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호연"하게 살아보기로 한 사람

마음에 근사한 단어를 품으면, 호랑이 기운이 마구 솟아나요-

by Maybe


오늘, 나는 근사한 단어를 마음에 품고

살고픈 사람이란 주제로 글을 써 내려가본다.

아무래도 브런치 연재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이렇게 부족한 나의 글에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계심에

참 감사하고 힘도 난다.

늘 완벽해 보이는 걸 쫓지만,

결코 완벽해질 수 없다는 걸 배웠다.

좋아 보이고 근사해 보이는 모습으로만

비치고 싶지만,

실상은 무릎이 다 늘어난 츄리닝을 입었을 때가

가장 나다운 사람이란 것도 안다.


변화하는 나, 그리고 자유로움

이전엔 화장을 하지 않고 밖에 나갈 일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결혼하고 미국에 와서도 흐트러지고

추레해 보이는 모습을 남편에게도 정말 보여주고 싶지 않았고,

화장을 안 하면 더 나태해지는 것 같아서 외출을

하지 않아도 늘 화장을 했다.

그래서 화장을 하고 갖춘 내 모습이

기본값이라고 여겼다.

그러다 화장을 못 하고 잠시 쓰레기라도

버리고 나가게 되면

모자를 푹 눌러쓰고 누구라도 마주칠까 봐

혼자 분주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별것도 아닌 일에

왜 그렇게 집착적으로 생각했을까 싶다.

지금의 나?

어느 순간, 어쩌다 보니, 정말 많은 것들이 변했다.

자의에 의해서든, 환경적 변화로든,

자연스럽게 변했는데

어느 순간 지금의 나를 보니 너무 많은 게 변했다.

근데 나 말이다, 지금의 내가 너무 맘에 든다.

분명 외형적으론 또렷하게 나아진 게 없는데...

내 마음이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그러니 성공한 거지!


나를 얽매던 틀을 깨다

미국에 와서 한인이든 외국인이든

자연스레 묻는 나의 과거(뭐하던 사람인가요?)

미국에 왜 왔냐는 물음에

나는 여러 번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숨이 턱턱 막힐 때가 많았다.

나를 뭐라고 소개해야 하나.

그리고 옷가게를 하던 사람이라

의류학을 전공했다는 말만 들어도

사람들의 시선이 아래부터 쭉 스캔하는 것도

참 많이 불편했다.

(미국에 와서 살이 10킬로가 넘게 증량한 탓에

더더욱 자신감도 바닥으로 추락했던 때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보여지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다.

물론, 이미지 메이킹도 중요하고, 여전히 유튜브에는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사람이 될까’에 대한 영상이 인기가 많다. 필요한 부분이지만, 남들이 생각하는 이상향이 나의 이상향과 무조건적으로 일치할 필요도,

또 의무감이 필수인 것도 아닌데..

나 또한 늘 멋있어 보이려고 애썼다.

나도 그랬다. 지금 보면 정말 거품이 한가득 올라온 사람이 딱 바로 나였던 거다.

물론 지금도 누군가의 시선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워진 사람이라곤 솔직히 말 못 한다.

하지만, 적어도 거기에 더 이상 얽매이고, 눈치보고, 당황하고 그럴 이유도 의미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남이 무어라고 하든,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가 가장 중요한 거니 말이다.

누군가의 평가로부터 좀 더 유연해지고-

자유로워진 것은,

분명히 나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면서부터다.

남들이 봤을 때 꽤나

그럴싸해 보였던 지난 시간들보다,

꽤 잘 나가는 가족 구성원이 되었을 때보다도,

지금의 내가 초라하지 않을 수 있는 건

스스로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나를 건강한 방식으로 아껴주는 법을 알게되고,

또 이해와 갈등을 통해 조금 더 나답게 중심 잡는법을 배워간 덕분이 아닐까 싶다.


나를 지켜준 단어들 – 초연 → 관조 → 호연


나는 해마다 한 단어씩을 마음에 품고 살아왔다.

2023년, 나는 ‘초연’하고자 했다. 큰 수술을 앞두고 있었고, 보스턴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많은 변화를 마주해야 했다. 흔들리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러자 생각보다 나 자신이 몰랐던 힘이 나왔다. 그리고 그 힘으로 가장 힘든 시기를 잘 넘어왔다.

2024년, 나는 ‘관조’를 품었다. 조금은 더 멀리 깊게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과 삶을 바라보며, 서두르지 않고 변하지 않는 것의 가치를 보고 싶었다. 사유의 시간과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해였다.



그리고 2025년, 나는 ‘호연’하게 살아가기로 했다.

25년의 단어, “호연”하다

넓고 크며 자유로운 기상으로,

두려움 없이 당당하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태도.

우연히 호연하다는 단어의 의미를 보고,

참 멋지다 닮고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올해는, 좀 호연하게 살아봐야겠단

결심이 섰다.

나에겐 다소 부족한 캐릭터가

이 단어에 몽땅 담겨 있어서,

더없이 마음에 든다.


호연하다가 품은 네가지 의미!


-넓음 (Vastness): 좁게 갇히지 않고 마음과 시야를 넓히며 살아가는 것

-자유로움 (Freedom):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는 것

-대범함 (Boldness):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태도

-여유로움 (Serenity): 조급함 없이 온전한 자신을

유지하는 삶


올해는,

내가 닮고 싶은 이 단어로

작은 바람에도 쉽게 휩쓸리지 않고-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내 모습을 만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