78년생이고 미디어를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에 들어가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심지어 어머니의 교육방침까지 똑같아서, 나도 ‘내 이야기 같아’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소중히 마저 읽어야지.”
https://twitter.com/hanataba_syobo/status/1071598506614251520?s=21
“[82년생 김지영] 다 읽었다. 아침에 시작해서 단번에 다 읽었다. 여성의 절망을 담은 책. 하지만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한국이 부럽다.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으로서 이 책에 그려진 일은 일상이고 동시에 절망이다. 인생의 국면마다 폭력적 상황에 짖눌려 살아왔기에 이젠 감각마저 마비되고 이런 일이 그냥 보통이 되어버린 절망. 이 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https://twitter.com/indigokizaki/status/1071987070267052032?s=21
이 책은 대만에서도 전자책 부분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혔고 앞으로 영국 프랑스 등에도 출판 예정이라고 한다.
아시아 여성들이 공감한 김지영 씨의 삶을 영미권에서는 어떻게 읽을까.
한국에서는 이미 상징이 된 책이 먼 나라 여성들의 일상도 흔들 수 있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