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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휘 Mar 12. 2019

지뢰 밭에 남겨진 소년들
[랜드 오브 마인]

#6 전쟁의 상처를 잊은 당신을 위한 영화

끝나지 않은 전쟁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은 독일의 항복으로 끝이 났다. 그와 동시에 독일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나라들도 자유의 몸이 되었다. 덴마크도 그중 하나였다.

 전쟁은 끝이 났지만 군대가 할 일은 여전히 많았다. 전쟁을 치르는 동안 엉망이 된 나라를 수습하는 '전후처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서해안에 독일군이 매설해놓은 지뢰는 약 220만 개.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선 직접 모래사장에 꼬챙이를 찔러보고,  조심스럽게 파낸 다음 손으로 해체를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매 순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천만한 지뢰 제거 작업에 덴마크 군은 포로로 잡은 독일 소년병들을 사용했다.

 12명의 독일 소년병들은 덴마크 군 소속 칼 라스무센 상사의 지휘 아래 어느 한적한 해안에 묻힌 지뢰를 제거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언제 어디서 폭발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죽음의 땅. 하지만 다른 길은 없었다. 집에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래 속에 숨은 4만 5천 개의 지뢰를 제거하는 것뿐이었다.

목숨을 걸고 지뢰를 제거하는 소년들

 이미 버려진 목숨과 다를 바 없었던 소년들은 식량 배급은커녕, 매일 칼 상사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렸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 건강이 나빠져도 휴식은 없었다. 지친 몸으로 무리하게 작업을 하면 당연히, 사고가 난다.

 아주 작은 실수도 곧바로 죽음으로 이어지는 상황.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도 점점 옅어지고, 소년들은 점점 더 깊은 절망에 빠진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칼 상사는 소년들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각에 변화가 생긴다. 이 끔찍한 전쟁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소년들은 악랄한 나치 분자가 아니라, 집에 가고 싶고 엄마가 보고 싶은 평범한 아이들일 뿐이었다.

소년들에게 마음을 연 칼 상사

 [ 랜드 오브 마인 ]은 실제로 전쟁 직후 지뢰 제거를 위해 동원되었던 2천여 명의 독일 소년병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실화에 다큐멘터리 감독의 객관적인 연출이 더해져서, 다른 전쟁 영화에선 찾아보기 힘든 독보적인 리얼리즘을 보여준다.

 이 영화엔 아군도, 죽여야 할 적도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저 현실을 바라보며 어느 한쪽의 편도 들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거대한 폭력 앞에선 모두가 패자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폭력은 또 다른 비극을 낳을 뿐

 지뢰 제거는 어린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말에 칼 상사의 지휘관은 이렇게 말했다:

-

 "독일이 한 짓을 기억해. 우리는 나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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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는 이제 가해자가 되었다. 폭력은 그 방향만 바뀌었을 뿐, 사라지지 않았다. 증오의 화살은 다시 새로운 타깃을 찾아간다.

 영화는 소년들의 푸른 눈을 통해 관객에게 묻는다: 해도 되는 폭력이란 존재할까? 그 고통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폭력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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