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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am Aug 20. 2020

두 딸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드는 작은 생각들을 당시 제가 큰 위로가 되어주던 그림들과 함께 브런치에 남기곤 했습니다.돌을 갓 넘긴 아이였던 딸은 어느새 여섯살 언니가 되었고, 저도 조금은 능숙한 엄마가 되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와 가장 달라진 것을 말하자면 둘째가 생겼습니다. 첫째와는 세살 차이, 이제 곧 두 돌을 앞둔 만23개월 여자아이에요. 


순하고 무던한 성격의 첫째와 달리 둘째는 참 까칠하고, 예민하고, 급한 성격이에요. 첫째와는 아주 다른 성격을 가진 둘째를 보며 육아라는 것이 어쩌면 전혀 학습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힘드네요. 둘째를 보며 "넌 대체 누굴 닮았니?"라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사실 둘째는 제 판박이입니다. 외모는 물론, 성격은 더 닮았어요. 그래서 쉽고 그래서 어려운 둘째 육아. 


프랭크 웨스트 벤슨, <THE SISTERS>, 1889


미국화가 프랭크 웨스트 벤슨의 그림 <자매들> 속 두 소녀가 꼭 저희 공주님들 같네요. 겁 많고 상상력 풍부하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우리 첫째 재인이와 한시도 가만히 있기를 거부하는 스포츠베이비 둘째 아인이가 생각나요. 그림 속 둘째도 어느새 뛰어노느라 모자는 풀밭에 떨어뜨렸네요. 아랑곳하지 않고 앞만 보며 신나게 달리고 달리는 아이가 참 해맑습니다. 입고 있는 화이트 드레스와 그림 전체에 쓰인 고운 색감 때문에 도드라지진 않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뛰어다니는 아이, 참 개구쟁이 같아 보이지 않나요?(오동통한 팔은 왜이렇게 귀여울까요?)

반면 단정하게 모자를 쓰고 뛰어노는 동생을 바라보는 언니의 시선에서 사랑이 느껴져요. "조심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지요?


저희 첫째 재인이는 동생 아인이를 참 사랑해요. 동생을 처음 본 순간 반했대요. 지금껏 단 한번도 동생에게 질투를 하거나 동생을 미워하는 법이 없어요. 오히려 어딜 가든 동생을 먼저 챙기고, 동생이 잘못을 해도 엄마에게 혼날까 싶어 감싸주느라 바쁘죠. 세상에 이런 언니가 또 있을까 싶고, 제 딸이지만 이런 마음씨는 어디서 오는 걸까 싶을 때가 많습니다. 동생이 워낙 짱구같은 엉뚱한 행동을 많이 해서 당황하기도 하지만 "하하하" 웃어넘기고 마는 바다처럼 마음이 넓은 여섯살이죠. 전 자매가 없어요. 남자형제만 둘이죠. 언제나 언니가 있었음 했는데, 어쩌면 우리 재인이 같은 언니를 꿈꿔는지도 모르겠어요.


프랭크 웨스트 벤슨, 9월의 오후 

아이들이 커서는 <9월의 오후> 속 여인들처럼 서로가 서로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서로가 서로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참 평화로워 보이죠? 아무리 사이 좋은 자매라도 언제나 깔깔깔 웃을 일만 있지는 않겠죠. 그래도 속마음을 언제든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 같은 취미 한 가지쯤은 즐길 수 있는 사이로 자라났으면 좋겠어요. 


재인이에게 동생이 하나 더 있으면 어떻겠냐고 농담 삼아 물은 적이 있어요. 천사같은 언니 재인이의 대답은 "절대 반대!" 물론 동생이 너무 예쁘긴 하지만 짱구가 두명이 되는 건 본인이 너무 힘들 것 같다고 하네요. 하하. 


동생이 하나 더 있으면 이런 그림이 되려나요?

프랭크 웨스트 벤슨, <조용한 아침>


어려서 엄마에게 그렇게 언니를 낳아달라고 했대요 제가. 언니 있는 친구들을 그렇게 부러워했고요. 그래서 꼭, 자매를 낳고 싶었는데 여하튼 그 꿈은 이뤘습니다. 두 아이의 이야기 종종 나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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