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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신팀장 Dec 22. 2020

일 없는 직장 vs 일 많은 직장. 당신의 선택은?

무료함은 위험해!

   어느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우연히 보다가 작가님께서 일 없는 직장에 다니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저도 3년간 첫 직장을 다니며 무수히 많이 했던 고민이라 공감이 많이 되었고, 일 없는 직장과 일 많은 직장을 둘 다 경험한 저의 이야기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아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해운회사의 기획실 신입이었던 저의 어느 날의 일과를 보시죠.


■1. 9시 : (슬슬 시작해볼까) 해운 시장 인덱스를 외부 사이트에서 보고 회사 인트라넷에 올리기(30~40분 소요).

■ 2.10시~11시 40분 : (일이 없네) 인터넷 뉴스 보기. 쇼핑도 좀 하고, 내 주식 계좌 확인. MSN 메신저로 수다 떨기.

■ 3.11시 40분~1시  10분: (일 없는 것도 심심한데 점심시간까지 심심하게 보낼 수는 없어) 사내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10분까지 착석.

■ 4.1시 10분~ 2시 30분: (일이 또 없네) 위의 2번 반복. 양심상 자기 계발을 위해 관련 보고서를 찾아서 좀 읽었으나 금방 졸리기 시작.

■ 5. 2시 30분 ~ 3시: (점심에 밥 안 먹고 일했더니 배고파) 다른 사람들은 눈치 못 채게 밥 먹기.

■ 6. 3시 ~ 4시 30분: (그래도 일이 또 없네) 위의 2번 반복.

■ 7.4시 30분 ~5시: (조금만 더 참자) 동기와 매점 가서 간식 먹고 오기.

■ 8.5시~6시 30분: (야호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 퇴근하고 할 일 계획하면서 위의 2번도 병행하기.

■ 6시 30분~ : (눈치 없는 신입) 팀장님께 먼저 가 보겠습니다라고 인사하고 당당히 퇴근하기.


   저의 일과표 어떠신가요? (혹시 현재 직장에서 밥 먹듯 야근하시는 분들에게는 완벽한 일과로 보일 수도 있겠네요.) 물론 매일이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선박 매매건이 있을 때나 보고서 마감이 다가올 때는 상대적으로 바쁠 때도 있었지만 평균적으로 회사 생활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을 위의 일과대로 보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직장 내 따돌림 같은 것을 당해서 일이 없었던 게 아니고 일의 양 대비 사람이 많다 보니 전반적으로 기획실의 모두가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열정과 포부가 가득했던 저는 '내일은 또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지'라는 고민을 하며 잠들고는 했습니다. 적당히 일을 한 날보다 위의 일과처럼 일이 없었던 날은 육체적으로 훨씬 피곤했습니다. 일 없는 스트레스가 피곤함의 원인이었던 듯합니다. 


   저는 무료함의 돌파구를 퇴근 후 활동에서 찾았습니다. 아나운서 학원, 중국어 학원, 라틴댄스 동아리 등에서 말이죠. 하지만 퇴근 후 활동은 겨우 2시간 남짓인데 반해 회사에서는 무려 8시간이나 있어야 하니 퇴근 후 활동으로 회사에서의 무료함을 해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컨설팅 회사로 이직한 후 저의 회사 생활은 180도 급변했습니다. 안 하던 야근을 밥먹듯이 하게 된 거죠. 게다가 첫 프로젝트에서 만난 여자 상사는 순한 양들만 모여있던 예전 회사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맹수와도 같았습니다. (설마 그분이 이 글을 읽지는 않으시겠죠?) 6개월가량을 일주일에 3~4번은 10시 넘어 퇴근하고 상사의 괴롭힘에 시달렸습니다. 몸은 너무 피곤했고 스트레스도 심했죠.


   그 당시 저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옮긴 거 후회하니?' 저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아니' 었습니다. 일 하는 즐거움과 보람이 그만큼 컸던 거죠. 아마도 저는 며칠 굶은 사자처럼 일에 굶주렸었나 봅니다. 그 뒤로도 6년여를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며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일이 많아서, 야근이 힘들어서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요즈음 MZ세대들은 1982년생인 저의 세대와는 직장에 대해 현저히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가 직장에서의 자아실현에 큰 가치를 두었다면 MZ세대에게 직장은 다른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경제적 수단일 뿐이라고요. 그런 요즈음 세대들에게는 퇴근 후 나의 시간을 보장해주고 심지어 회사에 있는 동안에도 자유롭게 인터넷의 세계를 헤엄칠 수 있게 해 줬던 저의 첫 회사가 꿈의 직장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와 같은 80년대생이건 또는 90년대생이건 일이 바쁘더라도, 설사 야근을 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일에서 짜릿한 즐거움을 느껴보는 경험을 해보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세대는 바뀔지언정 매슬로의 인간 기본 욕구인 4단계 인정의 욕구와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고, 이러한 욕구를 가장 잘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의 일입니다.


   혹시 일은 죽도록 하는데 아무 보람도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고 인정도 받지 못한다면 그 일은 본인에게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전직이나 새로운 분야의 학업 등으로 다른 기회를 살펴보시기를 권합니다. 나의 4,5단계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은 어딘가에서 숨은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며 당신을 애타게 찾고 있을 겁니다.


   저는 일이 없는 (적은) 직장에서 많은 직장으로 옮겼고, 그 선택을 후회는커녕 매우 잘 한 선택이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더 완벽한 선택이 있었으니 바로 지금의 직장을 선택한 일이죠. 일의 양이 첫 번째 회사와 두 번째 회사의 중간 즈음에 있는 (종종 중간 이상일 때도 있으나) 나의 회사. 게다가 일은 가장 재미있는!

대구 출장 때 찍은 치맥페스티벌 홍보중인 치킨들. 출장은 나의 일에 크나큰 재미 요소!


   일이 많은 것보다는 재미없고,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이라는 것을 말씀드리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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