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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신팀장 Dec 25. 2020

나의 면접 흑역사 최종화

사장 면접까지 붙었는데 네가 왜 거기서 떨어져?

   M사와 서울관광재단에서의 뼈아픈 탈락을 뒤로하고 저는 영국 상공회의소에 지원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게 됩니다. 관심 있던 문화예술이나 관광분야는 아니었지만 이전 글에서 제 중학교 때 꿈이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었다고 말씀드렸듯이 저는 외국사람들과 영어를 쓰며  일하는 것에 크나큰 로망이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제 관심사에 따라 관광 분야를 택한 것이 훨씬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영국 상공회의소라는 이름만으로도 (유학 중 영국을 너무 사랑하게 된 것도 작용을 했을 테죠.) 너무나 가슴 설레었습니다. 채용 직무명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마도 Public Relation Coordinator(?) 비슷한 이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하게 되며 국가별로 일대일 FTA (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를 맺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과도 FTA를 체결해야 하는데 영국 쪽에 유리한 협상이 되도록 여러 관계자들을 만나며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직무의 핵심이었습니다.


   일단 영국 석사 학위가 심사 서류 때 장점으로 작용했는지 서류심사 통과가 되었고 그다음 단계는 영어실력 테스트를 위한 전화 영어 면접이었는데 이 단계도 통과를 했습니다. 3단계는 조금 특이하게 이메일을 통한 서술형 시험이었는데 정해진 시각에 이메일로 영어 질문이 왔고 한 시간 동안 2가지 질문에 답변을 작성해서 이메일로 송부해야 했습니다. 아쉽게도 질문이 전혀 기억나지를 않는데 이메일 송부 후 흡족했던 기억은 납니다. 그렇게 3단계까지 통과했고 다음은 바로 CEO 면접이었습니다. 30대 후반의 젊은 CEO 분과 40~50분가량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다지 까다로운 질문은 없었습니다.


   면접 말미에 CEO께서 이번 단계를 통과하면 이사회 면접이 있을 텐데 CEO가 평가를 마친 후보자이기 때문에 이사회에서는 후보자를 대면해서 확인만 하는 정도지 그 면접에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언급하시더군요. 면접 중 CEO가 나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어 기대를 하며 결과를 기다렸고 '합격' 메일이 왔습니다. CEO의 언급 때문에 저는 그리 큰 준비를 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다음 이사회 면접을 기다렸습니다.


   아, 그런데 이사회 면접에서 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세게 뒤통수를 맞게 됩니다. 상공회의소의 이사회 두 분은 국내에 진출해 있는 영국 기업의 CEO였습니다. 초반에는 예상대로 영국 유학 이야기 등의 가벼운 질문이 오고 갔습니다. 이런 질문이 끝까지 이어질 줄 알았는데 (이사회 면접에서 떨어지는 일은 없다는 그 언급을 믿고) 그것은 완전한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서울관광재단 면접에서 저질렀던 것과 아주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두 번째이니 실수라고 부를 수도 없고 그냥 저의 방심이 부른  '화'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저를 당황케 한 것은 다음과 같은 질문이었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당신이 이해관계자들과의 조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습니까?


   아, 머리가 하얘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직무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그들로서는 당연히 궁금했을법한 질문이었죠. 그런데 저는 그 질문에 무방비 상태였습니다. 있다고는 대답했지만 구체적인 사례가 생각나지를 않았습니다. 한국말로도 생각이 안 나는 대답을 영어로 하려니 미칠 노릇이었죠. 이 글을 쓰면서 떠올려봐도 적절한 대답이 바로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이런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려면 제가 해왔던 일 또는 활동들을 다 나열해보고 관련된 주요 에피소들을 뽑아내어 살을 붙여 모범답안을 만들어 놨어야 했을 테죠.


   이 질문에 만족스러운 답변을 못했기 때문인지 이후로도 까다로운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는가?"

독자분들 중에는 위와 같은 질문에 어떤 답변을 하시겠습니까? 저는 위의 질문에도 제대로 된 답변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찜찜한 마음으로 면접장을 나와야 했습니다. 결과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더라도 아시겠죠? 내가 망쳐놓고서는 억울한 마음에 메일로 내가 왜 탈락했는지 알려달라는 지질한 메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물론 답변은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리며 한동안 탈락의 후유증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했습니다. 아무리 CEO가 이사회 면접의 성격을 형식상의 검증 정도로 언급했더라도 저는 응시 직무와 관련해 나의 역량을 구체적인 사례로 입증할 수 있는 모법 답변을 만들어놨어야 했습니다. 지금 저한테 그 당시 면접을 다시 보라고 한다면 예상 질문을 50개쯤은 뽑아놓고 나의 경험을 녹인 모범 답안을 달달 외울 겁니다.


   상공회의소 면접에 붙어서 일하고 있다면 지금처럼 재미있게 일 할 수 있을까라는 상상을 해 보면 '그렇지 않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당시에는 너무 속상해 이게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습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계시다면 본인의 경험을 촥 펼쳐놓고 예상되는 질문에 해당하는 경험을 뽑아 구체적인 답변을 만들어 놓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저처럼 피눈물 흘릴 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면접을 위한 2권의 책을 추천드릴게요.우선,

 [면접이 막막할 때마다 꺼내 읽는 책(제임스 리드,

한빛비즈)]책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98가지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어 면접에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저는 세 번의 면접에서 모두 떨어지고 나서야 이 책을 사 보았는데 미리 샀더라면 최소한 하나의 면접은 붙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그랬으면 지금의 드림 직장에서 일하고 있지 않았 을테니 인생은 참 아이러니의 연속이군요!


   두번째로는 [말을 잘하고 싶습니다 (넥서스북스)]를 추천드립니다. 이 책의 Part5. 면접에서 빛나는 말하기 부분을 보시면 면접에서의 말하기 전략과 스킬을 간파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저자가 직접 경험한 생생한 사례가 굉장히 유용하시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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